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현장]"공감대와 인간애"..정이삭 감독→윤여정, 직접 말한 '미나리' 신드롬 이유(종합)

이승미 2021. 2. 26.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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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공감을 이끌어내는 보편적 인간 관계와 인간애를 보여주는 영화". '미나리' 신드롬에는 이유가 있었다.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떠나온 한국 가족의 아주 특별한 여정을 담은, 2021년 전 세계가 기다린 원더풀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 '미나리'(정이삭 감독)가 오는 3일 개봉을 앞두고 화상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주연배우 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을 비롯해 메가폰을 잡은 정이삭 감독이 참석했다.

지난 해 선댄스영화제에서 최고상인 관객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한 '미나리'는 국내외 유수의 매체부터 폭발적인 극찬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 74관왕 157개 노미네이트라는 엄청난 기록을 세우며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및 미국배우조합상(SAG) 후보에까지 올랐으며 4월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유력한 후보작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나리'를 통해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영화한 미국 이민 가정 출신의 정이삭 감독은 첫 장편영화 '문유랑가보'로 제60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 카메라상,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후보에 오르며 영화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차세대 명감독이다. 정이삭 감독의 세심한 연출력과 더불어, '옥자' '버닝' 등으로 한국 관객에게도 친숙한 한국계 미국 배우 스티븐 연,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할리우드에 진출하게 된 한예리와 윤여정의 섬세하고 마음을 울리는 연기는 '미나리'의 감동을 더욱 끌어올린다.

이날 캘리포니아에서 화상 연결을 통해 간담회에 참석한 정이삭 감독은 "영화에 보여주시고 있는 한국 관객들의 큰 관심 감사하다.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기도 한데 한국 반응이 궁금하다. 영화를 만들면서 한국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했다"고 첫 인사를 건넸다. 정 감독은 '미나리'가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해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영화인데 많은 호평과 극찬을 받는게 놀랍고 신기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많은 관객들에게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이민자와 관련된 이야기나 시대상을 담고 있는 영화라서가 아니라 이 영화가 우리 보편적인 인간관계를 잘 보여주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관객분들이 극중 제이콥 가족이 겪는 갈등과 상황을 이해하고, 또 이 가족이 함께 어려움을 체쳐나가는 모습에 공감해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그리고 저희 배우들이 정말 훌륭했다. 깊이 있는 연기력을 선보여주셨다. 각자의 배역을 너무너무 잘 소화해주셨고 표정만 보더라도 인간애가 묻어나도록 연기해주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주연 배우들도 개봉을 앞둔 소감을 전했다. 현재 캐나다 벤쿠버에서 애플 플러스 드라마 '파칭코'를 촬영하고 있는 윤여정은 "우리 영화를 한국 관객들이 어떻게 보실지 궁금하다. 우리는 정말 식구처럼 작은 돈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 큰 관심을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큰 관심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 처음에는 큰 관심이 기뻤는데 지금은 너무 떨리고 긴장된다"고 전했다. 스티븐연 역시 "한국에서 우리 영화를 선보이게 돼 기쁘다. 이 영화는 한국과 미국의 문화적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영화이고 인간애를 보여줄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말을 보탰고 한예리는 "한국에서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 제가 한국에 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관객분들의 피드백을 스태프들과 배우들도 전달 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를 사랑하는 만큼 좋은 성적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전했다.

이날 주연 배우들은 모두가 촬영 내내 정말 한 가족처럼 지냈다고 입을 모았다. 한예리는 "저와 윤여정 선생님이 에어비엔비에서 함께 지내게 됐는데 그 집에서 모든 배우들이 와서 같이 밥을 먹고 시나리오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 했다. 그래서 함께 시나리오 번역본을 문어체에서 구어체로 바꿀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다. 항상 모여서 한 주 한 주 찍는 분량의 대본을 함께 수정할 수도 있었다. 덕분에 더욱 깊이 있게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스티븐 연은 "저희가 모든 것들을 함께 잘 해나갈 수 있었던 건 감독님 덕이 크다. 동료 배우들 뿐만 아니라 저 또한 많은 노력을 했고, 무엇보다 감독님의 시나리오가 너무 훌륭했다. 그 훌륭한 시나리오를 돋보이기 하기 위해 모두가 최선을 다했다. 출연했던 모든 배우들이 다 함께 합심해 같이 만들어나간 느낌이다. 촬영할 때도 정말 가족처럼 지냈다. 저는 숙소가 다른 곳에 이었지만 선생님과 한예리 씨가 지내는 곳에 가서 식사도 같이 하고 세탁도 같이하면서 정말 가족처럼 지냈다"며 웃었다.

"나는 좀 다른 이야기를 덧붙이겠다"고 입을 연 윤여정은 "저에게 이 시나리오를 전해준 친구가 있다. 그 친구가 제 걱정을 너무 했다. 인디 영화라서 제가 잘 못 먹을까봐 자기 휴가를 희생하고 미국까지 저를 따라왔다. 또 다른 저의 지인도 오게 됐는데, 그들이 이삭 감독님이 너무 짠하다고 도와주야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제 지인들이 와서 밥도 하고 영어 대본도 함께 수정하고 그랬다. 그런데 그런게 다 이삭 감독의 힘이다. 감독이 이상한 사람이었으면 제 지인들이 이삭 감독을 돕겠냐"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영화 속 주인공 처럼 실제로 미국의 이민 가정에서 자란 스티븐 연은 "저도 4살에 부모님과 미국에 건너가 미국 가정에서 자랐다"며 '미나리' 속 상황에 대한 공감대를 드러냈다. 그리고는 "저는 이 캐릭터가 참 진실된 캐릭터라서 좋았다. 그리고 이 영화를 통해서 아버지 세대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며 "이민 1세대, 2세대 간의 세대 차가 있다. 저는 예전에는 아버지를 관념적인 세대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이 영화를 통해서 어버지 대세를 더 이해하게 됐고, 이 영화를 통해서 제가 바로 그 아버지라는 걸 느끼게 됐다. 하지만 연기를 할 때는 틀에 박힌 아저씨의 모습이 아니라 제가 공감하는 제이콥이라는 자체로 연기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한예리 역시 '마나리'를 통해 부모님 세대를 이해하게됐다며 "처음에 현장에 갔을 때는 잘해야 된다는 생각에 모니카의 마음을 살필 여력이 없었다. 그런데 이 상황을 정신없이 받아들이는 저의 모습이 극중의 모니카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저도 이 영화를 통해 부모님 세대를 더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됐는데, 저희 세대에 있는 친구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부모님 세대와 더 소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어면 좋겠다"고 전했다.

