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세 스즈키 회장의 퇴임사 “계속 걸어라, 인간은 일 포기하면 죽는다”

도쿄/이하원 특파원 2021. 2. 25.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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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자동차회사 40여년 이끌어… 인도 진출, 점유율 50% 달성도
스즈키 오사무 스즈키자동차 회장.

“도전하는 것이 인생이다. 여러분도 일을 계속하라. 인간은 일을 포기하면 죽고 만다.”

창립된 지 102년 된 회사에서 91세에 물러나는 경영자가 퇴임사에서 강조한 것은 마지막 순간까지 일하는 인생이었다. 해외에서도 ‘SUZUKI’ 브랜드로 유명한 자동차·오토바이 제조 회사 스즈키를 40년 이상 이끌어 온 스즈키 오사무(鈴木修) 회장. 그는 24일 온라인 퇴임 기자회견에서 “삶의 보람은 일”이라며 “계속 걸으라(움직이라는 뜻)”고 했다. 특히 인도 시장을 개척한 것을 언급하며 “지구상에 시장은 얼마든지 있다. 행동력을 가지고 (인도 같은 새 시장을) 찾아내라”고 했다. 그가 공식적으로 퇴임하는 시점은 오는 6월이다.

스즈키는 일본의 자동차 회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진출한 인도에서 한때 약 50%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인도에서 움직이는 자동차 두 대 중 한 대는 스즈키였던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980년대 일본 자동차 업계가 인도를 거들떠보지 않을 때 스즈키 회장이 인도 진출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내게 선견지명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우연히 인도가 보여 ‘상륙’했는데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컴퓨터’라는 별명에 걸맞게 끊임없는 연구가 이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는 원래 은행원 출신이다. 1958년 스즈키 2대 사장의 데릴사위로 들어가 성(姓)을 개명한 후 1978년 사장이 됐다. 일본 자동차 시장이 포화 상태가 되면서 뭔가 활로를 찾아야 했다. 치밀한 분석이 장점인 그는 독특한 직감력을 살려 미개척 시장을 찾아왔다. 일본 국내에선 버블 경제 붕괴 후 세율이 낮은 경차의 수요를 잘 파악해 이 분야에서 확고한 지위를 확보했다. 해외 대형 자동차 업체인 미국 제너럴 모터스(GM), 독일 폭스바겐(VW)과도 자본 제휴를 하기도 했다.

그의 ‘카리스마 경영'이 모두 성공했던 것은 아니다. 외국과의 제휴가 국제적 분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경쟁사인 도요타가 스즈키의 주식 약 5%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스즈키의 자동차 판매 대수는 전 세계에서 전년 대비 18% 감소한 244만 대였다. 하지만 일본 언론은 그가 없었더라면 스즈키가 지난해 내수 시장에서 혼다를 제치고 도요타에 이어 2위에 오를 수 없었다고 보고 있다.

그가 이번에 물러나는 것은 건강 문제 때문은 아니다. 판단력은 물론, 지난해 매주 1회 골프를 즐길 정도로 보행에 큰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아들 스즈키 도시히로(61)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용퇴(勇退)’했다는 분석이 있다.

그의 뒤를 이을 스즈키 도시히로 사장은 “아버지는 ‘평생 현역’이라고 말해와 현시점에서 물러날 것을 전혀 몰랐다”고 했다. 그는 “우선은 경차 시장을 잘 지켜서 아버지에게서 비판받고 싶지 않다”고 했다. 스즈키 회장은 상담역(고문)으로 계속 활동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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