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초 콜전쟁, 팔은 후들후들..15km 걸어서 배달하고 쥔 돈 '1만7000원'

오진영 기자 2021. 2. 26.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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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배달하고 15km 걸었는데 1만7200원 벌었습니다"

지난 24일 오전 11시가 되자 휴대폰의 도보배달 앱이 시끄럽게 울렸다. 편의점에서 간단한 물품을 배달하는 주문부터 피자·돈가스 등 식당의 음식을 배달하는 주문까지 각양각색의 주문이 휴대폰 화면에 나타났다 사라졌다.

23일부터 25일까지 3일간 점심시간 '우딜'(우리동네 딜리버리)과 '쿠팡이츠'를 이용해 도보배달을 체험해봤다. 휴대폰만 있으면 누구든 쉽게 시작할 수 있지만 주문을 먼저 받기 위한 경쟁과 무거운 배달 물품 등으로 '편리한 용돈벌이용 부업'으로 보기는 어렵다.
무거운 피자 배달하면 팔이 '후들'…3일간 2만원도 못 벌었다
/사진 = 이지혜 디자인기자

3일간의 점심시간 동안 편의점 물품배달 4건·식당 음식 2건을 합해 총 6건을 배달했다. 1시간55분의 대기시간을 제외하고 2시간 45분 동안 15km를 걸었다. 총 수입은 1만7200원이며 시급으로 계산하면 약 7000원이다.

앱마다 다르지만 배달기사로 일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2시간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교육을 수강해야 한다. 부릉프렌즈는 교육을 수강하지 않으면 업무를 시작할 수 없으며, 쿠팡이츠는 교육 수강 완료 시 2만원의 수강완료비를 지급한다.

이후에는 앱을 켜서 로그인한 뒤 근처 편의점·식당에서 콜(배달 요청)이 오기를 기다리면 된다. 앱이 중간에 종료되면 콜이 오지 않기 때문에 사용하는 앱을 모두 켠 다음 수시로 휴대폰을 들여다봐야 한다.

23일의 첫 콜은 편의점에서 인근 아파트까지 1.5km의 거리를 2kg 가량의 라면·음료·도시락을 배달하는 주문이었다. 오전 수도권의 기온이 영하 5도를 넘나들면서 한파특보가 발표될 정도로 추운 날씨였지만, 배달 물품을 들고 빠른 걸음으로 걷다 보니 이내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목적지는 거주지인 2호선 구의역 인근이어서 잘 아는 장소였지만 긴장한 탓인지 자꾸만 길을 헤맸다. 1.5km의 거리를 40분 이상 걸려 배달하고 보니 배달이 몰리는 시간인 '피크타임'(11시 15분~12시 15분)의 반 이상이 흘러갔다.

다급해진 나머지 한 번에 2개의 콜을 모두 수락했으나 주어진 배달 시간 30분에 2건을 모두 걸어서 배달하기는 무리였다. 할 수 없이 택시비 3800원을 지급하고 배달을 마무리하니 2건의 배달비 4800원에서 1000원이 남았다.

24일에는 피자 전문점에서 콜을 접수했다. 짧은 거리에 3600원이라는 고액이 책정돼 재빨리 '수락' 버튼을 눌렀으나 파스타·1.25L 콜라·피자로 구성된 음식은 부피가 크고 무거웠다. 이후 들어온 돈까스 배달까지 마무리하니 양팔이 후들거렸다.

25일은 구의역에서 건대입구역까지 1.7km의 거리를 2번 왕복했으나 콜을 잡지 못했다. 콜이 왔다는 알림이 뜨기 무섭게 재빨리 휴대폰을 꺼냈으나 다른 배달기사가 '수락'을 눌러 콜이 2~3초만에 사라졌다. 간신히 사과·과자 등 간식 배달 1건을 마치니 1시간 30분의 점심시간이 끝났다.
11시부터 12시까지, '피크타임' 오면 '콜전쟁' 시작된다
'우딜'에 표시되는 배달 완료 목록(왼쪽)과 편의점에서 접수한 배달(오른쪽) / 사진 = 오진영 기자

가장 어려운 것은 주문을 잡기 위한 '콜 전쟁'이다.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의 배달 건수가 상대적으로 적은데다 '피크타임'이 한정돼 있다 보니 콜이 뜨기 무섭게 5초 안에 다른 배달기사들이 주문을 채간다.

영수증에 적힌 배달 시 요구사항과 다른 요청을 하는 고객들도 있다. 요구사항에는 분명히 '벨을 눌러달라'고 적혀 있었으나 벨이 눌리기 무섭게 문 안에서 '벨 누르지 말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고객은 배달기사 평가에서 '싫어요'를 눌렀다.

앱에 표시되는 거리보다 실제 이동거리가 더 길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배달 목적지는 대부분 콜이 없는 주택가이기 때문에 다시 배달이 많은 식당가·상점가 밀집 지역으로 걸어서 돌아오는 이동거리도 사전에 계산하고 움직여야 한다.

배달 도중에도 다른 콜을 받기 위해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에 차량이나 다른 보행자와 사고 위험도 있다. 배달 1건이 보통 20~30분 소요되기 때문에 배달 도중에 콜을 받아야 3건 이상을 배달해 최저시급인 8720원을 채울 수 있다.

언제든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일을 할 수 있다는 것과 차량을 운전하지 않아도 근무가 가능하다는 것은 장점이다. 배달물품 수령을 제외하면 사람을 직접 마주할 일이 거의 없어 비대면으로 근무하는 것도 매력적이다.

종로구에서 부업으로 배달을 하는 이모씨(34)는 "1달 정도는 배우는 기간이라고 생각하고 주변 지리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익숙해지면 점심·저녁시간 2시간 동안 6~7건을 배달할 수 있어 하루에 2~3만원 정도를 벌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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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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