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 속 백"..'자산어보', 잘생긴 설경구+동물적 변요한이 만났다 [종합]

[스타뉴스 강민경 기자]

배우 설경구, 변요한이 영화 '자산어보'로 뭉쳤다. 여기에 시대극의 대가 이준익 감독이 흑백 연출을 통해 여운을 전할 준비를 마쳤다.

25일 오후 영화 '자산어보'(감독 이준익) 온라인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배우 설경구, 변요한, 이준익 감독이 참석했다.

'자산어보'는 흑산으로 유배된 후 책보다 바다가 궁금해진 학자 정약전(설경구 분)과 바다를 벗어나 출셋길에 오르고 싶은 청년 어부 창대(변요한 분)가 자산어보를 집필하며 벗이 되어가는 이야기다.

'사도', '동주', '박열' 등의 작품으로 역사 속 인물을 새롭게 조명해온 시대극의 대가 이준익 감독의 신작인 '자산어보'. 이준익 감독은 '자산어보'를 통해 조선시대 학자 정약전을 조명한다. 그는 정약전이 집필한 어류학서 자산어보에 등장하는 창대와의 관계를 진정성 있게 '자산어보'에 담아내며 현 시대의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과 울림을 선사할 전망이다.

이준익 감독은 "5년 전쯤에 동학이라는 역사, 학문, 동학농민운동에 관심을 가졌다. 쭉 쫓아가다 보니까 너무나 훌륭한 분들이 많은데 저는 정약전이라는 인물에 꽂혔다. 정약전이 갖고 있는 시대의 근대성을 한 번 영화로 담으면 어떨까 해서 시작했다. 제가 보고 싶어서 연출을 하게 됐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역사의 대가'로 불린다는 말에 이준익 감독은 "역사를 많이 모른다. 제가 역사 잘 아는 줄 알더라. 누명을 썼다. 잘 모르니까 많이 찍는 거다. 모르는 것을 대하는 태도에는 두 가지가 있다. 잘 모르니까 나 알지 않을래다. 두 번째 조금만 더 알아보자 해서 푹 빠져서 못 나오는 거다. 저는 영화까지 찍어 버리는 역덕이 된 것 같다. 호기심에 대한 책임감"이라고 했다.

이준익 감독은 설경구와 '소원' 이후 8년 만에 재회했다. 이준익 감독은 "(설경구와) 다시하게 된 것 자체가 행운이다. 본인이 책을 달라고 하길래 냅다 줬다. 제가 정말 어렸을 때 선비 정신이 있는 할아버지와 10년을 같이 있었다. 현장에서 정약전으로 분장한 설경구를 보니 우리 할아버지를 만나는 느낌이었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또한 "지금와서 이야기 하는 거지만, 진심으로 나한테는 아련했다. 현장에서 나의 할아버지와 일치됐다. 변요한은 설경구가 계속 말하지만, 동물적인 에너지의 결정체다. 현장에서 단 1초도 쉬지 않고 발산해줬다. 깊이 감사하고, 정말 좋은 친구를 사겼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설경구는 영화 '해운대',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살인자의 기억법' 등 다수의 작품에서 장르와 역할을 불문하고 압도적 열연을 펼쳤다. 그랬던 그가 자산어보'를 통해 첫 사극에 도전하며 새로운 매력을 예고했다. 극중 설경구는 호기심 많은 학자 정약전으로 분했다.

설경구는 "몇년 전 모 영화제 무대 뒤에서 감독님을 만나게 됐다. 무턱대고 '책 줘요'라고 했다. 사극을 준비하고 있는데 아직 안 썼다고 하더라. '나 한 번도 안 해봤다. 해야한다'고 했다. 그랬더니 일단 써야된다고 하더라. 열흘 뒤에 연락 와서 책을 보냈다. 그게 '자산어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자산어보'를 떨어져서 봤다. 떵어져 보다 보니까 따뜻해지더라. 두 번째 봤을 때는 조금 마음을 넣어서 봤다. 그랬더니 눈물이 핑 돌더라. 여운도 있었다. 첫 리딩 때 감독님한테 '읽으면 읽을수록 와닿고 따뜻하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감독님이 '이 책의 맛이다'라고 하시더라"고 했다.

'자산어보'를 통해 데뷔 후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한 설경구는 "제안을 받았는데, 용기가 안 나서 그런지 '다음에, 다음에' 했던 게 지금까지 온 것 같다. 나이 들어서 한 첫 사극이 이준익 감독님과 함께해서 다행이다 싶다. 흑백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됐다. 한 번의 결정으로 여러가지를 얻은 느낌이다"라고 전했다.

