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칼럼]아이돌 단상(with 샤이니)
홍승한 2021. 2. 2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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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뜬금없지만 이 글은 며칠 전 방송 녹화 중에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한 멤버가 들려준 자신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지하철 안에서 빨리 달릴 때 그 노래를 듣는 중에 창문 사이로 벽이 지나가는 속도감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막 풀었었어요."'곡 제목은 뭐였어요?'라는 질문에 주저하듯이 머뭇거린 후에 한 헤비메탈 밴드의 이름과 곡 제목을 말해주었다.
이 청년은 대중적 감각과 개인의 음악성 사이에서 적절한 타협점을 찾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해왔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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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뜬금없지만 이 글은 며칠 전 방송 녹화 중에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한 멤버가 들려준 자신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나는 한 인터뷰 쇼의 인터뷰어이고 샤이니는 첫 번째 게스트였다. 음악에 관한 여러 질문과 대답들이 오갔고 그 맥락에서 자연스러운 궁금증으로 멤버들에게 물었다. 어린 시절 좋아했던 음악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예의 그 멤버에게서 헤비메탈이라는 대답이 나왔다. 아이돌 그룹이라는 선입견 때문이었는지 나는 다소 놀랐고, 나의 반응에 아랑곳 없이 그는 신이 나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내용은 이렇다.
“지하철 안에서 빨리 달릴 때 그 노래를 듣는 중에 창문 사이로 벽이 지나가는 속도감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막 풀었었어요.”
‘곡 제목은 뭐였어요?’라는 질문에 주저하듯이 머뭇거린 후에 한 헤비메탈 밴드의 이름과 곡 제목을 말해주었다. 오, 이런 모범생 같은 외모에 그 곡이라니.
왜 아까 이야기 하지 않았느냐라고 물어보니, 아까보다 한 호흡 더 주저하면서 말했다. 그 시절 메탈 음악의 대부분은 가사 때문에 19금이었고, 미성년자였던 시절 그 음악을 들었다는 것이 대중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걱정되었다고 말이다. 세시간 반에 걸친 긴 인터뷰에서도 뚜렷이 남아있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나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뜬금없지만 이 글은 며칠 전 방송 녹화 중에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한 멤버가 들려준 자신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나는 한 인터뷰 쇼의 인터뷰어이고 샤이니는 첫 번째 게스트였다. 음악에 관한 여러 질문과 대답들이 오갔고 그 맥락에서 자연스러운 궁금증으로 멤버들에게 물었다. 어린 시절 좋아했던 음악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예의 그 멤버에게서 헤비메탈이라는 대답이 나왔다. 아이돌 그룹이라는 선입견 때문이었는지 나는 다소 놀랐고, 나의 반응에 아랑곳 없이 그는 신이 나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내용은 이렇다.
“지하철 안에서 빨리 달릴 때 그 노래를 듣는 중에 창문 사이로 벽이 지나가는 속도감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막 풀었었어요.”
‘곡 제목은 뭐였어요?’라는 질문에 주저하듯이 머뭇거린 후에 한 헤비메탈 밴드의 이름과 곡 제목을 말해주었다. 오, 이런 모범생 같은 외모에 그 곡이라니.
왜 아까 이야기 하지 않았느냐라고 물어보니, 아까보다 한 호흡 더 주저하면서 말했다. 그 시절 메탈 음악의 대부분은 가사 때문에 19금이었고, 미성년자였던 시절 그 음악을 들었다는 것이 대중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걱정되었다고 말이다. 세시간 반에 걸친 긴 인터뷰에서도 뚜렷이 남아있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나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2.
칠 아웃 트랩(chill out trap)이라고 농담처럼 장르명을 붙였다. 인터뷰 중에 샤이니의 신곡을 듣고 장르가 무엇인지에 관해 설왕설래하다가 나온 말이다.
칠 아웃 같은 느낌도 있는데, 트랩의 느낌도 있다. 안정된 힙합의 비트가 더블업 되어 드럼앤 베이스로 바뀌고, 라틴 풍의 격정적인 멜로디가 갑자기 라운지의 나른함을 만든다. 심지어 후렴부분의 멜로디는 마이너 음계에서 도미넌트로 시작 되는데(응?이렇게 시도되는 곡이 있었나?) 멜로디의 시퀀스가 너무도 훌륭하다. 트랩장르에 매력있는 멜로디라니, 완전히 새로운 형식의 음악이다. 이쯤 되면 장르의 구분은 커녕 이름을 붙이는 것도 곤란해진다. 바위같이 단단하고 거친 사운드여서 록(rock)이라고 한 장르를 통칭하던 시절은 어떻게 보면 목가적인 느낌마저 든다. 대중은 새로운 것을 원하고, 기획사도 그에 맞추어 새로운 음악을 제공한다. 산업의 논리다. 수요가 있고 공급이 있다. 그래서 아이돌 음악 혹은 K-POP의 신보는 매번 첨단을 달린다. 마찬가지로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음악의 취향도 다양하다. 과연 대중음악은 어떤 타깃에 어느 정도 몰입해야 하는 것인가. 뻔하지만 잘 팔리는 음악을 만들어야 하는가,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야 하는가.
