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메니아 쿠데타說 모락모락.. 軍 총리 사임 요구에 총리 "날 쏘고 가라"

김진욱 2021. 2. 2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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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소련에 속했던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의 주도권을 두고 아제르바이잔과 겪은 군사적 충돌에서 사실상 패배한 아르메니아가 정정 불안에 휩싸였다.

군부가 나서서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자 총리는 "군사 쿠데타 시도"라고 즉각 반발하면서 군부 최선임자인 총참모장을 해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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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냔 총리, 군의 사퇴 요구에 총참모장 해임 추진
병력 배치 정황 아직 없지만 전투기 저공 비행하기도
니콜 파시냔(가운데) 아르메니아 총리가 25일 수도 예레반에서 열린 지지 집회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예레반=AP 연합뉴스

옛 소련에 속했던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의 주도권을 두고 아제르바이잔과 겪은 군사적 충돌에서 사실상 패배한 아르메니아가 정정 불안에 휩싸였다. 군부가 나서서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자 총리는 “군사 쿠데타 시도”라고 즉각 반발하면서 군부 최선임자인 총참모장을 해임하겠다고 밝혔다. 즉각적인 쿠테타 움직임은 없지만 외신은 전투기가 수도 예레반 상공을 저공 비행하면서 무력시위를 벌였다고 전했다.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가 25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으로 생중계된 연설을 통해 오닉 가스파랸 총참모장을 해임하겠다고 밝혔다. 파시냔 총리의 군부 압박은 이날 총참모부가 아제르바이잔 전쟁에서의 패배와 전후 정치적 혼란 등을 이유로 파시냔 총리의 사임을 요구한 성명을 발표한 것에 대한 보복 차원이다. 파시냔 총리는 지난해 11월 10일 아르메니아가 25년 넘게 점령하고 있는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의 대부분 지역에 아제르바이잔의 통제권을 인정하는 평화협정에 서명한 이후 줄곧 야당의 퇴진 요구에 시달려 왔다. 사실상의 ‘항복’이었다는 이유다.

파시냔 총리는 이날 공화국 광장에 모인 지지자들 앞에서 군부의 성명을 두고 “쿠데타를 시도하는 것”이라며 “사퇴를 고려했지만 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내 의지만으로 총리가 된 것이 아니라 국민이 결정한 것”이라며 “국민에게 나를 물러가게 하거나 그렇게 못하겠다면 이 광장에서 나를 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파시냔 총리는 앞서 이번 주 초 티란 하차트랸 제1부참모장을 해임하면서 군부 압박에 돌입한 상태다.

반(反)파시냔 세력도 만만치 않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파시냔 총리가 연설하는 동안에도 야당 지지자들은 거리로 몰려 나와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시위대들이 “배신자 총리는 사퇴하라”는 구호를 외쳤다고 전했다. 양측 지지자들이 도로를 점거하면서 예레반의 교통은 마비 상태가 됐다고 AP통신은 덧붙였다.

이날 대중 집회 도중 전투기 2기가 예레반 상공을 저공 비행해 쿠데타가 현실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NYT는 양측 지지자들이 모인 시내 광장 위를 소속을 알 수 없는 전투기가 비행했다고 전했다. 아르메니아에는 러시아 공군기지가 주둔 중이어서 러시아군 소속 전투기가 비행했을 수도 있다며 군 병력이 배치된 정황은 포착되지 않았다고 NYT는 덧붙였다. 실제로 쿠데타가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리처드 기라고시안 아르메니아 지역연구센터장은 NYT에 “군에 대한 문민 통치가 붕괴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주변국들은 아르메니아 헌정 불안을 우려하고 있다. 나고르노카라바흐 분쟁 휴전을 중재한 러시아는 양측의 자제를 촉구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파시냔 총리와 전화 통화를 했다"며 “푸틴 대통령은 아르메니아의 질서와 평화 유지, 법률 테두리 안에서의 사태 해결 등을 지지했다”고 전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바가르샥 아루튜냔 아르메니아 국방장관도 이날 전화통화를 하고 아르메니아 사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전쟁에서 아제르바이잔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터키의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외무장관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쿠데타 시도는 용납될 수 없다”며 군부의 총리 사퇴 요구에 대해 비난 목소리를 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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