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로] '투자 광풍' 시대, 공포에서 벗어나기

서혜진 2021. 2. 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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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한 지인이 단체카톡방 캡처사진을 몇 장 보내왔다.

한때는 위험하다고 여겨졌던 가상자산에 투자자들이 이제 편안함까지 느끼고 있는 듯하다.

한국은행이 지난 23일 발표한 '2020년 4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726조1000억원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3년 이래 가장 많았다.

상승장이 반전되면 투자심리는 순식간에 'FOMO'에서 'FOLO(Fear Of Losing Out)'로 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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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한 지인이 단체카톡방 캡처사진을 몇 장 보내왔다. 여고 동창생들이 모여있는 단톡방에서는 '아는 사람이 비트코인에 2억원을 투자했는데 10억원이 됐다더라'라는 무용담이 공유되고 있었다. '회사 그만두고 당분간 여행 다닐거라 하더라' '지금이라도 가상화폐 사야 되는 것 아니냐' '비트코인은 너무 비싼데 살 만한 다른 코인 없나' 등으로 얘기가 흘러가고 있었다.

이 지인은 "나만 빼고 다들 어딘가에 투자하고 있었더라"라며 "대부분 경제적 여유가 많지 않은 가정주부들인데 적게는 3000만원, 많게는 8000만원까지 넣었다고 해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노동의 가치가 휴지조각이 됐다' '직장 다닐 맛이 안난다'는 한탄을 늘어놓다가 그가 마지막 한마디를 붙였다. "그래서 지금 뭘 사야 되나요?"

말 그대로 투자 광풍이다. 어디 하나라도 투자하지 않으면 남들보다 뒤처지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심리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를 지칭하는 '포모증후군(FOMO·Fear Of Missing Out)'이라는 용어도 여전히 유행 중이다.

과열된 투자심리는 부동산에서 주식, 가상자산으로 흘러가고 있다.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 점차 옮겨가는 모양새다. 한때는 위험하다고 여겨졌던 가상자산에 투자자들이 이제 편안함까지 느끼고 있는 듯하다.

돈버는 행렬에 끼기 위해 빚을 내서 투자한다는 '빚투', 집을 사기 위해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받는다는 '영끌'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지난해 4·4분기 가계대출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23일 발표한 '2020년 4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726조1000억원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3년 이래 가장 많았다. 특히 카드대금을 뺀 가계대출만 약 44조5000억원이 늘었다. 이 역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분기 증가폭이다.

상승장이 반전되면 투자심리는 순식간에 'FOMO'에서 'FOLO(Fear Of Losing Out)'로 변할 수 있다. 하락장에 더 늦게 주식을 처분하면 투자에 실패할 수 있다는 공포감에 휩싸이며 매도심리가 급격히 강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상승장에서 뒤처지는 두려움보다 하락장에서 실패하는 인생에 대한 공포가 더 무서운 법이다.

지난 24일 코스피지수 3000선이 무너지고 비트코인은 하루 새 1000만원 가까이 폭락했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3000선을 내준 건 지난달 29일 이후 16거래일 만이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화폐가치 하락에 따른 채권 투자유인이 적어지자 채권 금리가 상승해서다. 국채 금리 상승으로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약화하자 외국인 매도물량이 쏟아졌다.

3000선이 붕괴된 지 단 하루 만인 25일에는 코스피 지수가 더 크게 반등하며 3100선 턱밑에서 마감했다. 미국 증시 훈풍과 외인·기관의 매수세에 힘입어 3%대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롤러코스터 장세는 3~4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증시가 과열 부담이 커진 만큼 당분간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주가 급등이 영원히 지속될 수 없는 만큼 단기조정 시나리오를 작성해야 한다는 조언도 제기된다. 투자 포트폴리오뿐 아니라 투자심리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증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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