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미나리'"..정이삭 감독➝윤여정, 함께 완성한 의미 있는 성과(종합)[현장의 재구성]
[OSEN=선미경 기자] 배우 윤여정부터 스티븐 연, 한예리 모두 입을 모아 영화 ‘미나리’의 특별함을 언급했다.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공감대와 인간애가 담긴 작품, 그래서 더 특별한 신드롬의 주인공이 된 ‘미나리’였다.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의 개봉을 앞두고 26일 오전 온라인을 통해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미국에 있는 정이삭 감독과 스티븐 연, 캐나다 밴쿠버에서 촬영 중인 윤여정, 그리고 국내 홍보를 맡은 한예리가 참석해 ‘미나리’의 특별함에 대해 전했다.
이날 정이삭 감독은 ‘미나리’를 “매우 특별한 영화”라고 표현했다. 윤여정은 “굉장히 담백하고 순수한, 건강한 맛”이라며 기대를 당부했다. 실제로 이민 2세대인 스티븐 연은 ‘미나리’의 특별함을 언급하며 배우이자 프로듀서로서 남다른 의미를 전하기도 했다.
‘미나리’는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떠나온 한국 가족의 아주 특별한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지난해 제36회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 수상을 시작으로 전 세계 65관왕 156개 노미네이트를 기록 중이다. 특히 2021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유력 후보로 거론되며 전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작품은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관객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 보편적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 정이삭 감독은 섬세한 연출로 배우들의 앙상블을 아름답게 담아내며 호평을 얻고 있다.
정이삭 감독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다. 이 영화가 많은 호평을 받고 있는 사실 자체도 많이 놀랍고 신기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공감대를 일으키는 이유는 내 개인적인 이야기, 이민자와 관련된 이야기, 당시 시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가 아니라 보편적인 인간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극 중 가족이 겪고 있는 다양한 갈등과 고충에 대해서 사람들도 공감해주는 것 같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가족들이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공감하는 거 아닌가 싶다. 이러한 이야기를 하는 것에 있어서 특정한 나라, 민족은 중요하지 않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열연해준 배우들에게 영광과 감사를 돌렸다. 정이삭 감독은 “배우들이 너무 훌륭했다. 정말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정말 모든 배우들이 이 스토리 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서 함께할 수 있는 마음을 갖고 배역에 임했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배역을 잘 소화해줬고, 얼굴 표정만 봐도 인간애가 묻어나는 연기를 섬세하게 표현해준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미나리’는 윤여정에게도 특별함을 준다. 윤여정은 극 중 ‘할머니 같지 않은 할머니’ 순자 역을 맡아 연기상 26관왕을 기록하며 호평받고 있다. 윤여정은 “아직 상패를 1개만 받았다.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웃으면서도 ‘미나리’를 함께 작업한 모두와 특별한 감정을 공유했다.
윤여정은 ‘미나리’에 대해서 “나에게 굉장한, 경악을 금치 못하는 놀라움을 준 작품이다. 할 때는 아무 생각 없이 다 같이 했다. 나는 일을 빨리 끝내고 시원한 데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선댄스에서 보고 사람들이 막 좋아해서 조금 놀랐다. 여기까지 감독님이 너무 고맙다고 했다. 처음 영화를 볼 때 나는 ‘예리가 뭘 잘못했나, 스티븐이 뭘 잘못했나, 내가 뭘 잘못했나’ 그런 것만 연구하고 보자 잘 못 본다”라며, “다 울어서 감독님에게 ‘사람들이 왜 우냐?’고 하니까 ‘선생님만 안 운다’고 하더라”라고 털어놨다.
이어 “감독님이 스테이지에 올라갔는데 사람들이 다 기립박수를 치는데 그때 울었다. 나는 나이 많은 노배우라서 젊은 사람들이 뭘 이뤄내는 걸 볼 때 굉장히 장하고, 갑자기 애국심이 폭발한다. 그래서 지금 내가 상을 몇 개 받았다고 하는 것도 너무 놀라운 일이고 우린 이런 것을 상상하고 만들지 않았다. 경악스러울 뿐이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윤여정이 연기한 순자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정이삭 감독의 열린 마음은 덕분이기도 했다. 윤여정이 어떤 틀에 갇혀서 연기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열어놓고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 윤여정은 “자유를 줬다”라고 표현했다.
윤여정은 “(순자 캐릭터에)중점을 둔 것은 아니고 감독님이 그렇게 썼다. 참 좋았던 것은 어떤 감독들은 배우를 꼭 가둬놓는다. ‘이렇게 해 달라’라고 요구한다. 나도 배우 생활을 오래 했으니까 첫 질문에 ‘할머니 흉내를 해야 하냐?’라고 했다. 그랬더니 ‘절대 그럴 필요 없고, 선생님이 하시라’라고 했다. 내가 속으로 A+를 줬다. 그래서 나는 자유를 얻었다. 감독님과 내가 같이 만든 캐릭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극 중 바퀴달린 집에 대해서는 할머니도 정상적인 집이 아니라는 것을 알 거다. 딸을 응원해주느라 괜찮다고 하는 위로의 말이다. 내가 코미디로 한 것은 아닌데 자꾸 코미디라고 한다. 자유롭게 보실 수 있으니까 괜찮다. 내가 뭘 계획적으로 하는 사람이 못 된다”라고 웃으며 덧붙였다.
