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맛"..정이삭 감독x스티븐 연➝한예리x윤여정, '미나리'가 특별한 이유[종합]
[OSEN=선미경 기자] "특별한 영화, 순하고 건강한 맛."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의 기자간담회가 26일 오전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정이삭 감독을 비롯해 스티븐 연과 한예리, 그리고 윤여정이 화상으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영화 출연을 결정한 이유부터 촬영 에피소드까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이날 먼저 정이삭 감독과 배우들은 ‘미나리’의 한국 개봉을 앞둔 소감을 전했다. 정이삭 감독은 “캘리포니아에서 인사드린다. 많은 관심 보여드려서 감사하다. 개인적인 영화이기도 한데 한국 관객들의 반응이 굉장히 궁금하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한국 생각을 많이 했다”라고 말했다.
윤여정과 스티븐 연은 한국 개봉을 앞두고 떨리는 소감을 전했다. 윤여정은 “캐나다 밴쿠버에서 촬영하고 있다. 감독님하고 심정이 똑같다. 한국 관객들이 우리 영화를 어떻게 보실지 궁금하다”라며, “우리는 식구처럼 이 영화를 만들었다. 적은 돈으로. 그래서 이런 관심을 생각도 안 하고 기대도 안 했는데, 너무 큰 관심이 있어서 처음에는 좋았는데 지금은 걱정스럽고 떨린다”라고 털어놨다.
스티븐 연도 “한국에서 우리 영화를 보여줄 수 있어서 매우 기쁘다. 감독님, 윤여정 선생님과 같은 생각이다. 한국과 미국인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영화이고, 사람에 대해 보여줄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나도 많이 떨린다”라고 말했다.
한예리는 “조금 있으면 한국에서 개봉을 하게 되는데, 내가 한국에 있기 떄문에 직접적으로 관객들의 피드백을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이 영화를 사랑하는 만큼 좋은 성적이 있었으면 좋겠고,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미나리’는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떠나온 한국 가족의 아주 특별한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는 이야기다. 실제 미국에 이민 온 부모님을 둔 정이삭 감독은 미국 남부 아칸소라는 시골 마을의 농장에서 자랐다. 딸에게 자신이 어디에서 왔고, 미국에 오기 위해 부모님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설명하려는 자신의 모습에서 시작한 영화.
정이삭 감독은 ‘미나리’가 그의 자전적인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공감을 받는 것에 대해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다. 이 영화가 많은 호평을 받고 있는 사실 자체도 많이 놀랍고 신기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공감대를 일으키는 이유는 내 개인적인 이야기, 이민자와 관련된 이야기, 당시 시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가 아니라 보편적인 인간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한다”라고 생각을 밝혔다.
이어 “극 중 가족이 겪고 있는 다양한 갈등과 고충에 대해서 사람들도 공감해주는 것 같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가족들이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공감하는 거 아닌가 싶다. 이러한 이야기를 하는 것에 있어서 특정한 나라, 민족은 중요하지 않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이삭 감독은 출연한 모든 배우들에게 고마워했다. 그는 “배우들이 너무 훌륭했다. 정말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정말 모든 배우들이 이 스토리 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서 함께할 수 있는 마음을 갖고 배역에 임했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배역을 잘 소화해줬고, 얼굴 표정만 봐도 인간애가 묻어나는 연기를 섬세하게 표현해준 것 같다”라고 칭찬했다.
정이삭 감독의 극찬처럼 ‘미나리’는 모든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연기상 26관왕을 기록 중인 윤여정은 물론, 스티븐 연과 한예리, 그리고 아역 앨런 김과 노엘 케이트 조까지 섬세한 연기로 감동을 준다.
스티븐 연은 이민자 2세대로서 극 중 제이곱을 연기한 것에 대해서 “나 또한 이민 가정에서 자랐고, 부모님과 4살 때 미국으로 건너왔다. 제이곱이 좋았던 것은 매우 진실된 캐릭터고, 대사가 많지는 않지만 큰 상황을 설명해주면 그 상황 내에서 제이곱의 배역을 연기해나가야 했다. 이 영화를 통해서 아버지 세대를 잘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1세대, 2세대 간에는 미묘한 세대 차이가 있다. 이전에 나는 아버지를 볼 때는 본모습보다는 문화적이나 언어적 장벽이 존재해서 개념적이고 추상적으로 봤던 것 같다. 영화를 통해서 아버지 세대와 사람 그 자체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됐다”라고 전했다.
