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망받던 뉴욕주지사 ‘3종 스캔들’로 휘청
미국 민주당의 차기 대선 주자로 꼽히던 뉴욕 정치 명문가의 앤드루 쿠오모(63) 뉴욕주 주지사가 연일 스캔들로 휘청이고 있다. 권력 남용으로 수사를 받으면서 일각에선 탄핵론도 제기되고 있다.
쿠오모 주지사의 전직 보좌관인 린지 보일런(36) 전 경제개발 특별고문은 24일(현지 시각) 3년 넘게 쿠오모로부터 성추행·성희롱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보일런은 쿠오모가 업무 중 다가와 키스하거나 팔다리와 등을 쓰다듬고, “네가 여기 있는 여자들 중 제일 예쁘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보일런은 또 쿠오모가 출장 중 비행기 내에서 내실로 자신을 불러 “스트립 포커(옷 벗기 내기를 하는 카드 게임)를 하자”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쿠오모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선물로 받았다는 시가 박스를 보여줄 땐 ‘이러다간 내가 모니카 르윈스키(클린턴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던 백악관 인턴) 꼴이 날 수 있겠다’란 생각이 들었다”고도 했다. 이날 뉴욕 정가와 뉴욕포스트 등 지역 매체들에선 쿠오모를 탄핵으로 끌어내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보일런은 지난해 12월에도 쿠오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혔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쿠오모가 영웅 대접을 받던 때였다. 쿠오모는 지난해 코로나 최대 진앙이었던 뉴욕을 강력한 방역 리더십으로 정상화했다는 찬사를 받았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항마로 2020년 대선에 나서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배우들이 주로 받는 에미상을 수상하는가 하면, 바이든 정부의 초대 법무부 장관 후보로도 거론됐다.
하지만 쿠오모가 뉴욕주 요양원의 코로나 사망자 규모를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최근 사실로 드러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지난해 8월 이후 뉴욕 요양시설의 사망자는 9400여명으로 집계됐는데, 실제 규모는 이보다 50% 이상 많은 1만5000명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요양원에서 앓다가 외부 병원으로 후송된 뒤 숨진 이들을 통계에서 고의로 누락한 것이다.
지난 10일 쿠오모의 대변인 멜리사 데로사 수석 보좌관은 “주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뉴욕의 코로나 사망자 숫자를 정치적으로 이용할까 두려워 축소 발표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곧바로 뉴욕 검찰과 연방수사국(FBI)이 수사에 착수했다. 쿠오모는 15일 회견을 열어 사과하면서도 “의도적인 축소가 아니라 정보 공개가 지연됐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23일 나온 여론조사에선 뉴욕 주민의 61%가 “쿠오모의 코로나 행정은 비윤리적이거나 불법적이었다”고 답했다.
쿠오모는 코로나 사망자 은폐 사태를 비판한 민주당 내 인사들에게 화를 내며 협박했다고도 한다. 한국계 론 김 뉴욕주 하원의원은 11일 밤 집에서 아이들 목욕을 시키는데 쿠오모가 전화를 걸어 “널 파괴하겠다”며 고함을 질러, 온 가족이 두려움에 떨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뉴욕타임스는 쿠오모가 2011년부터 주지사를 내리 3선을 하는 동안 ‘갑질(bullying)’과 공포 정치가 일상화됐다는 참모들과 뉴욕주의회 의원들의 증언을 22일 보도했다. 전화 연결을 잘못한 직원에게 “잘라버리겠다”며 욕설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장악한 뉴욕 정가에선 이런 쿠오모 스타일을 오랫동안 묵인했지만, 근래 젊은 여성 정치인·관료가 늘면서 ‘못 참겠다’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변호사 출신인 쿠오모는 빌 클린턴 행정부 때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을 지냈으며, 뉴욕주 검찰총장을 거쳐 2011년부터 뉴욕 주지사로 재임하고 있다. 그의 동생은 CNN의 간판 앵커 크리스 쿠오모다. 뉴욕타임스는 쿠오모가 아버지 고(故) 마리오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에게서 난폭한 정치 스타일을 배웠다는 말도 나온다고 전했다. 마리오 쿠오모도 3선 주지사를 하고 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왔던 거물로, 뉴욕엔 그의 이름을 딴 ‘쿠오모 거리’ ‘쿠오모 다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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