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의료법 개정, 왜 하필 지금?

2021. 2. 25.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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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석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명예회장
이현석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명예회장

과거에는 의료법 위반 사항에만 적용되었던 면허 취소 처벌이 금고 이상의 모든 범죄에 적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지난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정부 여당과 의료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 받았을 경우 형 집행이 끝난 후에도 5년간 면허 재교부가 불가능해진다.

성범죄, 폭력, 강도와 같은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진료를 받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 법의 취지인 것 같고 의료계 역시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까지 보호하기를 원하지는 않기 때문에 대화를 통한 원만한 합의가 충분히 가능한 사안이었다. 사실 범법자에 대한 취업제한은 공직자에게 더 필요한 사안이다. 그런데 현재 왕성한 활동을 하는 소위 586의 경우 많은 사람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를 자랑스런 훈장으로 생각하고 있다. 과거 억압적인 정권에서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감옥에 간 확신범이었기 때문이다.

그럼 의사들의 범죄는 어떠한가. 물론 파렴치한 경우도 있겠지만 의협회장을 지내고 국회의원을 4번 했던 분의 경우 과거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징역 1년의 실형을 살았고 그 후 의약분업 반대를 하다가 벌금 2000만원을 선고 받았다. 또 다른 전직 의협 회장 역시 의약분업 반대를 하다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그 밖에도 신약 또는 신기술의 의료기기를 개발하여 벤처회사를 차리거나 혹은 기존 병원을 확장하다가 경영악화로 본의 아니게 경제사범이 되어 처벌받은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까지 의사 면허를 박탈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의료계와 법조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좀 더 정교한 입법을 했었으면 불필요한 갈등을 충분히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특히 모 변호사가 징역 1년을 선고 받고 변호사 자격이 취소되자 의사에 비해 과중한 처벌이라고 헌법소원을 냈고 2019년 헌법재판소는 "의사, 약사, 관세사는 그 직무 범위가 전문 영역으로 제한되고 법령에 따라 부담하는 의무도 그 직무 영역과 관련된 범위로 제한돼 있다"면서 "반면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며 그 독점적 지위가 법률사무 전반에 미친다"는 이유로 기각한 판례도 있다.

그런데 필자가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코로나와의 치열한 전쟁 중인 작년 여름에는 공공의대와 의대정원 확대로 의료계와 엄청난 갈등을 일으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데 이어 이번에는 의료계와 충분히 합의가 가능하고 또 시급하지도 않은 사안으로 다시 갈등을 일으키는가 하는 점이다.

지금은 의료계와 합심하여 코로나 환자의 치료와 백신접종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특히 이미 전세계적으로 21일 기준으로 2억 명 이상이 백신 접종을 하였고 이스라엘의 경우 접종률이 50%를 넘었다. 반면에 우리는 작년 말에야 백신 확보에 나섰고 다행히 충분한 백신은 확보했다고는 하나 실제로 언제 백신이 도입되어 접종이 가능한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하반기에나 본격적인 접종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렇다면 충분한 백신 접종으로 집단면역이 가능할 때까지 의료계와 정부가 한 팀이 되어 환자 치료에 전념해야만 한다.

우리의 코로나 환자의 치명률은 1.79%로 여전히 세계 평균 2.21%보다는 낮지만 작년 12월 초의 1.4%에 비하면 급격히 증가하였다. 치명률 1.79%는 그 동안의 누적된 수치이므로 12월 이후의 사망률은 이 보다는 훨씬 높다. 그리고 담당 의료진의 피로도도 누적된 상황이므로 모두가 합심하여 환자 치료에 전념해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중지를 모아 개정해야 할 의료법을 마치 전쟁하듯이 속전속결로 개정하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특히 3월 중에 의사협회 회장 선거가 있는 것을 모를 리 없는 여당이 의료법 개정과 함께 민망한 수준의 막말을 하는 것은 의료계의 강경 대응을 유도하는 결과가 된다는 점에서도 더욱 이해가 안 된다. 지금은 코로나 극복에 힘을 모아 최선을 다하고 의료법은 의견 차이가 크지 않은 만큼 추후에 합의를 통해 합리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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