정이삭 감독은 실제로 영화를 만들며 할머니에 대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고. 그는 “할머니 생각이 난다. 인천 송도에서 교수 생활을 했었는데, 사무실에 앉아서 밖을 보면 갯벌이 보였다. 주로 나이가 있으신 여성들이 조개를 캐는 모습을 봤는데 할머니가 많이 생각 났다. 할머니는 한국전쟁에서 남편을 잃으셨고, 과부로 어머니를 키우셨다. 생계를 위해 조개를 캐기도 했다. 할머니가 안 계셨다면 내가 여기서 이렇게 가르칠 수 있을까 생각했다. 할머니 이야기를 할 때마다 이렇게 눈물이 난다. 할머니 생각하면 울컥하는 게 있더라”라고 털어놨다.
극찬받는 윤여정 뿐만 아니라 스티븐 연과 한예리도 배역 속으로 들어갔다. 스티븐 연은 한국어를 구사하며 연기 뿐만 아니라 프로듀서로도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한예리는 첫 할리우드 작품으로 낯선 환경에 적응하며 야무지게 역할을 소화해냈다.
한예리는 “처음에 현장에 갔을 때는 사실 빨리 적응하고 촬영을 하고 잘해야겠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 그때는 부담감이나 모니카의 마음을 살필 여력이 없었다. 내가 뭔가 해내야 하는 것에 급했다”라며, “다 찍은 후에 뭔가 모니카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지금 벌어지는 이런 상황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부부니 닮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한예리는 “우리 부모님 세대에 대한 이해들, 연기를 하면서 부모님에 대한 마음들 그런 것들이 좀 더 많이 생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세대에 있는 친구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좀 더 부모님과 그 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지점들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전했다.
‘미나리’는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이 훌륭한 작품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낯선 곳에서 촬영하면 한 곳에 뭉친 배우들의 끈끈함이 있었기 때문에 더 조화로운 연기가 완성됐다. 실제 가족처럼 잘 어울리고 스며든 이유가 있었던 것.
한예리는 “우리가 윤여정 선생님과 제가 한 집에서 지내게 됐다. 그 집에서 주로 모이고 밥을 먹고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들이 많았다. 번역본을 문어체에서 구어체에 가깝게 바꿀 수 있었다. 그런 시간들이 우리에게 충분이 있었고, 영화 촬영을 들어가기 전에 모여서 한 주 한 주 찍을 분량만큼의 대본을 수정할 수 있었다. 그런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빠르게 진행될 수 있었고, 시나리오에 대해서 깊이 있게 대할 수 있어서 굉장히 좋았다”라고 추억했다.
스티븐 연도 “모든 것들을 잘 해나갈 수 있었던 것은 훌륭한 동료 배우들과 함께 해서였던 것 같다. 다 같이 이 작품에 헌신하면서 많은 노력을 했고, 감독님의 시나리오가 너무 훌륭했기 때문에 배우들이 정말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완벽한 시나리오에 적합한 배우들이 만나서 뭔가를 함께 이뤄냈다고 생각한다. 다 함께 합심해서 뭔가 위대한 것을 같이 만들어간다는 느낌으로 작업했다. 가족처럼 행동하면서 작업했다”라고 회상했다.
윤여정은 이 작업을 함께 해준 감독, 배우들 뿐만 아니라 곁에서 그를 지지해준 지인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모두 한 마음으로 함께 작업한 작품이라 ‘미나리’ 신드롬이 더욱 특별했다.
정이삭 감독은 이번 작품을 작업하며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지만 참 특별했던 추억을 남기게 됐다. 그는 “스트레스를 참 많이 받았다.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했다. 마지막 장면을 찍고 다 같이 부둥켜안았던 기억이 난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우리가 가족으로서, 하나의 팀으로서 같이 해냈다는 느낌이 즐거웠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스티븐 연도 “원더풀한 순간들이 너무 많다. 촬영 때 다 좋았던 것 같다. 가장 만족스러웠던 것을 꼽자면 음식이었던 것 같다. 같이 밥을 먹으면서 우리가 교감하고 마음이 맞는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라고 덧붙이며 함께 한 감독과 배우들에 대한 애틋함을 드러냈다.
한예리도 “좋았던 순간들이 너무 너무 많아서 다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다. 우리가 촬영을 끝낸 후에 먹던 식사 시간들이 기억이 많이 난다. 그때가 너무 좋았고 가장 그립다. 지금도 한국에서 혼자 프로모션을 하고 있지만 너무 외롭고 보고 싶다. 다들 진짜 많이 다 그립다. 그 시간도 그립다. 빨리 코로나가 괜찮아지고 다 같이 모여서 밥 먹었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밝혔다.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영화인 만큼 정이삭 감독에게도, 실제 이민자로서 공감하고 자연스럽게 느낀 스티븐 연에게도, 처음 도전하는 할리우드 작품인 한예리에게도, 그리고 무엇보다 큰 찬사를 받는 윤여정에게도 모두 특별한 ‘미나리’였다. ‘미나리’라는 한 작품을 생각하는 배우들의 끈끈함이 있었기에 더 특별하고 아름답게 완성된, 그야말로 ‘원더풀’한 이야기였다.
내달 3일 개봉. /seon@osen.co.kr
[사진]판씨네마 제공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