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에 두들겨 맞으면서도 아카시아꽃을 핥아 먹었다"
[경향신문]
“아카시아꽃이 하얗게 피어요. 두들겨 맞아가면서도 고놈이라도 핥아먹은께 살 것 같드란 말이오.”
일제강점기 노무자로 강제징용됐던 권창열 할아버지(92)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다. 전남 나주에서 태어난 권 할아버지는 1941년 1월 일본 오사카로 끌려갔다.
일본 제국주의 침략전쟁에 동원됐던 광주·전남 피해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담은 구술집이 발간됐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구술집 <배고픔에 두들겨 맞으면서도 하얗게 핀 가시나무 꽃 핥아먹었지>를 펴냈다”고 25일 밝혔다.
책에는 1942년부터 1945년까지 일제에 강제동원된 군인(8명)과 군무원(8명), 노무자(9명), 여자근로정신대(6명) 등 피해자 31명의 증언이 담겼다. 일제는 태평양전쟁 말기 징병령을 실시해 조선 청년들을 연행하고 국민징용령, 여자근로정신대령 등을 시행해 조선인 청장년과 어린 소녀들까지 마구잡이로 끌고 갔다. 당시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배고픔과 공습의 공포 속에 신음하며 강제노역으로 고통을 받았다.
구술집은 광주시의 지원으로 시민모임이 2018년과 2019년 광주·전남 강제동원 생존 피해자들을 만나 청취한 내용을 일반 시민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다시 정리한 것이다. 피해자들이 모두 고령이어서 이번 구술집은 사실상 마지막 육성 증언이기도 하다. 7명의 피해자는 구술집이 출간되기 전 세상을 떠났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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