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난 몇 번 달아야 하나 생각했지만..17번 주고 대신 '복' 받을 것"
[경향신문]
“추신수 형에게 자진 헌납 결심
구단에 먼저 말해 부담 덜어줘
나한테 15번 줄 채현우에 미안”
추신수가 지난 23일 SK와 계약한 사실이 알려진 뒤 투수 이태양(31·SK·사진)에게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그럼 나 이제 몇 번 달아?’였다. 추신수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사용하던 등번호 17의 현재 주인이 이태양이기 때문이다.
이태양은 25일 제주 서귀포 강창학야구장에서 “추신수 선배님의 등번호가 17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마자 그 번호는 선배님에게 당연히 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연차가 어느 정도 있으니까 구단에서 나에게 (등번호 바꿔야 한다고) 쉽게 얘기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먼저 구단에 ‘17번 드리겠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17번을 자진 헌납하기로 결심한 후 이태양은 여러 후보를 놓고 새로운 등번호를 고민했다. 첫 번째 후보는 이태양의 친정팀 한화에서 류현진(토론토)이 사용한 99번이었다.
이태양은 “추신수 선배님이 SK로 온다는 기사를 보고 (류)현진이 형이 연락 와서 ‘신수형 잘 모셔라’ ‘등번호 바꿔야 하면 99번 달아’ 하더라”고 전했다. 애석하게도 99번은 강지광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태양이 차지할 수 없었다. 이태양은 화재 신고 번호인 ‘119’도 농반진반으로 후보에 올렸다. 급한 불을 꺼야 하는 위기상황에 자신을 찾아달라는 뜻이다.
고민 끝에 이태양이 선택한 번호는 15번이다. 추신수가 등번호 17을 쓰겠다는 의사를 확정적으로 밝히면 이태양은 올 시즌 15번을 달고 뛰게 된다.
그는 “다른 선수들에게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는 번호를 생각하고 있다. 번호가 연쇄적으로 변경되면 서로 불편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구단에서 채현우가 쓰고 있는 15번을 추천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 현우와 통화해서 ‘본의 아니게 이렇게 됐다, 미안하다’고 얘기했다. 현우가 괜찮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이태양은 설레는 마음으로 추신수의 캠프 합류를 기다리고 있다. 이태양은 “다른 팀 투수들에게 ‘올해 어떡하냐. 너네 (추신수 선배님에게) 던지기 힘들겠다’는 농담을 하고 있다”며 웃었다.
그는 “한화에서 현진이 형과 같이 해봤고 박찬호 선배님과도 해봤고 팀을 SK로 옮기면서 추신수 선배님과도 야구를 하게 됐다”며 “대단한 선배님들과 함께 야구할 수 있다니 나는 복 받은 사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서귀포 |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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