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 도움 안 되는 이웃들
군부 외교장관과 공식 회담
[경향신문]
군부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연일 쿠데타 반대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미얀마 시민들이 국제사회의 개입을 간절히 호소하고 있지만, 이웃 국가들은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만 앞다퉈서 내놓을 뿐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쿠데타 사태를 중재하겠다면서 군부가 새로 임명한 외교장관과 공식 회담을 가진 인도네시아와 태국은 “쿠데타 정부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것이냐”는 비판을 샀다. 말레이시아는 이 와중에 군부의 탄압을 받을 위험이 있는 미얀마인을 본국으로 강제송환해 인권단체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다.
25일 현지 매체 ‘미얀마나우’는 지난 20일 만달레이에서 시위 도중 총격을 당한 20대 남성이 전날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에 따르면 쿠데타 발생 이후 군부 및 친군부 인사들에 의해 목숨을 잃은 사망자는 모두 8명에 달한다. 이날 거리 시위에는 친군부 지지자들이 가세해 시민들과 충돌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이 와중에 말레이시아는
미얀마인들 본국 강제송환
아세안, 내년 선거 지원
‘최소 1년 군정 인정’ 관측
이처럼 미얀마 사태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말레이시아 이민당국은 전날 미얀마에서 온 미등록 이주민 1086명을 본국으로 돌려보냈다. 관련 재판을 진행 중인 말레이시아 고등법원이 다음 청문 기일까지 이들을 송환하지 말라고 명령했음에도 이를 강행한 것이다.
말레이시아는 지난 5일 인도네시아와의 정상회담에서 “미얀마 문제 해결을 위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의장국인 브루나이와 접촉해 (외교장관) 특별회의를 열도록 요청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미얀마 사태 해결을 위해 힘쓰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당국은 국제앰네스티 등이 “송환 대상자 중에는 미얀마에 돌려보내질 경우 군부의 탄압에 노출될 수 있는 정치·종교적 망명자가 포함돼 있다”고 했음에도 이 같은 인도적 요구조차 무시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송환 전날 미얀마 군부의 탄압을 받아온 소수민족인 카친족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보도했다. 그는 이번 송환 대상은 아니었지만 강제송환 소식을 듣고 극도로 불안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와 태국의 외교장관이 쿠데타 사태를 중재하겠다면서 미얀마 군부가 새로 임명한 외교장관과 3자 공식 회담을 가진 것에 대해서도 미얀마 시민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얀마 총선에서 선출된 의회 의원들이 군사정권을 부정하면서 ‘연방의회 대표 위원회(CRPH)’를 구성하고, 군부가 아닌 CRPH를 미얀마 합법 정부로 인정해줄 것을 각국에 요청했지만 이들 국가는 군부가 임명한 장관과 만난 것이다.
앞서 미얀마 군부는 아웅산 수지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압도적 승리를 거둔 지난해 11월 선거 결과를 부정하며 쿠데타를 일으켰다.
인도네시아가 아세안과 함께 군부가 내년에 새로 치르기로 한 선거를 지원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이는 결국 최소 1년간 군정을 인정하겠다는 의미로, 지난해 11월 선거 결과를 인정하고 당장 민간정부에 권력을 이양하라는 미얀마 시위대의 요구에 한참 못 미친다. 인도네시아 외교부는 이 같은 사실을 부인했지만, 미얀마 시민들은 23일 양곤 소재 인도네시아 대사관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였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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