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 도전과 변화 통해 성장하는 e스포츠 [고용준의 e스포츠 엿보기]

고용준 2021. 2. 26.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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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엇게임즈 플리커.

[OSEN=고용준 기자] 코로나19 펜데믹의 여파는 해가 바뀐 2021년에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1년이 늦춰진 2021 도쿄올림픽 개막 역시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최근 열린 테니스 4대 메이저대회 중 하나인 ‘2021 호주 오픈’은 무관중으로 진행하다 마지막 나흘에만 관중 입장이 허용됐다. 확진 선수가 나왔던 국내 남자 프로배구도 2주간 중단됐다. 전통 스포츠의 일정이 들쑥날쑥 하고, 정상적으로 일정을 소화하지 못하는 것 모두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른 여파다. 

이런 세태 속에서 e스포츠가 어느 산업보다 빠르게 코로나 시대에 맞춰 변화를 꾀하며 4차 산업 혁명의 총아가 되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0 이스포츠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e스포츠 산업 규모는 2019년 기준 1398억 원으로 전년 대비 22.8% 성장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니코파트너스가 지난 해 8월 발간한 '아시아 e스포츠 리포트’는 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에서는 위축 됐지만 온라인으로 대회가 재개 되면서 e스포츠 스트리밍 시청률은 코로나19 이전보다 75∼100% 증가했고, 게이머의 게임 이용 빈도도 50% 이상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게임 생방송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는 코로나19가 심각해진 지난 3월 이후 평균 뷰어, 활동하는 스트리머, 총 스트리밍 시청 시간 등이 모두 10% 이상 증가했다. 게임 시장 전문 조사기관 뉴주는 2020년 e스포츠 중계권료를 전년 대비 17.3% 증가한 1억 8540만 달러로 추산했다. 

어떻게 보면 사실 e스포츠는 코로나19의 확산 전부터 이미 비대면 운영에 준비가 돼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축구, 농구 등 선수들이 직접 부딪혀야만 하는 전통 스포츠에 비해 e스포츠는 첫 시작부터 온라인으로 경기를 진행해 왔다. 그러니 e스포츠는 코로나19 시대에 보다 어느 산업보다 빠르게 적응해 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e스포츠의 성장은 환경적 여건과 잘 맞아떨어진 태생적 조건 때문만은 아니었다. e스포츠 역시 비대면 시대에 보다 많은 대중들에게 다가서기 위해 변화를 꾀했기 때문이다.  

▲ 온택트로 열린 ‘WCG 2020 커넥티드’

‘e스포츠계의 올림픽’으로도 불리는 WCG는 지난해 진행한 ‘WCG 2020 커넥티드(CONNECTED)’를 온택트 방식으로 개최했다. 2000년 첫 대회를 시작으로 오랜 역사와 노하우를 가진 WCG지만 온라인으로의 대회 개최는 처음이었다. 이에 예년과 달리 선수들의 안전한 대회 참가와 기술적 여건을 고려해 전세계 e스포츠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한국과 중국의 국가 대항전 성격의 e스포츠 페스티벌로 진행됐다. 

‘WCG 2020 커넥티드’가 특별했던 이유는 따로 있다. WCG 2020 커넥티드’에 참가한 한국과 중국의 선수들은 대회가 끝날 때까지 직접 마주친 적이 없다. 서울과 상하이에 스튜디오를 두고 이원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두 곳의 스튜디오를 똑같은 디자인으로 제작했고, ‘디오라마 아레나‘를 통해 시청자와 팬들에게 현장감을 전달할 수 있는 신선한 방식을 채택했다. 이를 통해 시청자들은 양국 선수들이 마치 한 장소에서 경기를 펼치는 것처럼 느낄 수 있었다. 승자와의 인터뷰에는 한국과 중국에서 각각 100명씩 참가할 수 있는 다중 화상 연결 방식으로 팬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e스포츠와 TV 버라이어티 방송을 결합해 WCG가 게이머들만의 축제가 아닌 비게이머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소통’을 강조한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이를 통해 게임이 전할 수 있는 ‘소통’과 ‘화합’이라는 긍정적 가치를 전달하고, 매스 미디어를 통한 WCG의 홍보를 극대화하려는 노력을 전했다. 

