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브이아이피'로 곤욕 치른 오세훈이 다시 'V'를 꺼내 들었다

김미나 2021. 2. 2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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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나의 정치적 참견시점]정치BAR_김미나의 정치적 참견시점
"버추얼 서울" 내세우며 '셀프디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26일 유튜브를 통해 ‘브이 서울’ 프로젝트를 공개하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오늘은 여러분에게 서울시를 제가 어떻게 바꿔놓고 싶은지 시각적으로 자세하게 설명 드리려고 합니다. (손으로 브이 표시를 하며) 이른바, 오세훈의 브이(V) 서울입니다. 여기서 브이는 브이아이피(VIP)가 아니라 버추얼(Virtual·가상) 서울입니다. (웃음)”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다시 ‘브이’를 꺼내 들었습니다. 국민의힘 경선 막바지에 다다른 26일, 오 후보는 ‘브이 서울’이라는 제목의 ‘가상 서울 구상’을 밝혔는데요. 경선 결과가 발표되는 다음 달 4일을 엿새 앞두고 꺼내 든 대형 프로젝트입니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하우스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난 오 후보는 “앞으로 시장 선거 전까지 서울의 25개 자치구를 하나씩 공개해 나가면서 시민들과 소통할 계획”이라며 이날 노원구를 예로 들어 자신의 지역 개발 공약을 선보였습니다. △창동차량기지에 복합상업시설 개발 △한전 연수원 부지 등에 대학 캠퍼스 설립 △동부간선도로 지하화로 교통난 해결 등을 소개하며 3차원 모델로 이를 구현해 선보였습니다. 아이디어와 실무 작업은 이준석 국민의힘 서울 노원병 당협위원장이 도왔다고 합니다.

오세훈, 다시 브이 꺼내 든 이유

앞서 지난 2일 오 후보는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개한 ‘북한 원전 관련 문건’ 파일명의 알파벳 ‘브이(버전)’가 대통령을 의미하는 ‘브이아이피(VIP)’의 약칭이라고 주장하며 청와대와 연결고리를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런 입장이 담긴 오 후보의 페이스북 게시글에는 누리꾼들이 몰려들어 “그럼 ‘HWP’는 히든 원자력 플랜의 약어인가”, “‘브이로그(V-log)’는 대통령 기록물을 말하는 것인가” 등 이를 희화화하는 수천개의 댓글을 달았습니다. 오 후보는 몇 시간 뒤 ‘브이에 대하여’라는 글을 다시 올리면서 “유감으로 생각한다. 그렇다고 문제의 본질이 달라지지는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논란 뒤 한동안 오 후보를 말할 땐 ‘브이’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죠. “문서 작업 한 번 안 해본 사람”이라는 곤욕을 치른 오 후보가 그럼에도 다시 ‘브이’를 꺼내 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 후보 캠프 쪽에선 웃음거리가 됐던 ‘브이’ 논란이 오히려 인지도 상승 측면에선 후보에게 긍정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에스엔에스 유입률이 ‘브이’ 논란 이후에 급상승했고, 논란 직후였던 지난 3∼4일 치러진 1차 경선 여론조사 일반 시민 대상 투표에선 오 후보가 이겼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엔 ‘셀프 디스’를 하는 모습을 보이며 논란을 정면돌파하고, 관심을 끌려는 속내인 것으로 읽힙니다.

이번 경선에서 ‘퍼주기’ 현금성 정책을 내놓으며 ‘나경영’(나경원+허경영)이라 불렸던 같은 당 나경원 후보도 이미지 쇄신을 위해 ‘정면 돌파’를 선택한 케이스입니다. 나 후보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재선을 해) 민선 2기가 되면 지원을 더 많이 해드리고 싶다.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면 ‘나경영’이 돼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기존의 ‘강경보수’ 이미지를 희석하고 외연 확장을 노린 행보였죠.

최종 후보 발표 엿새 앞 신경전 가열

국민의힘 경선은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었습니다. 지난달 26일 선거운동을 개시한 뒤 이날로 꼭 한 달이 됐습니다. 후보들은 각각 여섯 차례의 토론회를 소화하며 막판 스퍼트를 올리고 있습니다. 재개발·재건축·세금 완화 등 비슷비슷한 부동산 정책, 전통시장·노인회·의사협회 등 비슷한 현장 행보로 ‘정책 차별화 측면’에선 아쉽다는 평가가 나오고요. 여기에 ‘제3 지대’와의 2차 단일화로 복잡한 구도가 전개되고 있지요.

새달 2∼3일 본경선 여론조사를 진행한 뒤 4일이면 최종 후보자가 발표됩니다. 이번엔 지난 1차 때와 달리 100% 시민 여론조사입니다. 국민의힘 후보들이 대중 앞에 나설 기회는 이날 오후 열린 비전 토론과 3·1절 티브이(TV) 토론, 두 차례뿐입니다. 특히 막판 ‘투톱’ 오세훈·나경원 후보의 혼전으로 국민의힘 최종 후보가 누가 될지는 이번 선거의 최대 관전 포인트로 남겨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등장한 ‘브이’로 오 후보가 다시 ‘재미’를 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무관심 대신, 논란을 돌파하며 선거 주도권을 잡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은 먹힐까요.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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