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이유 화장실 문도 못 잠그게 해요"

김승환 2021. 2. 25.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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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재활시설 이용자는 시설 안팎에서 인권 침해로 볼 만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국가인권위원회가 공개한 '정신재활시설 운영 이용실태 및 이용자 인권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용형(주간재활시설, 직업재활시설, 아동청소년정신건강지원시설)과 거주형(생활시설, 공동생활가정, 지역사회전환시설, 종합시설, 중독자재활시설) 시설 이용자 모두 10명 중 4명 이상이 '정신질환을 이유로 본인이 원할 때 퇴원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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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정신재활시설 실태조사
10명 중 4명 "원할 때 퇴원 못해
치료 방법 선택 때 의견 무시당해"
이웃 '색안경'.. "이사가라" 상처
시설 안팎서 인권침해 등 빈번
연구팀 "지자체 운영책임 강화를"
“제가 처음 여기 들어왔을 때 화장실에 잠금장치를 못 한다는 거예요.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원장님이 바로 열고 들어가야 한다고. 그런데 화장실 문을 못 잠그니까 너무 불안하잖아요. 샤워하고 소변이나 대변 볼 때도 불편하니깐, 문에 메모판을 달아서 ‘사용 중’이라고 쓰고 그랬어요.”(정신재활시설 이용자 A씨)

“옆집 때문에 굉장히 힘들었어요. 옆집 할머니께서 민원도 넣고, 왜 이렇게 많이 사냐며 색안경을 끼고 보는 거예요. 특별하게 저희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자기네 아파트 이미지 깎인다고 다른 데로 이사하라는 말도 많이 들었어요. 지금도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어서, 엄청 조심스럽더라고요.”(〃 B씨)

정신재활시설 이용자는 시설 안팎에서 인권 침해로 볼 만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설 안에서는 안전이란 명목으로 충분한 협의 없이 권리 침해 사례가 빈번했고, 밖에서는 지역사회의 편견으로 고통에 시달렸다. 정신재활시설은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의 사회적응 훈련과 생활지도를 하는 곳이다.

특히 많은 정신재활시설 이용자가 시설 내에서 이뤄지는 퇴원 결정·치료 방법 등의 조치에 본인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국가인권위원회가 공개한 ‘정신재활시설 운영 이용실태 및 이용자 인권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용형(주간재활시설, 직업재활시설, 아동청소년정신건강지원시설)과 거주형(생활시설, 공동생활가정, 지역사회전환시설, 종합시설, 중독자재활시설) 시설 이용자 모두 10명 중 4명 이상이 ‘정신질환을 이유로 본인이 원할 때 퇴원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용형(305명)의 경우 41.3%, 거주형(302명)은 46.4%가 이같이 답변했다.
치료 선택에도 정신질환을 이유로 본인 의견이 무시된다고 답한 비율이 이용형 39.7%, 거주형 40.4%로 나타났다. 이보다는 다소 작지만, 설명 없이 처방된 약물의 양이 증가한 경우도 이용형 27.5%, 거주형 33.8%였다.

연구진은 “정신재활시설 이용자의 입원 시 자기결정권 향상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입원이 불가피한 경우는 단기간으로 유지될 수 있는 재활시설과 퇴원 연계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시설 내 자기결정권을 보장할 수 있는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며 “식사시간과 취침·수면시간 제한 등이 개선돼야 한다. 프로그램 서비스 이용을 강요받지 않고 자유롭게 일과를 결정할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연구진은 또 정신재활시설의 절반 정도가 서울·경기권에 편중돼 정신장애인의 시설 접근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정신재활시설 현황을 지자체별로 분석한 결과 전체 348개소 중 서울 소재 시설이 114개소로 32.8%, 경기도는 55개소로 15.8%를 차지했다. 시설이 하나도 설치되지 않은 시·군·구는 총 105곳으로 전체의 45.9%나 됐다.

연구팀은 ”사실상 절반 가까운 시·군·구에 거주하는 정신장애인의 서비스 접근이 차단된 상태”라며 “정신장애인이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국제 인권 기준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신재활시설 설치 등 복지서비스 운영 책임이 지자체에 귀속됐지만 그 책임을 다하고 있지 못하는 만큼 법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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