이어 “아버지를 극 중 제이곱과 관련해서 롤모델로 삼았다고 말할 수 없지만 연기해나가면서 ‘내가 내 아버지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렇다고 틀에 박힌 그 시절 아저씨의 모습을 연기하고 싶지 않았고, 그 시절에 살았던 제이곱의 모습 그 자체를 내가 공감하는 상태로 연기하고 싶었다. 이해하는데 쉽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이해해 나가면서 연기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또 스티븐 연은 극 중 부부로 호흡을 맞춘 한예리와의 연기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뭐를 생각했다기보다 자연스럽게 그런 연기가 나왔다. 상대 배역으로서 한예리는 배우 진솔한 분이라고 생각했고, 그냥 자연스럽게 연기했다. ‘우리가 어떤 부부였을까, 어떤 의미였을까, 존재였을까’ 이런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서로 항상 생각이 같지는 않았지만 좋은 다름이었다고 생각된다. 서로 생각하는 것을 인정해주는 방식으로 연기했다”라고 말했다.
스티븐 연은 “서로 ‘이런 것을 이뤄내보자’고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연기했다. 같이 연기한 장면이 다 좋았는데, 극 중 하나를 꼽으면 폴이 식사에 초대된 후 이후 약간의 다툼이 있는 장면이다. 그 장면도 NG없이 찍을 수 있었다. 거기에는 감독님의 연출력도 돋보였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같이 배역을 소화하는 것에 있어서 자연스럽게 나왔고 모든 것이 즐거웠다”라고 덧붙였다.
한예리도 “장면마다 이렇게하자는 아니었지만 서로가 뭘 해야 하는지, 너무 제이곱과 모니카처럼 그 장소에 있었다. 스티븐은 너무 솔직하게 ‘나는 지금 이게 필요하고, 도와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너무 건강하고 진심으로 이 영화를 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너지가 건강하다. 영화 안에서 충돌할 때도 그 감정을 느끼고 느낀 만큼 리액션하면 될 정도로 제이곱의 뜨거운 마음이나 열정 외로움까지 충분히 느낄 수 있어서 감사한 파트너였다”라고 칭찬했다.
정이삭 감독은 ‘미나리’를 통해 이민자 가정 뿐만 아니라 1980년대 미국의 모습도 녹여냈다. 이에 대해서 정이삭 감독은 “우리 영화에 한인 이민자의 이야기도 있고 한국적인 요소들도 있고 당시 미국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민자의 이야기와 당시 미국 농민들의 삶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당시 삶에 대해서 다양한 조사를 했다”라며, “그리고 미술감독님이 많은 도움을 줬다. 당시 디테일한 부분을 많이 살려줬고, 나도 시나리오에서 그 당시 가지고 있던 기억을 담으려고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배우들이 그 시절의 감성을 잘 살려서 연기했다는 거다. 우리 모두가 함께 해낸 하나의 콜라보 작품이다. 내 개인적인 아이디어를 실행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하나의 힘으로 같이 이뤄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스티븐 연 주연 뿐만 아니라 프로듀서로도 작품에 참여한 만큼 감회도 남달랐다. 스티븐 연은 “처음 시나리오르 받았을 때 내용 자체가 신선하다, 새롭다는 느낌이 들었다. 캐릭터에 대한 시선도 마음에 들었다. 소수인종을 다루는 스크립트를 많이 받게 되는데 관객에게 그 인종의 문화를 설명하는 스크립트가 많다”라며, “주 관객이 백인이기 때문이다. 백인이라는 주류의 시선으로 설명하려는 스크립트를 봤는데 감독님 작품은 정말 가족에 대한 스토리였고, 한국인이 쓴 매우 한국적인 스토리와 영화라고 생각했다. 내가 공감하는 주제를 다루기도 했고 워낙 감독님의 스크립트가 훌륭했기 때문에 참여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배우들은 한국 관객들에게 ‘미나리’에 대한 기대감을 당부했다. 정이삭 감독은 “나에게 매우 특별한 영화다. 다 촬영하고 나서도 배우들 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즐거운 관람 됐으면 좋겠다. 우리 영화를 ‘식탁’으로 비유하는데, 우리 식탁은 항상 열려 있기 때문에 관객들이 언제나 오셔서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윤여정도 “나는 이 영화를 왜 좋아했냐면 스크립트에 아무 조미료가 안 들어갔다. 굉장히 담백하고 순수한 맛이다. 내가 한국 사람이라 관객들을 아는데 너무 양념이 센 음식을 먹어서 우리 밥을 안 먹을 수도 있겠다 그게 걱정이다. 건강하니까 한 번 드셔보라”라고 당부했다.
‘미나리’는 내달 3일 개봉된다. /seon@osen.co.kr
[사진]판씨네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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