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백신 생산기지 된 韓, CMO 업체들이 얻는 이익은

왕해나 입력 2021. 2. 25. 18:35 수정 2021. 2. 25.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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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코러스 등 컨소시엄 구성..5억 도즈 생산키로
바이넥스, 이수앱지스 등 원제 업체들 수익성 높아
업체들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에 큰 도움될 것"

[이데일리 왕해나 기자] 러시아가 자신들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 생산기지로 한국을 점찍으면서 위탁생산(CMO)을 맡을 업체들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코러스가 주축이 돼 총 8개 업체가 러시아 백신 생산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이들은 연간 5억 도즈(1회 접종분) 생산을 계획 중이지만 러시아 측 요청에 따라 생산물량을 늘릴 수도 있다는 방침이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코러스는 바이넥스(053030), 이수앱지스(086890), 보령바이오파마, 종근당바이오(063160), 큐라티스, 휴메딕스(200670), 안동 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 등 7곳과 백신 생산을 위한 컨소시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구체적인 생산물량과 공급가격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백신 생산을 요청한 러시아 국부펀드(RDIF) 측은 지난 24일 한국을 방문해 이들 공장을 둘러보고 업무계획을 협의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예방효과가 95%로 나타난 러시아 ‘스푸트니크V’백신.(사진=연합뉴스)
한국코러스에 따르면 컨소시엄이 추가로 생산할 러시아 백신은 총 5억 도즈다. 국가마다 백신 접종 비용이 다르지만, 러시아 내 스푸트니크V 백신 1회 접종 비용이 10달러로 책정돼있음을 감안했을 때 국내 업체들이 생산할 백신은 총 50억달러(약 5조5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이 중 국내 업체들은 생산원가를 뺀 나머지를 이익으로 가져가게 된다. 이익율은 영업비밀인데다 공장의 수율, 원가율 측정 방식, 원자재 가격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백신제조 업체들과 바이오의약품 CMO 업체들의 매출액 대비 매출원가(제조원가+재고자산 잔액) 비율 정도로 가늠해볼 뿐이다. 국내 백신제조 업체들의 연간 매출원가를 보면 45~65% 수준이다. 또 바이오의약품 CMO 전문 업체들의 매출원가는 50~70% 정도다. 평균하면 50~60%로, 업체들은 40~50%을 가져갈 수 있다. 여기에서 각종 비용을 제하고 나면 도즈당 이익은 10~30% 수준인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50억달러어치 백신을 판매하면 업체들은 5억~15억달러(6000억~1조6000억원)의 이익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8개 업체가 수주하는 생산물량은 모두 다르다. 생산능력도 제각각이다. 한국코러스는 춘천공장 내 세포배양기를 증설해 4000리터까지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넥스는 오송공장의 5000리터 상용화 생산라인을 러시아 백신 생산에 활용할 방침이다. 이수앱지스는 용인공장에서 연간 1000리터를 생산할 수 있다. 1000리터 규모 생산시설 3개가 있어 생산규모를 더 늘릴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러시아 백신 생산을 통한 수익성은 각 업체가 얼마나 많은 생산물량을 수주하느냐, 또 원제(DS) 또는 완제(DP)를 생산이냐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통상적으로 DS가 DP보다 수익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컨소시엄에서 DS를 담당할 업체들은 한국코러스를 비롯해 안동 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 바이넥스, 이수앱지스 정도로 꼽힌다. 이들은 단순히 CMO만 하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생산에 들어간다. 수요에 따라 생산물량 조절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 업체들이 러시아 백신 생산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스푸트니크V가 아데노바이러스 벡터를 이용한 백신으로 세포배양 방식으로만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코러스, 바이넥스, 이수앱지스 등은 모두 이 세포배양 방식의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스푸트니크V 백신 도입을 검토만 하는 단계라 이들이 국내서 생산한 백신은 러시아를 비롯해 이란, 아르헨티나, 알제리, 헝가리, 아랍에미레이트(UAE)로 수출될 전망이다.

러시아 백신 생산에 뛰어든 업체들은 올해 매출 증가를 자신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많은 업체들이 러시아 백신에 참여하는 만큼 수익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지만, 업체들은 공통적으로 “매출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국코러스는 이번 러시아 백신 수주로 올해 매출이 1000억원 이상으로 지난해 매출 390억원의 약 3배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코러스 관계자는 “초창기부터 러시아 백신의 효과에 대해 검증하고 공급을 추진한 결과”라면서 “생산능력을 대폭 늘리면서 많은 공급물량을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바이넥스 관계자는 “오송공장의 1000리터 생산라인만으로 지난해 흑자를 기록했으며 5000리터 생산라인 가동에 따라 올해 수익성과 매출이 모두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생산능력으로 볼 때 많은 물량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수앱지스 관계자는 “생산일수가 짧아 단기간 내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왕해나 (haena07@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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