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의 협업 통해 미적 욕망의 판타지 표현"
극사실적 작품에 더이상 감동없어
작가의 예술혼·AI의 테크닉 결합
AI아트로 미술의 새로운 영역 개척
주사위는 나의 긍정 욕망·열정·심장
매너리즘 안빠지려 쪼개고 분해
이제는 '경계의 화가' 되기위해 노력
그는 2019년 화가 최초로 인공지능과 협업한 작가임을 자신 있게, 또 자랑스럽게 소개한다. 기존 미술계에서는 둔감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물결에 그는 재빨리 관심을 가졌다. 인간과 인공지능은 대립이 아니며, 그러니 대결할 필요도 없다는 확신을 밑바탕에 단단히 깔아두고, 인공지능과 협업한다. 매년 주목받는 국내외 작가를 소개해 온 세계미술전이 올해는 ‘AI아트’라는 분야를 개척하고 있는 작가 두민을 초대했다. 서울 중구 소공동 금산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미술전에서 그를 만났다.
―전시 제목 ‘엔트로피 일루전(Entropy illusion)’은 무슨 의미인가.
“나는, 인간 화가로서 그리기는 하이퍼리얼리즘으로 이미 끝까지 가봤다고,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는 다 했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런 것들은 과거 화가들이 더 잘했다. 가령 중세 그림들이 그렇다. 동시대 사람들은 높은 화소의 사진기술 등 고화질에 노출돼서 그런 극사실적 묘사에 집착하는 것은 더 이상 감동이 없다고 생각했다. 인간 화가는 무엇을 할 수 있나 생각했다. 답은 사고(思考)였다. 인공지능도 딥러닝을 하긴 하지만, 애초 인공지능엔 경험이 없다. 인간은 인생, 환경 속에서 듣고 보고 먹고 어떤 과정에 들어가고 경험치가 쌓인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인간 화가의 철학, 혼이 있다. 인공지능이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의 화풍을 그대로 따라서 그릴 순 있지만, 렘브란트의 혼은 없는 것이다. 보여주는 테크닉은 재현이 되지만 예술혼, 예술성은 결여돼 있다. 인간 화가에게 사람들은 잘 그리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생각을 담는 주체가 바로 인간 화가다. 기술적으로 ‘와, 이거 놀랍다’라고 하게 하는, 놀라움을 주는 영역은 인공지능이 하게 되고 인간 화가는 다른 것을 하게 되리라고 본다. 그렇게 활동 영역, 시장이 달라질 것이다. 사람들이 필요한 영역, 시장에 가서 필요한 것을 구하는 식으로 인공지능 미술과 인간의 미술이 발전할 것이라고 본다.”
―과학자, 컴퓨터공학자들도 인공지능을 통해 ‘알고리즘 페인팅’과 같은 예술작품을 선보인다. 화가가 인공지능을 이용해 그린 작품과 과학자가 인공지능으로 그린 작품은 어떻게 다른가.
“수원화성의 경우 작품을 제안한 측의 요청도 있었지만, 나 역시 인공지능과의 작품에선 완전히 새로운 걸 해보고 싶었다. 첫 작품인 독도 풍경은, 대학 시절 이후 처음으로 그린 풍경화다. 주사위 작품들에서 주로 노랑, 빨강 등의 색을 써왔지만, 여기선 녹색, 푸른색을 주로 많이 쓰기도 했다. 이런 색을 쓴 것 역시 대학 시절 이후 20여년 만이다.”
―인공지능 협업 작품 제작 과정이 궁금하다.
“가령 수원화성의 경우, 인공지능에 고흐 스타일을 딥러닝시켰다. 그 후 도출해 낸 여러 가지 버전의 이미지 중에서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가장 잘 나온 버전을 고르고 캔버스 하단에 프린팅한다. (두민 작가의 AI아트 작품은 주로 풍경화로, 작품 중앙을 기준으로 윗부분에 직접 주된 대상을 그리고, 아랫부분은 물에 비친 그림자와 같은 형상을 AI로 그리게 하는 스타일을 선보였다.) 그렇게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자를 먼저 배치한 뒤, 나머지 공간을 채워가며 완성한다. 밤하늘을 검정색이 아니라 푸른색으로 했는데, 물을 상징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그린 부분이 물에 비친 그림자로, 중간에 위치한 사람은 우산을 들고 물을 상징하는 밤하늘의 야경과 어우러진다.”
―환상적이고 영롱하게 그려진 주사위를 통해서 운명 속으로 던져지는 인간, 그 순간의 충동과 설렘을 표현해왔다. 초기 주사위 작품들은 카지노 칩과 함께 쌓아 올린 형태를 극사실적으로 표현한 것들이었으나, 이후 변화를 거듭하며 추상화되고 있다. 물 위를 튀어오르고 움직이는 역동적인 찰나의 순간, 거울에 비추어진 듯 대칭을 이루는 화면, 흡사 우주 속에 던져지는 듯 빠르게 흩어지는 배경 등이 점차 나타났다. 10여 년간 주사위를 그려온 지금은 또 다른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주사위는 여전히 나의 긍정의 욕망, 작가로서의 열정, 작가의 심장이다. 하지만 작가가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스스로를 파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은 주사위를 쪼개고 분해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의 이분법, 인간의 양면성을 반영하면서 대칭을 이루는 화면이 생겨났고, 기존엔 묘사했던 주사위를 지금은 해체하면서 배경을 빼는 등 간결해졌다. ‘주사위 작가’로 유명해졌지만, 동시에 ‘주사위 작가’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나는 게 내 과제였다. ‘주사위 화가’가 아니라, ‘경계의 화가’로 불리기 위해 노력한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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