▲ 무관중, 개최지의 한계도 문제 없다 

국내 최대 e스포츠 리그인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2020’과 ‘2021’은 코로나19에 맞서 재택 경기, 무관중 결승전 등 유례 없던 방식으로 진행됐다. 팬들이 직접 경기장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다양한 중계 플랫폼괴 세계 최고 수준의 중계 방송으로 팬들에게 리그를 시청할 수 있는 큰 기쁨을 주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3년 만에 담원 게이밍이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2020’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코로나19의 위세를 무력하게 만들기도 했다. 매년 롤드컵은 개최국의 여러 도시를 순회하며 토너먼트를 진행했기 때문에 개최 여부가 불투명 했던 상황이었지만 상하이 한 곳에서만 모든 경기를 개최해 안전을 기약했고, 누적 시청 시간이 10억 시간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 흥행을 기록했다.

펍지 제공.

펍지는 최근 ‘배틀그라운드’ 글로벌 e스포츠 대회인 ‘펍지 글로벌 인비테이셔널.S’(이하 PGI.S)를 8주에 걸쳐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접목한 e스포츠 대회로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대회 진행방식이라는 점에서 e스포츠의 특성을 잘 살렸다는 평이다.

각국에서 한국과 차이 없이 경기 진행이 가능한 중국 대만 일본은 온라인으로, 핑 문제로 인해 온라 인 진행이 불가능한 유럽, 북·중남미, 동남아시아 팀들은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에 마련된 경기장에서 대회에 참여하고 있다.

크로스파이어의 e스포츠 대회 ‘CFS 2020그랜드 파이널’ (이하 CFS 2020)도 지난 12월 3일부터 나흘 동안 서울 동대문구 ‘브이 스페이스’에서 개최됐다. 코로나19로 인한 제반 환경을 고려해 2014년 서울 상암동 대회 이후 만 6년 만의 에서 개최된 것. 

각 선수단은 한국 입국에 따른 방역 당국의 지침에 따라 14일간의 격리와 코로나 19 검사 이후대회에 참가했고, 전 경기가 무관중으로 진행되는 등 철저한 방역 통제 속에서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다. CFS는 국내 e스포츠 중계 사상 최초로 방송 화면 전체를 XR(확장현실, eXtended Reality)로 구성해 눈길을 끌었다.

▲ 2021년 더욱 기대되는 e스포츠 
이처럼 e스포츠는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기존 방식이 아닌 각 리그에 맞는 형태로 성장을 거듭했다. 이는 분명 전통 스포츠가 정해진 룰과 경기방식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과 비교해 e스포츠가 가지고 있는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e스포츠는 경기에 참가하는 선수의 모습과 경기 화면이 분리가 될 수 있고, 선수의 모습보다 경기 화면 내 유닛들의 움직임이 보다 중요하다는 특성이라 할 수 있다. 한국 e스포츠 관계자들은 이런 산업적 특수성을 적극 활용했고,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기반을 코로나 19 상황 속에서도 이뤄냈다. 

경기장 조감도. /항저우 아시안게임 위원회 제공.

이 같은 발판으로 e스포츠의 성장세는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미 각 지자체에서 e스포츠 경기장을 개관하고, 지역 아마추어 리그를 개최하는 것은 오래된 이야기가 됐다. 해외로 눈을 돌리도 마찬가지다. 캐나다의 e스포츠 엔터테인먼트 기업 오버랙티브 미디어는 약 5억 달러를 들여 토론토에 e스포츠 경기장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e스포츠가 정식정목으로 확정된 2022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는 2만 4200평, 4000석 규모의 e스포츠 경기장 건설이 확정됐다. e스포츠 인프라가 늘어나고 있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종목과 선수들은 앞으로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아직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올해도 e스포츠를 포함한 많은 스포츠 대회들이 무관중, 온라인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온택트라는 방식을 채택해 기술력과 참신함이 돋보였던 WCG, 무관중으로 안정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잡은 CFS와 LCK. 글로벌한 리그들이 각자 만의 방법으로 활로를 모색했기에 e스포츠를 한단계 발전시킬 수 있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WCG와 CFS, LCK 같은 세계적인 대회들이 새로운 방법으로 꾸준히 대회를 개최하며 작년의 경험을 통해 산업적 특성의 유리한 고지에 운영 노하우까지 쌓았다”라며 “올해는 해당 대회들이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e스포츠 산업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모습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 scrapp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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