"헌법에 위배"..'범죄 의사' 면허취소하는 의료법 국민의힘 반대로 '논의 연기'
[경향신문]
“2000년에 민주당이 바꾼 법인데, 왜 코로나19 진실을 밝혀주는 의료인에 징벌적인 법으로 다시 거꾸로 가려 하나?”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
“살인·강도·성범죄 등 사회적 비난 가능성 높은 범죄를 저지른 의사는 면허를 취소해야 하겠지만 선거법이나 교통사고 등 직무와 관련 없는 것으로 취소하는 건 헌법상 최소침해 원칙 위반이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의사협회 등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의료법 개정안이 26일 국민의힘 등 야당 의원들의 반대로 논의가 유보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의료법 개정안 처리를 시도했지만 야당 의원들의 반대로 추가로 더 논의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의결은 미뤘다.
해당 의료법 개정안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 등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의사만이 아니라 한의사, 치과의사, 간호사에게도 적용된다. 의료행위 도중 업무상 과실치사·상의 범죄를 저지른 경우는 면허 취소 대상이 되지 않는다. 현행 의료법은 성범죄 등 강력 범죄에 대해 유죄를 선고받았어도 의사 면허가 취소되지 않아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이날 회의에서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대가 잇따랐다.
장제원 의원은 “헌법에 보장된 과잉금지 원칙, 입법 목적의 적정성, 방법의 적정성, 최소침해 원칙에 위배된다”면서 “변호사의 경우 기본적으로 인권 옹호 역할을 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반면 의사와 약사는 변호사와 달라 직무 범위가 전문 영역으로 제한돼 있다. 헌법상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법안이라 법안심사 2소위에 보내서 법리 판단을 자세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한홍 의원은 “현행 의료법은 2000년 민주당이 여당 시절에 이 법을 개정한 것”이라며 “갑자기 의사들이나 한의사들의 범죄가 늘었나. 갑자기 왜 과거 법으로 거꾸로 돌아가려 하냐”고 따졌다. 이어 “코로나19와 관련된 진실을 밝혀주는 사람이 의료인인데, 그분들에게 징벌적 법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소위에서의 추가 논의를 요청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적극 반박에 나섰다.
김용민 의원은 “의사는 사람의 신체와 생명을 다루는 직업으로 고도의 윤리성과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국 의원은 “어떤 국민이 성범죄를 저지른 의사에게 진료 받고 싶겠나. 결코 이 법이 의사를 규제하기 위한 게 아니라 안전한 의료 환경을 만들고 의사들의 위법 행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법”이라고 했다.
박주민 의원은 “의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진료 과정에서 업무상 과실치상·치사 있을 경우 의사면허가 취소되는 것”이라며 “과감한 진료행위를 위해 의료행위가 수반되는 업무상 과실치상·치사는 면허 취소 사유에서 제외했다”고 했다.
오전부터 시작한 논쟁은 오후 들어서까지 계속됐고, 결국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양당 간사와 협의한 결과 법안 통과는 미뤄졌다. 윤 위원장은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수정안을 마련해 다음 전체회의에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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