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삭 감독 "이민 가족 이야기..한국 관객 반응 궁금하다"(종합)
스티븐 연 "아버지 세대 이해 계기"
"열려있는 '식탁'"..3월3일 국내 개봉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영화 '미나리'의 배우들과 감독이 오는 3월3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한국 관객들을 만나는 떨리는 마음을 전했다.
26일 화상으로 진행된 '미나리' 기자간담회에는 정이삭(리 아이작 정) 감독과 배우 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이 참석했다.
'미나리'는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떠나온 한국 가족의 아주 특별한 여정을 담은 이야기다. 도시를 떠나 미국 아칸소의 외딴곳으로 이사 간 한국 가족이 희망을 품고 새롭게 농장을 가꾸며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정 감독은 "영화가 많은 호평을 받는 자체가 놀랍고 신기하다"며 "한국 관객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저희 영화는 언제나 열려있는 '식탁'이다. 관객들이 언제든지 맛있게 음식을 먹었으면 좋겠다"고 개봉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영화는 실제 어린 시절 미국 아칸소에 이민 온 부모님을 둔 한국계 미국인인 정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
직접 각본을 쓴 정 감독은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라며 "많은 관객에게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건 제 개인적인 이야기라거나 이민자 또는 그때의 시대적 상황을 담은 이야기라서가 아니라 우리네 보편적인 인간관계를 잘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이삭 감독 "배우들, 깊이 있는 연기력…하나의 힘으로 이뤄낸 작품"
정 감독은 한국적 요소가 담긴 이민자의 삶과 당시의 미국 모습을 균형 있게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 그는 "이민자의 이야기와 당시 미국 농민의 삶의 균형점을 찾는 게 중요했다"며 "미술감독님이 세밀하게 잘 살려주셨고, 배우들도 그 시절의 감정을 잘 표현해줬다. 개인이 아닌 모두가 하나의 힘으로 이뤄낸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아빠 '제이콥' 역의 한국계 미국인 배우 스티븐 연도 이민 가정의 경험을 떠올리며 연기에 몰입했다. 그는 "부모님과 4살 때 미국으로 건너왔다. 2세대 이민자이지만, 영화를 통해 아버지 세대를 잘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제이콥'이 제 아버지를 롤모델로 삼았다고 할 수 없지만, 연기하면서 '내가 내 아버지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틀에 박힌 '아저씨' 모습을 연기하고 싶지 않았고, 그 시절의 '제이콥'을 있는 그대로 제가 공감하는 모습으로 연기하고 싶었다. 자연스럽게 이해하며 연기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또 캐스팅이 좋았다고 했다. 그는 "모든 걸 잘해나갈 수 있었던 건 훌륭한 동료 배우들이 함께했기 때문"이라며 "훌륭한 시나리오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배우들이 최선을 다했다. 완벽한 시나리오에 적합한 배우들이 만났고, 모두가 합심해 위대한 것을 같이 만들어나간다는 생각으로 한 가족처럼 작업했다"고 밝혔다.
'미나리'에 제작자로도 참여한 스티븐 연은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내용 자체가 신선했다"며 "미국에서 한국계 배우로 일하다 보면 소수 인종을 다루는 스크립트를 많이 받게 된다. 주로 백인의 시선으로 바라보거나 그 인종의 문화를 설명하는 내용이 많은데, 이 작품은 가족의 이야기로 공감할 수 있는 주제였다"고 말했다.
윤여정 "26관왕? 실감 못해…연기 인생에 놀라움 준 작품"
이어 "현재 저는 캐나다 밴쿠버에서 촬영하고 있다"며 "저희는 한 식구처럼 영화를 만들었다. 적은 돈으로 기대도 안 했는데 큰 관심을 받게 됐고, 처음에는 좋았는데 지금은 실망하실까 봐 걱정스럽고 떨리기도 한다"고 밝혔다.
호평을 받은 연기에 대해 "제가 계획적으로 하는 사람은 아니다"라며 "정 감독과 작업하면서 좋았던 건 자유를 준 것이다. 어떤 감독은 배우를 가둬두는데, 처음에 할머니 역할에 대한 요구를 물으니 제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 그래서 제가 (정 감독에게) 에이플러스(A+)를 줬다"고 미소 지었다.
윤여정의 연기 인생에서 '미나리'는 놀라운 작품이라고 했다. 그는 "경악을 금치 못하는 놀라움을 준 작품"이라며 "촬영할 때는 아무 생각 없이 일을 빨리 끝내고 (당시 더위에) 시원한 곳으로 가야겠다는 생각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선댄스 영화제에서 미국 사람들이 좋아해서 놀랐다. 눈물을 흘려 의아했는데, 감독이 무대에 올라갔을 때 다들 일어서서 박수를 치는 걸 보고 저는 그때 울었다"며 "저는 노배우이지 않냐.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뭔가를 이뤄내는 걸 보면 장하다. 너무 놀랍고, 이런 걸 상상하며 만들지 않았는데 경악스러울 뿐"이라고 웃었다.
아울러 "제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아무 조미료가 안 들어가 있다. 그래서 담백하고 순수한 맛이 있다. 건강하니까 잡숴보시라"고 덧붙였다.
한예리는 "촬영할 당시 윤여정 선생님과 한집에서 지내며 밥을 먹고 시나리오 얘기를 하는 시간이 많았다. 번역본을 문어체에서 구어체로 바꾸고 촬영 전 대본을 수정하면서 깊이 있게 시나리오에 다가갈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저도 스티븐 연과 마찬가지로 연기를 하면서 부모님 세대에 대한 이해가 많이 생겼다. 저희 세대가 이 영화를 통해 부모님 세대와 소통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며 "제가 이 영화를 사랑하는 만큼 좋은 성적이 있었으면 좋겠다. 열심히 한 만큼 많이 사랑해달라"고 당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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