칠 아웃 트랩(chill out trap)이라고 농담처럼 장르명을 붙였다. 인터뷰 중에 샤이니의 신곡을 듣고 장르가 무엇인지에 관해 설왕설래하다가 나온 말이다.
칠 아웃 같은 느낌도 있는데, 트랩의 느낌도 있다. 안정된 힙합의 비트가 더블업 되어 드럼앤 베이스로 바뀌고, 라틴 풍의 격정적인 멜로디가 갑자기 라운지의 나른함을 만든다. 심지어 후렴부분의 멜로디는 마이너 음계에서 도미넌트로 시작 되는데(응?이렇게 시도되는 곡이 있었나?) 멜로디의 시퀀스가 너무도 훌륭하다. 트랩장르에 매력있는 멜로디라니, 완전히 새로운 형식의 음악이다. 이쯤 되면 장르의 구분은 커녕 이름을 붙이는 것도 곤란해진다. 바위같이 단단하고 거친 사운드여서 록(rock)이라고 한 장르를 통칭하던 시절은 어떻게 보면 목가적인 느낌마저 든다. 대중은 새로운 것을 원하고, 기획사도 그에 맞추어 새로운 음악을 제공한다. 산업의 논리다. 수요가 있고 공급이 있다. 그래서 아이돌 음악 혹은 K-POP의 신보는 매번 첨단을 달린다. 마찬가지로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음악의 취향도 다양하다. 과연 대중음악은 어떤 타깃에 어느 정도 몰입해야 하는 것인가. 뻔하지만 잘 팔리는 음악을 만들어야 하는가,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야 하는가.
3.
그런 고민에 빠질 때 헤비메탈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헤비메탈이라는 마이너한 장르를 듣던 소년은 지금 많은 대중을 만족시키기 위한 음악을 하며, 그런 맥락에서 인터뷰에서도 정제된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청년은 대중적 감각과 개인의 음악성 사이에서 적절한 타협점을 찾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해왔던 것일까. 그 청년들의 노력으로 인해 K-POP은 얼마나 확장되고 있는 것일까. K-POP은 이미 동아시아의 한 나라의 음악 장르가 아니다. 아까 얘기했던 칠아웃 트랩과 같은 농담 같은 신조어가 필요할 만큼 다양한 음악적 시도가 있는 한 경향성이다. 그래서 나는, 어쩌면 나중에 재즈-메탈-트립합 음악을 시도할지 모르는 헤비메탈을 좋아하던 한 청년에게 큰 애정을 가지게 되었다. 이 글이 실릴 때쯤이면 그 곡이 공개되었을것이다. 샤이니의 Don‘t call me. 농담처럼 규정지어진 칠아웃 트랩장르의 음악. 나는 이런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이 시대에게, 그리고 새로운 음악에 대한 시도를 두려워 않는 청년들에게 감사한다.
그런 고민에 빠질 때 헤비메탈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헤비메탈이라는 마이너한 장르를 듣던 소년은 지금 많은 대중을 만족시키기 위한 음악을 하며, 그런 맥락에서 인터뷰에서도 정제된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청년은 대중적 감각과 개인의 음악성 사이에서 적절한 타협점을 찾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해왔던 것일까. 그 청년들의 노력으로 인해 K-POP은 얼마나 확장되고 있는 것일까. K-POP은 이미 동아시아의 한 나라의 음악 장르가 아니다. 아까 얘기했던 칠아웃 트랩과 같은 농담 같은 신조어가 필요할 만큼 다양한 음악적 시도가 있는 한 경향성이다. 그래서 나는, 어쩌면 나중에 재즈-메탈-트립합 음악을 시도할지 모르는 헤비메탈을 좋아하던 한 청년에게 큰 애정을 가지게 되었다. 이 글이 실릴 때쯤이면 그 곡이 공개되었을것이다. 샤이니의 Don‘t call me. 농담처럼 규정지어진 칠아웃 트랩장르의 음악. 나는 이런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이 시대에게, 그리고 새로운 음악에 대한 시도를 두려워 않는 청년들에게 감사한다.
(여담이지만, 그 인터뷰는 SBS의 예능 디지털스튜디오에서 제작하는 인터뷰쇼인 ‘EXCLUSIVE!’다. 면구스럽지만 지면에서 허락한다면 많이 보아주십사 하고 독자님들께 홍보해본다)
김형석|음악 프로듀서
김형석|음악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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