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아이들이 없는 세상을 꿈꿉니다"

박남숙 2021. 2. 25.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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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NBCA 국제학교 노준환 대표, 13년째 학교 운영·의료 봉사

코로나 봉쇄 이후 매일 빈민촌 아이들 찾아 음식 나눔

“가장 큰 문제는 교육의 부재”

코로나 봉쇄조치 이후 필리핀 빈민가의 아이들은 일상의 모든 것으로부터 방치되어 있다. 제대로 교육을 받을 수 없는 것은 물론, 하루하루를 버틸 식량 구하기도 급급한 실정이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NBCA 국제학교를 운영 중인 노준환 대표는 코로나로 인한 봉쇄조치 이후 매일 빈민촌 아이들을 찾아간다. 그곳 아이들이 처한 현실, 그리고 지금 그들에게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노준환 대표를 만나 들어 보았다. 

Q.코로나 봉쇄 이후 매일 빈민가 아이들을 찾아간다고 들었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습니까?

A. 2008년 종교적인 사명을 가지고 필리핀에 있는 크리스찬 국제학교를 인수 받았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까지는 빈민가에서 의료봉사를 주로 했습니다. 그러다가 코로나가 찾아왔습니다.

필리핀에서는 지난해 3월 중순부터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강력한 봉쇄조치가 내려졌어요. 거의 모든 회사가 문을 닫고, 상점, 대중교통 등 모든 일상이 멈췄습니다. 사람들이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건 기본적인 생필품 구입을 위한 것이 전부였죠. 그것도 당국의 허락을 받아야 했고, 가족 당 외출 인원수도 제한되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차를 타고 우연히 지나가는데, 문 닫힌 식당 그 앞에서 신발도 신지 않은 어린아이들이 서성거리고 있는 겁니다. 아이들의 행색이 먹을 것을 찾아 나온 모습이었습니다. 차를 돌려 집으로 갔죠. 아내에게 도시락을 싸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거리로 나갔습니다. 먹을 것을 구걸하는 아이들을 찾아다니면서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것이 시작이었습니다.

◆빈민가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노준환 대표 ©박남숙

Q. 빈민가에 거주하고 있는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A. 사실 필리핀 사람들은 매우 순종적인 편입니다. 정부에서 내린 결정에 대해 크게 반발을 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가 없습니다. 제가 봉사를 하고 있는 빈민촌에서도 친척집을 방문했다가 정부의 이동제한 조치로 발이 묶인 가족들이 있는데 크게 반발을 하거나 동요하지 않습니다. 오늘도 아이들에게 다녀왔는데, 아이들도 해맑습니다. 무리 지어 다니면서 놀고 장난치고 그렇게 일상적으로 지냅니다.  

Q. 빈민가에서는 아무래도 마스크 착용 이라든지 사회적 거리두기 등이 지켜지기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코로나가 감염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같은 것은 없습니까?

A. 저는 작년 3,4,5월 강력한 봉쇄 기간 동안 빈민가 아이들을 찾아 다녔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빈민가 지역은 쉽게 오가지 못하게 철문으로 잠가 놓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 곳을 찾아 다녔죠. 그 곳을 들어가려면 허락을 받아야 했습니다. 

어느 날은 경찰차가 저를 따라 오더군요.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는 저를 한참 동안 지켜보더니 돌아갔습니다. 코로나 방역 지침을 어겼다고 저를 잡아가도 할 말이 없었습니다. 저에게는 배고픈 아이들이 코로나보다도 더 무서웠습니다.

Q. 아이들이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A. 교육의 부재입니다. 사실, 그들에게는 하루하루 먹고 사는 것이 더 시급합니다. 부모들조차도 아이들의 교육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습니다. 

Q. 필리핀 교육당국의 정책이 빈민가 아이들에게도 제대로 적용이 되고 있습니까?

 A. 한 마디로 말하자면 “아니요”입니다. 그 어떤 교육정책도 빈민가 아이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학교도 그렇고, 대부분의 국제학교 또 사립학교의 온라인 수업은 대체로 원활하게 운영이 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국공립 특히, 빈민가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입니다. 빈민가 아이들은 교육으로부터 방치되었다고 보시는 게 맞습니다. 국공립학교에서 온라인 수업의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온라인 수업은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고요, 선생님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과제물을 나누어 주는 것이 전부입니다.

◆사진기만 들면 몰려드는 아이들 “아이들 속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박남숙

Q. 아이들에게 현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교육입니다. 얼마 전에 제가 가슴 찡한 장면을 목격했는데요. 어느 빈민가 가정을 지나가는데 중학생쯤 보이는 아이가 어디서 숫자 노트를 구했는지 그 노트로 숫자 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공부가 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빈민가 아이들에게는 생필품, 먹거리, 학용품 등 모든 것이 부족합니다. 코로나 이전처럼 적극적인 봉사를 하시는 경우가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시고 있습니다. 

문제는 아이들 교육에 관한 것인데, 저는 개인적으로 교육에 몸을 담고 있는 분들의 적극적인 재능기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필리핀 현지 분들의 지속적인 교육봉사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다면, 그것이 현실적으로 빈민가 아이들의 교육을 위한 최소한의 임시방편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A. 며칠 전 두테르테 대통령은 8월까지 대면 수업은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빈민가 아이들을 생각하면 암담합니다. 아이들을 위하는 것이라면 힘들고 고되더라도 길 찾기를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포기하지 말아야 합니다. 지난 봉쇄 기간 동안 배고픈 아이들을 찾아다니면서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았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입에 먹을 것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뿌듯했습니다. 

교육문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찾아 다녀야 합니다. 교육의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을 찾아 다녀야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들의 교육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방치해서도 안 됩니다. 방법을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합니다. 그 아이들은 필리핀의 미래이자 우리 모두의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필리핀 마닐라 = 박남숙 글로벌 리포터 sinamsu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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