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여담] 巢毁卵破(소훼난파)

박영서 2021. 2. 25.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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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집 소, 헐 훼, 알 난, 깨뜨릴 파.

새집이 부서지면 알도 함께 깨진다는 뜻이다.

'엎어진 둥지에 온전한 알이 없다'는 복소무완란(覆巢無完卵)과 같은 의미의 성어다.

"새 둥지가 부서진 판에 어찌 알이 깨지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安有巢毁而卵不破乎)." 집안의 가장인 아버지가 체포되어 가는 마당에 어찌 자신들도 처벌을 받지 않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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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집 소, 헐 훼, 알 난, 깨뜨릴 파. 새집이 부서지면 알도 함께 깨진다는 뜻이다. 국가나 사회, 조직이 무너지면 그 구성원들도 필연적으로 피해를 입게 됨을 이르는 말이다. '엎어진 둥지에 온전한 알이 없다'는 복소무완란(覆巢無完卵)과 같은 의미의 성어다. '나무가 쓰러지면 그 곳에 살던 새도 날아간다'는 수도조비(樹倒鳥飛)란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중국 후한(後漢) 말기의 학자 공융(孔融)과 그 자녀 이야기에서 유래한 성어다. 후한서(後漢書) '공융전'에 실려 전한다. 공융은 공자(孔子)의 20세 손이다. 당시 뛰어난 일곱 명의 문인을 일컫는 '건안칠자'(建安七子) 중의 한 사람일 정도로 학식이 뛰어났다. 그는 후한의 마지막 14대 헌제(獻帝) 때 벼슬을 하면서 학교도 세워 유학을 가르쳤다. 일찌감치 그는 조조(曹操)가 황제의 자리를 노리고 있음을 간파하고 조조를 견제하며 멀리했다. 조조도 이런 공융에게 반감을 갖게되었다. 훗날 조조가 유비(劉備)와 손권(孫權)을 정벌하기 위해 50만 대군을 일으키자 공융이 반대했다. 조조는 화가 나 그를 붙잡아 사형에 처하도록 했다.

그런데 공융이 잡혀가던 날, 아홉 살 아들과 일곱 살 딸은 태연히 집에서 바둑을 두고 있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위기가 닥친 것을 모르고 있다고 생각해 빨리 달아나라고 일렀다. 하지만 아이들은 조금도 겁내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새 둥지가 부서진 판에 어찌 알이 깨지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安有巢毁而卵不破乎)." 집안의 가장인 아버지가 체포되어 가는 마당에 어찌 자신들도 처벌을 받지 않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아이들의 생각대로 조조는 공융과 아이들을 함께 처형했다.

코로나 대환란, 4월 재보선 선거 등으로 정치권이 시끄럽다. 합심해도 모자랄 판에 스스로의 이익을 찾아 이합집산(離合集散)하는 모습에 눈쌀이 찌푸려 진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도 난무한다. 그러는 사이 국민 여론은 양분화되고 있다. 이러다가 '국가'라고 하는 둥지가 부서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감마저 든다. 국가가 무너지면 국민들이 피해를 본다. 어려울 때일 수록 이견과 갈등보다는 한마음 한뜻으로 나아가야 길이 보인다. 그런데 대승적 결단은 찾을 수 없고 이전투구(泥田鬪狗)만 보이니 답답할 뿐이다.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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