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에 부는 리모델링 열풍.. '분담금 컨설팅' 경쟁률도 58대 1
1990년대 조성된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수도권 아파트 시장에 본격적인 ‘리모델링 열풍’이 불어올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1기 신도시 최초로 리모델링 사업 승인을 받은 분당 정자동 ‘한솔5단지’ 사례가 리모델링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6일 경기도청에 따르면, 지난 16일 접수를 마감한 ‘공동주택 리모델링 컨설팅 시범사업’에 116개나 되는 단지가 신청서를 냈다. 이 사업의 모집 정원은 단 2개 단지로 경쟁률이 58대 1에 달하는 셈이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선정된 단지의 리모델링 사업성을 검토해주고 분담금이 얼마나 나올지 컨설팅해주는 정도의 시범 사업인데 이렇게나 많은 신청이 몰릴 줄 몰랐다"면서 "고양·분당·안양 등 1기 신도시에 소재한 단지들의 신청이 많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한솔5단지’는 수도권 1기 신도시 아파트 가운데 처음으로 리모델링 사업계획을 승인받았다. 성남시에 따르면, 한솔5단지는 수평 및 별동 증축을 통해 기존 12개동 총 1156가구를 16개동 1271가구로 늘리고, 연면적도 2.3배 가량 확대할 계획이다. 또 지하 주차장을 증설해 주차 대수를 3배 이상 늘리고,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도 확충해 신축 아파트에 준하는 정주 여건 개선이 기대된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등 1기 신도시에서 1990년대 입주한 아파트는 모두 29만2000가구에 달한다. 재건축 기준인 사용 연수 30년에 근접한 노후 아파트가 많지만, 평균 용적률이 200%를 넘어 리모델링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서원석 중앙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분당·일산 등에 조성된 단지는 용적률을 한계까지 끌어다 쓴 경우가 많아 재건축을 진행하기에는 분담금이 너무 많이 나온다"면서 "별다른 제한 없이 세대수를 15%까지 늘릴 수 있는 리모델링이 대세가 되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도 리모델링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포스코건설, 쌍용건설, 현대건설 등 리모델링 시공 경험이 있는 건설사는 물론 그동안 리모델링 시장에 참가하지 않던 건설사까지 눈독을 들이는 모양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한솔5단지 사업승인이 나오고 나서 ‘우리 단지 리모델링에 참여 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많이 오고 있다"면서 "정부가 리모델링에 규제를 도입하거나 지자체에서 사업 허가 규모를 축소하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역시 1기 신도시인 평촌에서도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가 늘 전망이다. 1992년 준공돼 내년이면 재건축 연한을 충족하는 경기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 ‘초원부영7단지 아파트’는 지난 22일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선정 입찰 공고를 냈다.
강성진 초원부영7단지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원장은 "과거엔 리모델링하면 ‘동굴형 평면’이 나온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많았는데 건설사 면담을 해보니 요즘엔 시공 노하우가 쌓여 그런 단점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더라"면서 "재건축을 기다리는 것도 고려해봤지만 용적률 여분이 18%밖에 남지 않은 우리 단지로서는 분담금을 낮추려면 리모델링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의견이 모인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1기 신도시의 리모델링 열풍으로 단기적으로 집값이 뛸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공급이 늘면서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허허벌판에 들어서는 3기 신도시와 달리 1기 신도시는 이미 교통망이나 교육환경 등의 생활 인프라가 완비돼있어 선호도가 높다"면서 "헌 집을 새집처럼 고치는 리모델링을 통해 신축 아파트 수요에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고, 리모델링 추가 세대 분양을 통해 수만가구에 달하는 공급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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