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육성일지도"..일제강점기 국외 강제동원 피해자 구술 기록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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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때 광주·전남지역에서 국외로 강제징병·징용된 피해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담은 구술집이 발간됐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강제동원 기록 구술 집 <배고픔에 두들겨 맞으면서도 하얗게 핀 가시나무 꽃 핥아먹었지> (미디어민·338쪽)를 펴냈다고 26일 밝혔다. 배고픔에>
구술집은 광주의 지원으로 시민모임이 지난 2018~2019년 광주·전남 일제 강제동원 생존피해자 31명을 만나 청취한 구술채록 자료를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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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때 광주·전남지역에서 국외로 강제징병·징용된 피해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담은 구술집이 발간됐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강제동원 기록 구술 집 <배고픔에 두들겨 맞으면서도 하얗게 핀 가시나무 꽃 핥아먹었지>(미디어민·338쪽)를 펴냈다고 26일 밝혔다. 기록 구술 집의 책 제목은 권창열씨의 증언에서 땄다. “아카시아 꽃이 3월 달이면 하얗게 피어요.…가서 고놈 핥아먹느라고 두들겨 맞아가면서도 일 안 나가고 고놈 핥아먹느라고. 아, 고놈이라도 핥아먹은께 살 것 같드란 말이요.”(권창열)
구술집은 1942~1945년 군인(8명), 군무원(8명), 노무자(9명), 여자근로정신대(6명)로 강제동원된 피해자 31명의 아픔과 삶의 행로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강제동원 피해자 31명 중 남자는 25명, 여자는 6명이며 피해자 가운데 조주호 어르신이 1922년생으로 가장 연장자였고, 오연임 할머니가 1936년생으로 나이가 가장 어렸다.
이들은 1941년 태평양전쟁으로 전선이 확전된 이후 전쟁에 동원할 노동력 부족이 심각해진 일제가 1942년부터 조선인 연행방식을 모집에서 관 알선으로 바꾸고 대대적으로 동원했을 때 피해를 보았다. 특히 전쟁 막바지인 1944년 4월에는 징병령을 실시해 조선 청년들을 ‘총알받이’로 연행하고 8월에는 국민징용령, 여자근로정신대령 등을 시행해 조선인 청장년과 어린 소녀들까지 마구잡이로 끌고 갔다.
당시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전쟁터나 강제동원지로 끌려가 배고픔과 공습의 공포 속에 신음하며 강제노역으로 고통을 받았다. 군인 구술자 8명은 대부분 1944년 징병제 시행 첫해 만 20살이 됐던 이들이었다. 이들은 징병 영장을 받고 일본, 중국, 대만, 필리핀, 베트남 등지의 전투현장으로 투입됐다. 군무원으로 동원된 8명은 일본 도쿄, 가고시마, 오키나와, 나고야 등 군사시설은 물론 남양군도까지 끌려갔다. 노무자로 동원된 9명은 탄광(3명), 군수회사(4명), 농사보조 노무원, 방공호 공사장에서 강제로 노동했다. 여자근로정신대 6명 중 3명은 아이치현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제작소로, 2명은 도야마현 후지코시강재 회사로 동원됐다. 나머지 1명은 만주 봉천에 있는 삼양사가 설립한 남만방적 공장으로 끌려갔다.
구술증언에는 징병검사에서 제2을종으로 군 면제 대상인데 징병됐던 이경석씨, 해방되고 결혼 보름 만에 영장이 나왔던 최영균씨 등 안타까운 사연들이 많다. “일본에 가면 공부도 시켜주고 돈도 벌게 해준다”는 말에 속아 끌려간 양금덕씨, “일본에 가면 밥도 배부르게 먹여주고 공부도 시켜준다”는 말에 속았던 김재림씨 등의 증언도 실렸다. 구술집은 광주의 지원으로 시민모임이 지난 2018~2019년 광주·전남 일제 강제동원 생존피해자 31명을 만나 청취한 구술채록 자료를 정리한 것이다.
구술집에 기록된 피해자 가운데 정유한, 김오곤, 조주호, 전홍일, 남정노, 권충훈, 곽옥남 등 7명의 피해자는 안타깝게도 구술집이 완성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이국언 시민모임 상임대표는 “1000여쪽이 넘는 방대한 구술자료를 일반 독자들이 읽기 쉽게 재정리했다. 현재 피해자들이 고령으로 세상을 등지거나 질병 등으로 증언이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이번 구술집이 마지막 육성 증언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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