벌써 미국 내 시상식에서 26관왕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고 있는 윤여정은 이에 대한 소감을 묻자 "직접 받은 상패는 한 개다. 말 로만 전해듣고 전혀 실감을 못하고 있다. 제가 미국 헐리우드 배우도 아니고 이런 경험이 없기 때문에, 그냥 나라가 넓으니까 상이 많구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극중 순자라는 캐릭터 구축 과정에 대해 "이삭 감독과 작업을 하면서 정말 좋았던 게 있다. 어떤 감독은 배우들을 '어떻게 해달라'고 강요하면서 배우들을 가둬 둔다. 그런데 이삭 감독은 달랐다. 이삭 감독의 할머니를 모델로 한 캐릭터임에도 어떤 강요도 하지 않고 저에게 만들어 갈 수 있는 자유를 줬다"고 설명했다.

'미나리'는 "경악을 넘어서 놀라움을 준 작품"이라고 말한 윤여정은 "사실 촬영할 때는 그냥 아무 생각없이 촬영했다. 그냥 빨리 촬영을 마치고 시원한 곳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만 했다. 그런데 촬영을 마치고 선댄스영화제에서 공개가 됐을 때 많은 사람들, 미국인들이 너무 좋아해서 좀 놀랐다. 이삭 감독이 우리 배우들에게 너무 고맙다고 하는데, 저는 처음 영화를 볼 때 그냥 배우들이 뭘 잘못했는지만 보였다. 그런데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이 너무 울더라. 나만 안울었다. 상영이 끝나고 모두가 일어나서 환호하는데 그제서야 울었다. 저는 지금 제가 상을 몇개나 받고 이런 것 자체가 놀랍다. 좀 경악스러울 정도다"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극중 부부로 연기를 펼친 스티븐연과 한예리는 서로의 호흡에 대해 말했다. 스티븐 연은 "한예리 배우님과 연기를 하면서 합을 맞춘다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연기했다. 한예리 배우는 매우 진솔하다. 한예리 배우와 제이콥과 모니카 부부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였을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항상 생각이 같지 않았지만, 좋은 이견(異見)이었다. 서로의 다른 의견을 인정해주는 방식으로 연기를 했다. 뭔가를 함께 이루자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모든게 자연스러웠다"고 전했다. 이어 한예리는 "스티븐과 모든 신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지만, 정말 제이콥과 모니카 처럼 그 장소에 있었다. 스티븐 같은 경우는 너무 너무 솔직하게 필요한 것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런 모습을 보니 정말 이 배우가 건강하고 이 영화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이 느꼈다. 제이콥의 마음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스티븐은 정말 최고의 파트너였다"며 웃었다.

'미나리'의 주연배우 뿐만 아니라 제작자로도 참여한 스티븐 연은 "처음 감독님의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내용 자체가 신선하고 새로웠다. 시나리오 속 시선도 마음에 들었다"고 제작 참여 이유에 대해 전했다. "한인 배우로서 일을 하다보면 소수 인종을 다룬 스크립트를 많이 받는다. 그런데 그런 스트립트는 대부분 관객에게 그 인종을 설명하는 식이 대부분이다. 보통 백인이라는 주류의 시선으로 설명하는 작품이 많다. 그런데 이 작품은 정말 가족에 대한 스토리였다. 매우 한국적인 스토리였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정이삭 감독과 주연배우들은 마지막으로 '원더풀'한 작품 '미나리'를 하며 가장 원더풀한 순간을 꼽았다. 정 감독은 "영화를 받으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 않으려고 했다. 병아리 부하장에서 찍은 신이 마지막 신인데, 그 촬영을 마치고 스티븐연 한예리 배우님과 부둥켜 안았다. 그때 보시던 스태프들이 다 박수를 치셨다. 참 감동적인 순간이다"며 미소 지었다. 스티븐연은 "원더풀한 순간이 너무 많았다. 그래도 가장 좋았던 순간은 촬영이 끝나고 항상 다 같이 모여서 밥을 먹었던 순간이다"고 말했고 한예리도 이에 깊이 공감하며 "저 또한 다같이 밥을 먹었던 순간이 너무 그립다. 제가 한국에서 혼자 프로모션을 하고 있는데 너무 외롭고 다들 너무 그립다. 코로나가 빨리 괜찮아져서 함께 만나 밥을 먹고 싶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윤여정은 "한 번은 이삭 감독이 제가 있는 곳에 모든 크루를 데리고 와서 큰 절은 한 적이 있다. 그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다"며 웃었다.

한편, '미나리'에는 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 앨런 킴, 노엘 조, 윌 패튼 등이 출연한다. 오는 3월 3일 개봉한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판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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