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모의창의적글쓰기] 말하듯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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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말하듯 써라"라는 말이 유행하는 것을 보았다.
글이 말을 하듯 술술 풀리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글쓰기가 말하기보다 예민하고 까다로운 것은 이와 연관이 있다.
어떤 이의 칼럼에 "글쓰기는 고독한 작업이고, 말하기는 요란한 작업이다"고 표현한 것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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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미디어는 메시지이다”라는 마셜 매클루언의 말처럼 말과 글은 그 자체로 다른 문화와 관습을 만들어낸다. 이 둘은 언어표현에서 차이가 있을 뿐 아니라 생각과 사고방식에도 차이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말하기는 언어 자체에 초점을 두기보다 상황적 맥락과 상호 공감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주어는 생략되고 단어 몇 개로 문장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으며 완전한 문장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단어의 뜻도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래~”, “아, 어~” 해도 의미가 통하는 것은 말하기를 둘러싼 환경적 맥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자와 직접 소통할 수 없는 글쓰기와는 거리가 있다. 글은 독자와 직접 소통할 수 없기에 표현은 정확해야 하고 의미는 논리적이며 타당해야 한다. 글쓰기가 말하기보다 예민하고 까다로운 것은 이와 연관이 있다.
그렇다면 “말하듯 써라”의 진의는 무엇일까? 아마도 글을 말하듯 부드럽게 써서 문장의 의미가 잘 살아나도록 하라는 지침의 뜻이 있지 않을까. 구어체에 가까운 연설문이나 가벼운 수필에서는 글을 쓰며 말하기 원리를 사용할 수 있다. 마치 강연하듯이 글을 쓰면 되기 때문이다. 반면에 매우 지적인 칼럼이나 논문, 저술에서는 이런 방식을 이용하기는 어렵다. 기본적으로 논리적인 설계나 매우 정치한 표현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어떤 이의 칼럼에 “글쓰기는 고독한 작업이고, 말하기는 요란한 작업이다”고 표현한 것을 보았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혼자 고독한 시간을 거쳐야 하고, 좋은 말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청중과 공감이 있어야 한다. 좋은 글은 문장 하나하나를 쓸 때 치열하게 자기 자신과 싸우는 과정이 없으면 나오기 힘들다. 미국작가 폴 오스터는 작가를 “고독의 경지를 사랑하는, 상처 입은 영혼의 소유자”라고 했다. 훌륭한 작가라면 말을 많이 하기보다 스스로 밀폐된 공간으로 들어가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정희모 연세대 교수·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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