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랏돈 펑펑 퍼주다 결국 증세 카드 내미는 여권

2021. 2. 25.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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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재정 살포가 결국 증세론으로 번졌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코로나19 극복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고소득자·대기업의 소득세·법인세를 한시적으로 인상하는 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한다.

여권이 기어코 보편적 조세 원칙에도 어긋난 '핀셋 증세'를 밀어붙인다면 지지층을 의식한 편 가르기 증세라는 비난을 부를 것이다.

나랏빚을 후세에 떠넘기는 것도 모자라 상환 부담을 고소득자와 기업에 전가하는 사람이야말로 '정말 나쁜 사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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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운데)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사회적경제위원회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분별한 재정 살포가 결국 증세론으로 번졌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코로나19 극복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고소득자·대기업의 소득세·법인세를 한시적으로 인상하는 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한다. 윤후덕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은 “화끈하게 지원하고 화끈하게 조세로 회복하는 체제가 정직한 접근”이라고 했다. 범여권 의원 연구모임인 기본소득연구포럼 토론회에서도 증세론이 제기됐다. 표심을 얻으려고 복지 포퓰리즘을 남발하다 슬그머니 증세 카드를 내미는 꼴이다.

이번 증세 논의는 시기나 내용 면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우선 기업이 코로나19 사태를 이겨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시점에서 기업에 무거운 짐을 안기는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인지 묻고 싶다. 경기를 살리려면 기업 투자의 불씨를 지피는 것이 급선무이지만 정부·여당은 정반대로 움직인다. 올 들어서도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익공유제 추진 등을 통해 기업의 발목을 꽁꽁 묶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겠는가. 고소득자를 겨냥한 증세 발상도 고약하기 짝이 없다. 현재 고소득자들이 소득세의 대부분을 내는 반면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는 사람이 전체 근로자의 38.9%에 이른다. 여권이 기어코 보편적 조세 원칙에도 어긋난 ‘핀셋 증세’를 밀어붙인다면 지지층을 의식한 편 가르기 증세라는 비난을 부를 것이다.

국가채무의 급증을 막기 위해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에는 나름 일리가 있다.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논의가 진행 중이고 올해 국가채무가 100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일의 선후가 바뀌었다.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면 씀씀이부터 줄이는 것이 상식이다. 불황으로 세수마저 주는 처지에 지출을 계속 늘리는 것은 빚 폭탄을 키우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가정주부도 이런 식으로 살림을 꾸려가지 않는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최근 당정청 회의에서 재정 건전성을 우려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향해 “정말 나쁜 사람”이라고 공격했다. 나랏빚을 후세에 떠넘기는 것도 모자라 상환 부담을 고소득자와 기업에 전가하는 사람이야말로 ‘정말 나쁜 사람’ 아닌가. 국가채무와 국민 부담을 생각한다면 재정 지출을 구조조정하는 것이 순리다. 그러지 않으면 ‘뒷일은 생각하지 말고 쓰고 보자’는 ‘욜로(YOLO·인생은 한 번뿐) 정권’ 소리를 들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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