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450명 디즈니 제작진 재택근무로 만들어 특별"(종합)[EN:인터뷰]
[뉴스엔 배효주 기자]
동남아시아를 배경으로 한 디즈니 새 영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작품에 참여한 한국인 최영재 애니메이터는 "동남아만을 특정한 게 아닌 아시아 전체를 아우르는 정서를 담은 영화"라고 설명했다. 또한, 디즈니의 450여명 제작진이 재택근무를 통해 만든 영화라는 사실을 알려 놀라움을 자아냈다.
오는 3월 4일 국내 개봉하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감독 돈 홀, 카를로스 로페즈 에스트라다)은 어둠의 세력에 의해 분열된 쿠만드라 왕국을 구하기 위해 전사로 거듭난 '라야'가 전설의 마지막 드래곤 '시수'를 찾아 위대한 모험을 펼치는 판타지 액션 어드벤처다. '겨울왕국' '모아나' 제작진이 선보이며, 디즈니 애니메이션 사상 처음으로 동남아시아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지금껏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이국적인 분위기와 색다른 볼거리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주인공 라야를 맡아 작업한 최영재 애니메이터는 2월 26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디즈니 근무 14년 차이며, 여태까지 참여한 작품은 '겨울왕국' 시리즈와 '주토피아', '모아나', '주먹왕 랄프' 시리즈가 있다"며 "캐릭터의 근육과 관절을 조종하고, 표정과 움직임을 통해 감정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화면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옷이나 머리카락 움직임을 제외한 모든 것을 애니메이터가 담당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주인공 라야는 드래곤의 수호자로, 돌이 된 아버지를 대신해 분열된 쿠만드라를 화합하고 악의 세력으로부터 세상을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끊임없이 정진하는 캐릭터이다.
최영재 애니메이터는 "라야는 액션을 많이 사용하는 캐릭터다. 특히 칼싸움과 격투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실제 동남아시아의 여러 국가들에서 행해지는 무술 등을 참고하고 영감을 받았다"며 "태국이나 라오스, 캄보디아에서 행해지는 무에타이나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의 전통 무술 등을 참고로 했다. 일단 카메라로 레퍼런스를 촬영한 후 그걸 보면서 많은 연구를 했다"고 설명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지 리서치다. 최영재 애니메이터는 "디즈니에서도 동남아시아를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은 처음이고, 감독 중에서도 동남아시아 출신은 없었기 때문에 제작진이 라오스와 캄보디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에 직접 가서 감성적이고 정서적인 부분이 올바르게 표현될 수 있도록 포커스를 맞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겨울왕국'을 할 때도 노르웨이나 핀란드, 스웨덴 등 북쪽 지방에서 거주하는 원주민을 사전 조사했고, '모아나'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고 전했다.
이번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에는 뮤지컬 시퀀스가 등장하지 않는다. 최영재 애니메이터는 "디즈니의 모든 애니메이션에 뮤지컬 시퀀스가 나오는 건 아니다. 한 번 뮤지컬 영화가 나왔으면, 다음 작품은 뮤지컬이 아닌 것으로 교대로 나오는 추세"라며 "지난 '겨울왕국2'가 뮤지컬 영화여서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뮤지컬 신이 없다. 내년도 신작은 뮤지컬 영화가 될 것 같다"고 귀띔했다.
향후 한국을 무대로 한 디즈니 애니메이션도 나올 수 있을까. 최영재 애니메이터는 "이번 영화를 만들기 전 디즈니 내의 동양인들이 소규모 그룹을 만들어서 여러 Q&A를 했다. 저는 한국적인 것도 많이 표현하고자 정보를 전달했으나, 동남아시아를 다루게 됐지만 아시아인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정서가 표현된 작품이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이다. 동남아라고 표현하기보단 아시아 전체를 표현하는 정서가 포함된 작품이다. 그런 부분에서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한국을 무대로 한 애니메이션이 나올 수도 있냐는 질문에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이전부터 이미 제작진들이 각자의 집에서 작업한 특별한 작품이다.
최영재 애니메이터는 "450명의 아티스트가 재택근무를 통해 프로덕션 전체를 완성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전작 '겨울왕국' 시리즈나 '모아나'와는 다르다"며"각자의 집에서 디즈니의 파이프라인을 통해 작업했는데, 이렇게 프로덕션을 마쳤다는 점에서 제가 다니고 있는 회사이지만 정말 놀랍다고 느꼈다. 미래가 한 발 성큼 앞으로 다가온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택근무의 단점도 분명 있다. 그는 "출퇴근을 하지 않아 편하지만 동료들에게 작품에 대해 물어보는 과정이 번거로워져 아쉽다. 작품을 창조하는 아티스트이기 때문에 주변인들에게 의견을 많이 물어보곤 하는데, 회사에 있을 때보단 그렇지 않아 어떨 땐 내가 잘 하고 있는 게 맞나 모를 때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실사의 경우 영화를 찍는 것이 자유롭지 않아졌지만, 애니메이션은 오히려 일이 많아진 것 같다. 디즈니 팀 모두가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그가 생각하는 디즈니만의 장점은 "회사 내에 실력있는 아티스트들이 정말 많다는 것"이다. 최영재 애니메이터는 "작품을 쉬는 동안은 숏필름이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고, 그 콘텐츠를 보여줄 수 있는 디즈니 플러스라는 OTT 플랫폼도 갖춰져있다. 또, 디즈니 테마파크에서도 작품을 연계해서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강한 특장점"이라고 전했다.
한국에서 나고 자라 30살에 미국으로 유학을 간 최영재 애니메이터. 그의 한국에서의 직업은 구두 디자이너였다.
"미국에서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전공했고, 졸업 후 운이 좋게 취직이 되었다"고 말한 그는 "처음에는 픽사에 근무하다 13년 전 디즈니로 옮겨와 근무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구두디자이너는 저의 첫 직업이었는데, 운이 좋아 제가 디자인한 구두들이 효자 상품에 등극했다.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할 때 제가 디자인한 구두를 신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너무나 신이 났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로는 땅만 보고 걸었다"고 회상했다.
영화 '쥬라기 공원'을 보면서 '나도 저런 CG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미국으로 향하게 됐다는 그다. 최영재 애니메이터는 "디즈니 입사를 꿈꾸는 중고등학생 분들에게서 연락을 많이 받는다. 지금부터 무엇을 준비하면 디즈니에 입사할 수 있는지 궁금해하시는데, 기술적인 부분에 치우쳐 생각을 하시는 것 같다. 물론 머리 속에 존재하는 것을 표현하는 수단이 툴이기는 하나 그것이 주가 될 수는 없다. 소프트웨어는 매년 개발 및 업그레이드 된다. 취직 후에는 전혀 다른 툴을 쓸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부터 기술을 익힐 필요는 없다. 다만 애니메이터는 배우처럼 배경 지식이 작품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전방위적으로 공부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작품은 판타지 어드벤처이나 주제는 신뢰와 공생이다. 공교롭게도 우리 모두가 현재 처한 상황을 연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관람을 독려했다.
3월 4일 개봉.(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뉴스엔 배효주 h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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