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으면 그림이 되는..초점은 '마을'입니다 [포토다큐]
[경향신문]

벽화마을로 유명한 경남 통영의 동피랑마을은 어쩌면 없어져 버렸을 지도 모른다. 2000년대 초반 통영시는 낙후한 이 마을의 집들을 사들여 철거한 뒤 공원으로 만들 계획을 갖고 있었다. 시민단체와 주민들, 시 당국이 오랜 기간 논의한 끝에 2008년 제1회 벽화전이 열렸다. 관광객들이 찾아왔다. 통영시는 철거 계획을 취소하고, 마을을 보존하기로 개발계획을 바꿨다.

아기자기한 골목길, 예쁜 벽화들,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조망으로 인기를 끈 동피랑은 벽화마을의 원조격에 해당한다. 동쪽 비랑(비탈)에 있는 동네라 ‘동피랑’이라 했다. 마을 꼭대기는 조선시대 통영성을 방어하기 위한 포대, 동포루가 있던 자리다. 해방 후 뜨내기 뱃사람과 섬에서 육지로 나온 사람들이 많이 살던 이 마을은 철거예정 달동네에서 새로운 관광명소로 변신했다. 동피랑 벽화마을의 성공은 낡고 오래된 동네도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는 영감을 주었다.

전국에 벽화마을은 백여 곳에 이른다. 서울 개미마을, 이화마을, 염리동 소금길, 부산 감천문화마을, 안창마을, 문현동 안동네, 대구 김광석다시그리기길, 마비정마을, 인천 동화마을, 배다리마을, 전주 자만마을, 여수 고소동마을, 청주 수암골마을, 수원 행궁동마을, 대전 대동마을, 제천 교동마을, 영월 요리골목, 김해 회현동 마을 등등. 곳곳에 벽화가 그려지고, 예술작품이 설치됐다.

이 중 일부 마을은 재개발로 이미 사라졌거나 사라져 가고 있다. 조용하고 작은 마을에 사람들이 찾아오면서 마을은 활기를 띠었지만, 그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여러 가지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소음과 쓰레기, 사생활 침해는 주민들의 반발을 불러오기도 했다. 벽화는 시간이 흐르자 낡고 색이 바래갔다. 관광객들이 쓰는 돈이 주민들의 생계에 보탬이 되거나, 주거개선사업으로 바로 이어지기도 쉽지 않았다. 2016년 서울 종로의 이화벽화마을에서 주민들이 관광객이 오는 것이 싫어 벽화를 훼손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주민이 없는 마을은 박제된 마을일 뿐이다. 동피랑마을에서도 원주민이 떠난 빈집을 외지인이 투자 목적으로 산 경우가 있었다. 주민들이 만든 마을기업에서 운영하는 기념품 가게와 찻집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기도 했다.
한 시대의 삶이 녹아있는 골목길을 보존하려는 노력은 동피랑마을에서 여전히 진행형이다. 마을 벽화는 주민들이 참여한 형태로 2년마다 새로 그려진다. 벽화축제는 동피랑 아트 프로젝트 ‘안녕! 동피랑’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작지만 잔잔한 웃음이 넘친다는 의미의 ‘소소한 골목길’을 주제로 지난해 말 새 벽화와 설치예술로 마을을 꾸몄다.

동피랑 벽화마을 안내책자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그곳에 사는 주민들이···조금 더 따뜻하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동피랑에
그림이 시작되어 진행 중이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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