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 윤여정 "26관왕? 나라가 넓으니까 상도 많은가보다"
26일 오전 영화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과 주연배우 스티븐연, 한예리, 윤여정이 함께하는 화상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떠나온 한국 가족의 아주 특별한 여정을 담은 영화 '미나리'는 오스카 유력 후보로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영화 속에서 모니카의 엄마로 희망을 키워가는 할머니 순자를 연기한 윤여정은 "지금 벤쿠버에서 촬영중이라 화상으로 인터뷰 한다"라고 근황을 밝히며 "이 영화를 한국 관객이 어떻게 볼지 궁금하다. 적은 돈으로 식구같은 마음으로만들었다. 처음에는 영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감사했는데 지금은 영화를 보고나서 실망하실까봐 떨리고 걱정도 된다."라며 국내 개봉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윤여정은 영화가 이렇게 화제가 되고 있는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표하며 특별히 지인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이나라고 이 영화의 스크립트를 전해준 친구가 있다. '미나리'가 인디 영화라 제가 미국에서 잘 못먹고 일하면 어쩌나 걱정돼서 휴가를 내고 쫒아와서 나를 비롯해 우리들의 밥을 해줬다. 또 영화 번역을 하는 홍여울이라는 친구는 헐리우드 영화는 어떻게 찍나 보려고 따라왔다가 나와 정이삭 감독을 도와 영어 대사를 한국어로 고치는 걸 도와줬다. 우리는 이렇게 얼굴과 이름을 알리며 영광을 누리는데 이 두 친구들은 뒤에서 정말 고생을 많이했고 큰 도움을 줬다"라며 영화에 쏟아지는 관심에 대한 감사한 마음으로 개인적으로 희생하며 영화에 도움을 준 지인에게 돌렸다.
현재까지 26관왕으로 많은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고 있는 윤여정은 "그렇게 많이 탔다고하지만 실제로 상패는 하나밖에 못받아서 실감을 못하고 있다. 아직 내게 온 상패는 없다. 헐리우드 배우도 아니고 경험이 없다보니 '나라가 넓으니까 상이 많구나'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다."라며 유머러스한 소감을 밝혔다.
윤여정은 정이삭 감독에 대해 "내가 속으로 A+을 줬다. 괜찮은 감독"이라고 치켜 세우며 "어떤 감독은 요구사항이 많아 배우들을 많이 가두기도 한다. 이 작품이 자전적 스토리라고 해서 내가 정이삭에게 첫 질문으로 "감독의 할머니 흉내를 내야 하나?"라고 물었더니 알아서 하라고 하더라. 배우에게 자유를 주는 감독이어서 괜찮다고 생각했다"라며 배우들을 자유롭고 편안하게 연기하도록 배려한 감독의 스타일을 칭찬했다.
정이삭 감독이 배우들에게 자유를 준 만큼 윤여정은 이번 영화에서 주도적으로 해석, 다양한 제안을 했다고 하며 "극중 손자에게 밤을 씹어서 주는 건 제 아이디어다. 정감독이 먼저 이민 생활에 대해 각자 경험했던 것, 본 것 들을 이야기 해보자고 해서 제가 미국에서 살 때 경험했던 걸 이야기 했었다. 또 순자가 손주와 잘때 바닥에서 자는 것도 아이디어를 냈다. 귀한 손자이고 아픈 손자인데 할머니가 감히 침대에서 같이 자려고 하지 않을것 같더라. 그래서 바닥에서 자겠다고 했더니 정감독이 금방 세트를 바꿔줬다. 극중에서 '원더풀'이라고 하는 대사도 원래는 없었는데 미국에서 몇달 살면 그 정도 말은 한국 할머니라도 할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대사를 넣었다"라며 자신의 제안으로 완성된 장면을 이야기했다.
영화를 촬영할 당시 몹시 더운 날씨 때문에 고생이 많았다며 배우들은 입을 모았는데 윤여정은 "에어컨도 고장나고 촬영할때는 동시녹음이라 에어컨을 켤수 없어서 덥기가 말로 다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걸 잊을 수 있었던 건 촬영 끝나고 숙소에 가면 밥을 먹을수 있다는 행복감이었다. 너무 밥에 집중하는 것 같지만 그만큼 일도 열심히 했다"라며 특유의 유머 감각을 뽐냈다.
윤여정은 영화 '미나리'에 대해 "놀라움을 준 작품이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촬영 할때는 아무 생각없이 했고, 빨리 끝내고 시원한데 가고 싶었다. 완성된 영화를 선댄스 영화제에서 보고 사람들이 좋아하고, 특히 미국 사람들이 좋아해서 좀 놀랬다. 저는 처음 영화볼때 배우들의 연기를 살피느라 바빴는데 영화를 보고나서 배우들도 울고 관객도 울더라. 나만 빼고 다 우는 것 같았다. 무대 인사를 하기 위해 정이삭 감독이 무대위에 올라가는데 관객들이 기립박수를 보낼때 그제서야 나도 눈물이 나더라. 영화 때문에 운건 아니고 젊은이들이 뭔가를 이뤄내는 걸 보는게 너무 장하고, 갑자기 애국심이 폭발하는 것 같더라."라며 선댄스 영화제에서 처음 느꼈던 뜨거운 관객의 호응과 그로인해 벅찬 순간을 이야기했다. "그 이후 제가 상을 몇개 더 받는 것도 사실 놀라운 일이고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경악스럽다"라며 오스카 기대작으로 세상의 관심을 받고 있는 심경을 밝혔다.
윤여정은 극중에서 '원더풀'이라며 관객들에게 황홀한 순간을 선사하는데, 이 작품에 참여한 배우로서 원더풀한 순간은 언제일까? 그는 "제 촬영이 다른 배우들보다 몇일 일찍 끝났다. 그때 정이삭 감독이 국적도 다양한 스태프들을 데리고와서 저에게 큰절을 시키더라. 정말 깜짝 놀랐고,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 촬영하느라 다들 힘들었는데 큰절까지 가르치며 나를 감동시킨 배려심이 너무 고마웠다. 그 순간의 사진이 없고 기록으로 남을만한게 없다는게 너무너무 아쉽다"라며 마지막까지 유난히 가족같았던 현장의 분위기를 이야기했다.
윤여정은 "우리 영화는 음식으로 치면 아무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아 담백하고 순수한 맛이다. 요즘 분들은 양념이 쎈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시던데 이렇게 담백한 맛을 안 좋아하실까봐 걱정도 된다. 그래도 한번 드셔 보시라"며 독특한 비유로 영화를 추천했다.
영화 '미나리'는 3월 3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iMBC 김경희 | 화면캡쳐 화상기자간담회
Copyright © MBC연예.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