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아홉수 로맨스', 조바심 내지 않아도 되는 '29살의 사랑'

서정원 2021. 2. 2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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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한 연기로 일상의 사랑묘사
'29세'는 한국에서 상징적인 나이다. 숫자 '9'를 가진 아홉수인 데다 진짜 '어른'으로 넘어가는 마지막 관문이기 때문이다. 29세를 넘어 서른이 되면 아직 취업하지 못한 사람은 물론 결혼하지 못한 사람도 조바심을 내게 된다. 영화 '아홉수 로맨스'는 그런 20대의 끝자락에 있는 여성 네 명의 사랑 얘기다.

펀드매니저인 '가희'(이다해)는 미국 교포와 교제한다. 그의 이색적인 매력에 빠져들었지만 사랑하는 사이에서도 '너와 나'를 철저하게 구분 짓는 '아메리칸 스타일'이 맘에 들지 않는다. 항공 승무원인 '희주'(조한나)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남자친구를 10년이나 뒷바라지해 왔다. 그런데 낌새가 심상치 않다. 공부를 하러 간다며 자리를 비우지만 다른 사람과 만나는 듯하다. 카페를 운영하는 '서연'(이새별)은 연애에 공백이 생기는 걸 참지 못한다. 전 애인과 헤어진 지 얼마 안 돼 새 남자친구를 만났지만 어딘가 이상하다. 어린이극단 단장을 맡고 있는 '보영'(강나리)은 극단 단원과 사귀고 있다. 어려운 시절을 같이하며 미운 정 고운 정 다 든 사이다. 어느 날 그가 다른 곳으로 이직하면서 둘 사이는 소원해진다.

드라마틱한 사건이나 갈등은 없다. 보통 사람들의 삶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사랑, 이별, 다시 사랑하는 모습이 이어진다. '판타지'뿐 아니라 '리얼리티'로도 요즘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음을 영화는 보여 준다. 연기와 연출은 과하지 않고 담백하다. 원래 자기 모습인 것만 같은 꼭 맞는 연기는 자연스럽게 관객을 납득시킨다.

작품 속 서연을 연기하는 배우 이새별의 감독 데뷔작이다. 그는 말미에 이렇게 내레이션한다. "서른이 되면 뭐라도 될 줄 알았다. 그러나 그저 막막한 내일이거나 청춘의 또 다른 이름일 뿐, 사랑도 일도 관계도 서른이 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었다. 어쩌면 서른이란 달라지지 않는 나를 끝내 사랑하는 일이 아닐까." 12세 관람가.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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