변요한은 '소셜포비아',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하루' 등의 영화와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미스터 션샤인' 등의 작품을 통해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자유자재로 넘나들었다. 매 작품 한계 없는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해온 그가 '별리섬' 이후 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그는 극중 청년 어부 창대를 연기했다.

변요한은 "저는 선택이라기 보다 감독님하고 작품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책을 받았는데 정약전 선생님이 설경구 선배님이라고 하더라. 글도 좋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 가야한다. 설경구 선배님 같은 경우 두 세 번 울컥 했다고 하셨는데, 저는 처음에 눈물이 나지 않았다. 그 글이 너무 좋았다. 그런데 촬영장에서 매일 울었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창대를 연기하기 위해 준비해야할 것이 많았다던 변요한. 그가 준비한 건 전라도 사투리, 시대에 맞게 고기 잡는 법 등 준비해야 할 장치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변요한은 "어느 순간 중요하지 않더라. 창대의 마음을 알려고 했다. 그 나이의 변요한이 보는 시대의 시각이 아닌 창대가 보던 시대를 어떤 식으로 바라볼 것인지 그렇게 가게 되더라"고 말했다.

설경구는 변요한과의 호흡에 대해 "저희가 섬에서 두 달 반 정도 있었다. 호흡이 안 맞을 수가 없었다. 촬영 이 외에도 같이 생활을 꾸준히 한 느낌이다. 촬영장에서만 만난 게 아니라 섬 안에 있다 보니까 그 외의 시간에도 같이 있었다. 촬영이 끝난 후에도 지금껏 벗으로서 호흡을 맞추고 있는 느낌이다. 찐우정을 나누고 있다"고 했다.

이를 들은 변요한은 "이 작품 끝난 뒤 행복하고 좋았다. 잘 놀다가 간 느낌이었다. 그래서 밖에 혀가 아플 정도로 소문을 많이 냈다. 눈높이를 같이 맞춰서 정말 잘했던 것 같다. 후배로서 뻔뻔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건 감사한 마음도 있지만, 잘 놀아주셔서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자산어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우정출연한 배우들이다. 동방우, 정진영, 김의성, 방은진, 류승룡, 조승연, 최원영, 조우진, 윤경호로 완성된 화려한 라인업이다. 이에 대해 이준익 감독은 "주저할 마음이 없었다. 설경구가 직접 거의 연락을 해줬다"며 우정출연한 배우들을 포함해 설경구에 대해 거듭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동주'에 이어 다시 한 번 흑백영화를 시도한 이준익 감독이다. 그는 "얼마 전 영화 '동주'를 통해 흑백을 시도했다. 적지 않은 성과가 있어서 큰 자신감이 생겼다. 그런데 '동주'와 '자산어보'의 흑백은 정 반대의 흑백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동주'는 일제 강점기가 갖고 있는 암울한 공기, 백보다는 흑이 더 차지하고 있다. '자산어보'는 그때도 어려운 시대고 시련이 많았다. 유배까지 온 주인공이지만 그가 만난 새로운 세상 하늘과 바다 등 자연과 아름다운 사람 관계 속에서 백이 더 크다"라고 덧붙였다.

이준익 감독은 정약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유도 밝혔다. 그는 "보통 영화에서 시대 인물을 그릴 때 영웅을 주인공으로 한다. 저도 그랬던 적이 있다. 같은 시대를 버티고 이겨낸 사소한 개인 같은 사람들의 모습과 주변을 그리다 보면 영웅 보다는 나의 마음이 담겨 있는 사람들 삶의 모습들이 보이더라. 윤동주 옆에 잘 모르는 시인 누군가 있고, 박열 옆에 후미코, 정약용 옆에 정약전이 있고 그 옆에 창대가 있듯, 아래로 가다 보면 가공된 영웅 보다 진정한 그 시대의 모습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준익 감독은 "설경구를 잘생겼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만 알았는데 잘생겼더라. 영화를 보면 안다. '왜 이렇게 잘생겼지?'라며 다른 영화는 생각도 나지 않는다. 설경구 얼굴만 보인다. 너무 잘생겼다"고 강조했다. 과연 잘생긴 설경구의 얼굴과 동물적인 에너지를 가진 변요한 그리고 시대극의 대가 이준익 감독이 만들어 낸 '자산어보'는 관객에게 어떤 여운을 남길지 주목된다.

한편 '자산어보'는 오는 3월 3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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