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특별법 국회 통과..野 "입법사에 전례없는 '알박기'"

2021. 2. 26.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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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용 신공항'에 민주당-국민의힘 181명 찬성표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11월 말 여야 의원들이 법안을 발의한 지 약 3개월 만으로,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한달 여 앞둔 시점이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가덕도 특별법을 재석 229인에 찬성 181인, 반대 33인으로 가결했다. 기권은 15표였다.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 등 138명이 발의한 여당 법안과, 국민의힘 부산 지역 의원 15인이 발의한 야당 법안을 국토교통위원회에서 통합조정해 마련한 대안이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동남권 신공항 부지를 가덕도로 확정하고 △필요시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면제하며 △사전타당성 조사도 간소화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만 △환경영향평가는 면제하지 않으며 △기존의 '김해 신공항' 계획 폐지와 관련해서는 부칙에 '국토부가 가덕도 신공항의 위계·기능과 중복되는 내용이 없도록 제6차 공항종합계획을 수립한다'는 문구를 넣는 선에서 정리했다.

가덕도 특별법은 4.7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추진해온 데다, 대구·경북(TK)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역시 지난 1일 김종인 위원장이 부산을 방문해 "국민의힘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적극 지지하며, 가덕도 신공항 건설 특별법이 여야 합의 하에 처리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일찌감치 통과가 결정되다시피 했다.

그러나 본회의를 하루 앞두고 국토교통부가 국회에 '가덕도는 부적합하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제출한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문재인 대통령의 가덕도 현장 방문이 야당을 자극하면서 TK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발 정서가 막판에 다시 확산됐다. TK에서는 동남권 신공항 부지로 가덕도 대신 밀양을 주장해왔다.

본회의 반대토론에 나선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대구 중구·남구)은 "28조가 드는 신공항을 이렇게 졸속 추진해선 안 된다"며 "지난 정부에서 영남권 5개 광역단체장들의 합의에 따라 사전타당성 조사를 하고 신공항 입지로 김해를 발표했다. 이런 어려운 합의의 산물이 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문으로 촉발된 보궐선거용으로 백지화됐다"고 지적했다.

곽 의원은 또 "의원들 심의에서도 '이런 졸속한 법이 나왔느냐'는 탄식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민주당 소속인 조응천 의원은 지난 17일 국토위 소위 회의에서 "설계가 나오기 전에 일단 공사부터 한다? 우리 동네 하천 정비할 때도 그렇게 안 한다"며 특별법 법안이 내용상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도 본회의 반대 토론에서 "가덕도 특별법에 대해서는 국토부만이 아니라 기획재정부, 법무부, 국방부, 해수부, 환경부 등 모든 관련 부처가 반대와 우려를 표명했다"며 "대통령이 지휘하고 있는 정부에서 반대 의견이 지배적이라면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선거에만 혈안이 돼있는 여당 지도부에게 신중한 입법을 주문했어야 한다. 그것이 행정부 수반으로서 책임있는 행동인데, 대통령께서는 가덕도까지 가서 장관들을 질책하고 입도선매식 입법을 압박하고 사전 선거운동 논란을 자초했다. 깊은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심 의원도 특별법의 부실성을 지적하며 "왜 가덕도인가에 대해 1당과 2당이 담합했다는 거 말고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답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 심 의원은 "국토부에 따르면 활주로 1본이면 12조, 2본이면 18조, 김해공항을 없애고 가덕도로 집중할 경우 28조6000억 원이 드는데, 이 법에서 말하는 가덕도 신공항은 이 중 도대체 어느 것인가? 이 자리에 알고 계신 분이 있느냐"고 꼬집었다. "어떤 공항인지도 모르고 입지 선정을 법으로 '알박기'하는 일은 입법사에도 전례가 없던 일"이라는 것이다.

또 심 의원은 생태적 측면도 지적했다. 그는 "바다를 매립해 지은 공항들은 많지만 가덕도 신공항처럼 외해에 추진하거나 부등침하 가능성이 높은 활주로는 해외에서도 전례가 없다"며 "대통령께서 최대 수심이 22미터라고 짚어 주셨는데 거기에다 연약지반 최대 35미터, 표고 40미터를 합쳐 최대 106미터의 성토가 필요하다. 상상이 되시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걸 하려면 주변 생태자연 1등급의 국수봉, 남산, 성토봉 등 산 세 개를 다 바닷속에 집어넣어야 한다. 배가 산으로 가는 게 아니라, 산이 바다로 가는 사업"이라며 "그런데도 가덕도 신공항 사업이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사업'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야를 막론하고 특별법 통과 이후에도 이같은 논란을 해소하는 추가적 과정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공유되는 것도 그래서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지금 국회에서 법을 통과시켜서, 앞으로 공항을 건설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여러 검토 사항이 새롭게 나타날 것"이라며 "그런 과정에서 여러 의견이 조율되고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전날 기자 간담회에서 "행정부는 입법이 이루어지면 그 법을 집행할 의무가 있다. 특별법이 국회에서 여야 합의처리로 통과되었는데 그것을 모른 척하고 또 입장을 얘기해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특별법 이후에는 특별법에 따라서 정부가 어떻게 해야 될 것인가 태도를 결정해야 된다"며고 강조했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전날 가덕도 인근 해상에서 문 대통령에게 "현재는 국토교통위 심의 과정에서 사전타당성 조사 시행이 반영되는 등 관계기관 이견이 해소됐다"며 "법안이 통과되면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보고했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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