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탈중국'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2021. 2. 25. 21:3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반도체·배터리·의약품·희토류
4개 품목 중국 의존도 줄이기
공급망 긴급 점검 행정명령

[경향신문]

24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반도체·차량용 배터리·의약품·희토류 등 4가지 품목의 공급망을 긴급 점검하라고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에 앞서 반도체 칩을 들어 보이고 있다. 워싱턴 |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와 차량용 배터리, 의약품, 희토류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이들 4가지 품목의 공급망을 긴급 점검하라고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한국이 세계 시장에서 기술적 우위를 보이는 반도체 칩과 차량용 배터리가 포함돼 검토 결과에 따라 한국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은 미국의 행정명령에 “글로벌 산업망에 손해를 끼치는 행위”라는 입장을 내놨다.

24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앞으로 100일 동안 공급망을 긴급 점검하라고 지시한 4가지 품목은 모두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최근 미국이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미국은 주로 중국에서 수입해 온 마스크와 장갑 등 개인보호장비 물량 부족 사태로 방역에 어려움을 겪었다.

또 미국은 배터리·영구 자석 등의 원료가 되는 희토류를 중국에서 80%가량 수입해 왔는데, 최근 중국이 희토류 수출 제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어려움에 봉착한 상황이다. 최근 미국 컴퓨터 업계 및 자동차 업계가 공급 부족을 호소하고 있는 반도체와 배터리도 중국이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해 가고 있는 품목이다. 미국은 중국이 향후 희토류처럼 이들 품목도 무기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번 행정명령에는 이들 4가지 품목 외에 국방, 보건, 정보통신기술, 에너지, 운송, 농산품과 식품 등 6개 산업에 대해서도 1년간 공급망을 검토하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행정명령 서명에 앞서 “국가적 위기에 우리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선 외국, 특히 우리와 이익과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나라에 의존해선 안 된다”면서 “공급 위기가 발생한 다음 따라잡는 게 아니라 공급 위기를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탈중국’은 의회에서도 초당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사안이다. 이미 연방의회에는 반도체, 통신, 양자컴퓨터 등 첨단기술 경쟁에서 중국을 압도하기 위해 정부가 막대한 투자와 지원을 하는 방안의 법안이 다수 제출돼 있다.

이 같은 미국의 움직임은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자국 내 생산 증대에 비중을 두고 자체 기업을 육성하거나 해외 기업을 유치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더라도 이는 장기적인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미국이 중국 내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동맹국을 통한 공급망 확대에 나설 경우 반도체 분야 최강자이고 차량용 배터리에도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한국이 수혜를 입게 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반중국 동맹’을 강조하고 있는 미국이 동맹국에도 중국과의 거래를 줄이라고 요구할 경우, 한국이 ‘중국이냐, 미국이냐’의 선택을 강요받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나온다.

중국은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보였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정례브리핑에서 “인위적으로 산업 이전과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추진하고 정치력으로 경제규칙을 억지로 바꾸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해당국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면서 “글로벌 산업망과 공급망에도 손해를 끼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이 시장 규칙과 자유무역 규칙을 존중하고 산업망과 공급망 안정을 수호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