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베를린 월세 상한제 1년, 공급이 절반으로 줄었다
독일 베를린시가 주택 임대료를 억제하기 위한 월세 상한제를 실시한 지 1년이 지나 보니 시내의 월세 가격은 잡았지만 월셋집 공급이 급감하면서 교외의 월세가 급등하는 부작용이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24일(현지 시각) 일간 타게스슈피겔이 독일의 대표 싱크탱크인 독일경제연구소(DIW) 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월세 상한제 시행 이후 베를린 시내의 평균 월세는 구별로 7~11% 하락했다. 베를린시가 임대 시장에 개입해 월세를 인하하도록 강제했기 때문이다.
월세가 하락했어도 세입자들에게 큰 도움이 안 됐다. 베를린 시내에 월셋집 공급이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DIW는 밝혔다. DIW 보고서는 “베를린으로 처음 이사를 오려는 사람들이나 아이가 생겨 시내에서 더 큰 집으로 이동해야 하는 사람들은 살 집을 찾기가 훨씬 어려워졌다”고 했다. 월세를 놓아 얻는 이득이 줄어들자 집주인들이 월세를 내놓기를 꺼리거나 새로운 주택 건설이 지체된 것으로 보인다.
베를린 시내에서 월셋집을 찾지 못한 사람들은 월세 상한제가 실시되지 않는 교외로 밀려났다. 그 결과 베를린으로 출퇴근이 가능한 포츠담의 월세가 1년간 12% 오른 것을 비롯해 교외의 월세가 급등했다고 DIW는 분석했다. 부작용으로 풍선효과가 생겼다는 얘기다. 같은 기간 프랑크푸르트⋅뮌헨 등 다른 독일 대도시 월세 인상률은 5% 이하였다. 타게스슈피겔은 “월세 상한제로 베를린 시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고 했다.
베를린시의 월세 상한제는 ㎡당 9.8유로(약 1만3200원)를 표준 임대료로 제시해 이보다 20% 이상 비싼 월세에 대해서는 세입자가 인하를 요구할 경우 집주인이 받아들이도록 강제하는 방식이다. 또한 2014년 이전에 지어진 집에 대해 월세를 5년간 인상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시내 150만호의 주택에 적용됐다.
베를린시는 주택 노후화를 막기 위해 2014년 이전에 지어진 집을 완전히 수리하면 월세 상한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시켜 주고 있다. DIW는 “집주인들이 주택 수리로 월세 상한제를 피하거나 아예 주택을 팔려고 할 것”이라며 “둘 중 어떤 선택을 하든 세입자들에게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확실한 대책은 신규 주택 건설에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라며 “아파트 건축 허가를 내주는 속도를 빠르게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베를린시가 월세 상한제를 도입한 이유는 2010년 이후 10년 사이 주택 임대료가 2배로 오를 만큼 상승세가 가팔랐기 때문이다. 대책을 마련하라는 항의 시위가 잇따랐다. 그러자 사민당·녹색당 등 좌파 연합이 과반수를 차지하는 시의회가 집주인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위헌 논란을 일으키면서까지 월세 상한제를 도입하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그러나 2010년 이후 임대료 상승의 주된 원인은 베를린에 유입되는 인구를 수용하기 어려울 만큼 주택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월세 상한제가 해결책이 되는 게 아니라 공급을 줄여 오히려 문제를 더 키운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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