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에 버금가는 영화"..손병호가 인정한 '멀리가지 마라'의 작품성 [인터뷰 종합]
[마이데일리 = 권혜미 기자] 배우 손병호(59)가 영화 '멀리가지 마라(감독 박현용)'를 통해 또 한번의 인생 연기를 보여줄 예정이다.
26일 오전 손병호가 영화 '멀리가지 마라' 개봉을 앞두고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멀리가지 마라'는 아버지의 임종을 앞두고 모인 가족들이 유산 분배에 불만을 터트리고 있을 때, 아이를 살리고 싶으면 20억을 준비하라는 유괴범의 협박전화가 걸려오면서 점잖았던 한 가족의 민낯을 까발리는 K-가족 막장극.
이날 손병호는 '멀리가지 마라'의 시나리오를 극찬하며 "배우들한테 제일 중요한건 시나리오다. 구성이 너무 좋았고, 마지막 반전이 가장 좋았다. 전부터 믿음이 있었던 건, 박현용 감독이 연극 '기영이'도 만들었었다. 그런데 너무 작품을 잘 만들고 연출도 잘 하는거다. 재주가 있는데 시나리오도 잘 썼다. 좋은 작품에 좋은 연출, 좋은 배우들까지 있으니 오케이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영화에 출연한 계기를 밝혔다.
'멀리가지 마라'는 마치 하나의 연극을 보는 것처럼, 롱테이크 기법으로 세트 무대에서 초중반부가 전개된다. 독특하고도 실험적인 시도에 손병호는 "이 영화의 핵심은 정말 새로운 연극적인 기법과 반전의 재미라는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멀리가지 마라'를 '기생충'에 버금가는 영화라고 표현하면서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지루할 수도 있지만, 이걸 조금 아트적인 시선으로 본다면 '기생충'에 버금가는 영화다. 여건이 된다면 국제 영화제에 출품하고 싶다. 이게 영화제로 가서 다른 외국 평론가들에게 아트적 감각으로 해석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라고 전했다.
1983년 연극배우로 본격적인 연기 생활을 시작했던 손병호는 어느 곳보다 연극 무대가 더욱 자유로웠을 터. 손병호는 안방극장과 연극 무대의 차이점을 설명하며 "연극은 살아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게 다 연기"라고 말했다.
손병호는 "사실 TV 안에서의 연기는 말만 하고 대사만 잘 외우면 된다. 화면을 벗어나면 안되고, 동작이 제한되어 있다. 그런데 연극은 내가 직접 동선을 만들지 않나. 그래서 3년 전에 너무 괴로웠다. 내가 연기를 하지 않고 '빨리 찍는 법'만 알게 됐더라. 그래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연극으로 돌아가 연기를 하다보니 내가 놓친 부분들을 다시 찾고, 공부하게 됐다. '멀리가지 마라'에도 연극적 방법과 장치가 있으니 배우들끼리도 훨씬 즐거웠다. 그래서 합이 더 맞고, 좋은 연기가 나온 것 같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지난 2018년 제작된 '멀리가지 마라'는 코로나19 시국과 시기가 맞물려 개봉을 연기하던 중, 3년 만에 비로소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 아쉬운 점은 없는지 묻자, 손병호는 "코로나19 현상 때문에 개봉을 미루게 됐다. 사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해야할 게 많다. 비대면이라도 시사회도 하고, 홍보도 하고, 여러 조건이 있는데 모든 것들이 어려운 시기였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개봉 시기에 만족감을 드러내며 "영화관은 관객들하고 만나려 하는 거니까, 조금 더 일말을 둔 거다. 계속 미루다보니 뒤에는 또 너무 많은 사람들이 포진이 되는 거다. 그래서 한 주를 앞당겨 3월 4일로 개봉일을 정했다. 이제 보니 적재적소에 개봉을 잘 한 것 같다. 암울한 시기에 속 시원한 영화 내용이 이 시국에 딱 맞는 것 같다"고 밝혔다.
영화뿐만 아니라 지난해 JTBC '모범형사', '허쉬', KBS 2TV '암행어사:조선비밀수사단'까지 쉴 새 없이 달려온 손병호는 휴식기는 언제 가지는지 묻는 말에 "배우들의 정말 좋은 쉼은 연기하는 것"이라고 남다른 열정을 드러냈다.
손병호는 "연기는 내가 좋아서 하는 거다. 그래서 대본 보고, 대기하고, 그런 기다림까지도 행복하다. 막상 일주일 정도 쉬면 미쳐버린다. '나에게 일이 없으면 어떡하지'라는 고민이 된다. 왜냐하면 배우들은 선택받는 직업이니까. 쫑파티를 하면 서글퍼진다. '백수구나', '난 뭘 하지', '이 에너지를 발휘할 데가 어디지'라고 생각하는데, 내겐 연기가 쉬는 것"이라고 베테랑 배우의 면모를 자랑했다.
'손병호=악역'이라는 이미지에 대해서도 언급됐다. 하지만 손병호는 자신의 이미지에 만족한다면서 "악역 이미지가 강하다는 건 제 타고난 운명이다"라고 쿨하게 답했다.
이어 그는 "옷을 입을 때 자켓이 어울리는지, 코트가 어울리는지 다 시도해볼 수 있다. 그러다 어느날 내가 어떤 옷을 입으면 '너무 멋있다!'라는 칭찬이 나온다. 그렇게 운명이 되는 것 같다. '형은 역시 강한 게 어울려', '악역이 최고야' 이런 말을 10명 중 8명이 해준다. 내가 멋진 건 강한 옷을 입었을 때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동시에 악역과 상관없이 "어떤 역이라도 다 하고 싶고, 다 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내가 연기한 모든 악역이 다 틀리다. 그 악역 안에 나만이 갖고 있는 소스가 있다. 그래서 전 어떤 역이라도 다 하고 싶고, 다 가능하다. 연기는 기다림이다. 내 몸에 맞는 옷이 오길 기다리고, 그걸 위해 계속 노력하는 거다. 내게 맞는 옷을 입기 위해 배우 생활을 하는 것"이라고 깊이 있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끝으로 손병호는 관객들에 '멀리가지 마라'를 관람을 것을 권유했다. 그는 "다행히 시사회에서 영화를 본 우리 지인들이 다들 싫어하지 않았다. '좋은 영화를 봤다'고 말해주시더라. 영화 속의 연극적 기법에 처음엔 낯설어했지만, '몰입이 됐다'라고 평을 해줬다"면서 "좋은 작품이 있어도 모르면 못 보지 않나. 시사회 이후 용기가 생겼다. 영화가 나쁘지 않았기에, 관객분들이 새로운 장르와 새로운 시리즈를 봤으면 좋겠다"고 염원했다.
오는 3월 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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