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그놈의 좌파·빨갱이 빼고 말하는 법 배워라"..'싸움의 기술' 전수

박인혜 2021. 2. 25.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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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엔 "종북좌파 아냐
그냥 잡것" 좌중 웃음
보수엔 "지피, 지기 못해
자기객관화 능력 상실"
진중권 전 동양대교수 [김재훈 기자]
대표적인 진보논객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주축이 돼 이끄는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 강연자로 나섰다.

보수와 진보, 양 극단에 있는 듯한 두 인사의 다소 어울리지 않는 만남이었지만, '달변가'인 진 전 교수는 국민의힘에게는 "그놈의 좌파·빨갱이 빼고 말하는 법 좀 배워라""시대흐름에 뒤쳐진 정당"이라고 혹평했고, 민주당에 대해서는 "종북좌파할 주제도 못되는 잡것"이라고 표현하는 등 거침없는 일갈을 날리며 보수진영 의원들로 구성된 청중을 사로잡은 모습이었다.

이날 '싸움의 기술'이라는 주제로 강연한 진 전 교수는 "저는 사실 이 정당(국민의힘)으로 정권 교체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보수는 저쪽을 빨갱이, 종북좌파, 반국가분자라고 하고, 민주당 쪽 사람들은 또 이쪽을 토착왜구라고 한다. 서로를 배제하려는 정치 커뮤니케이션만 계속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보여왔던 진 전 교수는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세력이 싸울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강의 대부분이 정권을 오랫동안 잡으면서 싸울줄 모르는 보수에 대한 일침으로 채워졌다. 그는 "지피지기(남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고 하는데 보수정당은 자기 상태도 모르고, 남이 어떻게 생각할지도 모르는, 한마디로 자기 객관화 능력이 전혀 없다"면서 "옛날 주류였던 시절엔 남 신경 안써도 됐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설득 커뮤니케이션 개념 자체가 없고, 그러다보니 막말을 일삼는다"고 진단했다.

그는 "진중권이 제1야당이라고 하는데 제가 하는 비판이 그렇게 대단한게 아니다"라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걸수도 있는데, 여러분들(국민의힘)이 하면 안먹힌다. 이유는 일관성 부재와 팩트부재"라고 지적했다. 과거 집권여당일때 찬성했던 것을 지금 와서 반대하면 곧바로 '되치기' 당하기 쉽고, 정확한 팩트가 아닌 추측에 의한 과도한 비판을 반복하면서 오히려 지지를 얻지 못한다는 것. 진 전 교수는 "가장 훌륭한 비판은 대안"이라면서 "제가 쓴 글 보고 사이다라는데 사이다 먹고 살 수 있냐. 밥먹고 살아야 한다. 밥은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그 대안을 담은 '그릇'에 대한 부분을 진 전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 쪽 인사들이 '프레임 짜기'에 능숙하다고 하면서 "바둑의 천재는 커제일까, 이세돌일까. 둘 다 아니다. 바둑판을 발명한 사람"이라면서 "프레임이 바로 바둑판 같은 것이다. 상대방이 자기 판 위에서 놀 수 있게 프레임을 짜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하나 그가 강조한 것은 '넛지(Nudge)'다. '쿡쿡 찌르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넛지에 대해 진 전 교수는 "김경수의 드루킹, 댓글공작이 넛지다. 네이버 기사를 보다가 사람들이 가장 영향받는 건 첫 댓글"이라면서 "특정 방향으로 해석하게 해야 하는데, 아주 기동성있게 움직이는 것, 이런 감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신속성'을 강조했는데 "초기엔 아주 작은 걸로 뒤집을 수 있는데, 나중엔 아무리 노력해도 뒤집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등 보수가 취약한 지점 중 하나로 스토리텔링 부재도 꼽았다. 진 전 교수는 "개별사안들을 이어서 전체 그림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그리고 그 스토리 사이사이와 배후에 뭐가 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중에게는 항상 스토리를 갈망하고, 그 스토리 사이사이의 구멍을 채우는 무언가를 궁금해 한다고 했다. 대신 이 스토리를 채우는데 있어서 합리적 추정과 이를 뒷받침할 근거가 있어야 하고, 혹시라도 나중에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판명났을 경우엔 빠른 인정과 수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도 했다.

진 전 교수는 "정당은 선동가가 되어선 안된다. 책임지는 자세로 정치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면서 "(민주당의 프레이밍과 넛지 등을 얘기했지만) 저들이 자유민주주의라는 합의된 규칙을 깨는 걸 배우라는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방법은 배우되, 채우는 콘텐츠와 그 콘텐츠를 채우는 방식은 달라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보수진영의 모범사례로 유승민 전 의원이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 했던 연설과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나는 임차인입니다'라는 주제로 한 5분 발언을 들었다. 그는 유 전 의원의 연설에 대해 "보수주의자의 연설에 끌릴 수 있다는 첫 경험"이라고까지 했다. 윤 의원의 연설에 대해서도 "좌파, 사회주의, 빨갱이, 종북을 빼고 말하는 올바른 설득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했다.

강연 후 정치지형에 대한 평가도 내놨다. 대권 주자로 꼽히는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선 "(뜻이 있다면) 지금 사퇴를 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까지 직위를 지키는 게 중요했다면 이제는 과연 이것이 중요한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7일로 예정된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망에 대해서는 "야권 단일화가 안 되면 필패고, 단일화를 해도 신념화 된 민주당 지지자들이 결집할 테니 만만치는 않을 것"이라며 "야권에서는 새로운 인물이 명망가를 엎어 버리면서 흥행이 되기를 바랐는데 그렇지 못한 점을 보면서 보수가 변화에 절실하지는 않은 것 같단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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