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덕에 올해 3% 성장 예상..고용악화·소비침체는 암초

송민근 2021. 2. 2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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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銀, 올해 성장률 전망..기준금리 0.5% 동결
서비스업 부진 예상보다 길고
고용없는 성장에 물가만 올라
물가상승률 전망 0.3%P 높여

◆ 韓銀 경제전망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0.5%로 동결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을 3.0%로 전망했으며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1월 전망치에 비해 0.3%포인트 높은 1.3%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사진 제공 = 한국은행]
한국은행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처럼 3%로 유지하는 반면 물가 전망치는 1.3%로 상향 조정했다. 통상 성장률 전망치를 유지하면서 물가 전망을 올릴 때는 경기 회복 과정으로 일컬어지는 '리플레이션(Reflation·마이너스 물가는 벗어났지만 물가 폭등은 아닌 상황)'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주열 한은 총재는 "실물경제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며 기준금리도 현재 수준인 0.5%로 동결했다.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와 함께 올해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의 호황에 힘입어 성장률을 방어하겠지만 소비 침체에 따른 체감 경기 회복은 여전히 더딜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전문가들은 서비스업 부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고용 없는 성장'과 함께 소비는 늘지 않고 유가·식료품 등의 가격만 오르는 전형적인 '나쁜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나타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25일 한국은행은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3%, 2.5%로 전망했다. 지난해 11월 경제 전망 때와 동일한 예상치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실물경제는 반도체 등 IT 분야에서 수출이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한편 설비투자도 호조를 보였다. 반면 민간소비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장기화되면서 부진했다"고 성장률 전망을 유지한 배경을 설명했다.

올해 2월 1~20일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7.5% 증가했으며, 승용차와 무선통신기기도 각각 45.9%, 33.6% 늘어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올해 초까지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지속된 영향으로 설 연휴에도 민간소비는 활력을 되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 같은 흐름은 올해 내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경제 전망에서 올해 상품수출과 설비투자가 각각 7.1%, 5.3%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김웅 한은 조사국장은 "반도체 국제 수요가 회복된 영향으로 경상수지는 흑자를 기록하고 설비투자도 IT 부문 증가세에 더해 비IT 부문도 완만하게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출 호황 덕에 올해 경상수지는 620억달러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국내 생산과 직결된 수출·투자 등 지표 자체는 매우 양호한 흐름을 가리키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민간과 가계와 직결된 소비다. 민간소비는 올 상반기 0.2%, 연간 2%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보인 부진(-5%)조차 회복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소비는 지난해 11월 전망(3.1%)보다 큰 폭 하락했다. 소비가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사이 일자리와 가계소득은 계속 고전하고 이는 다시 소비 위축으로 이어졌다. 이같이 악순환이 반복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은은 올해 상반기에도 취업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9만명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간으로 볼 때는 하반기 회복세를 고려해도 8만명 증가에 그칠 것으로 봤다. 지난해 감소한 취업자 수(-22만명)와 비교할 때 더딘 회복세라는 얘기다.

꿈틀거리는 물가는 희망과 우려의 교차점이다.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0.5%에 그쳤으나 올해는 1.3%까지 뛸 것으로 한은은 예측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전망보다 0.3%포인트 상향된 수준이다.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는 "최근 식료품 가격과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지속적인 백신 접종의 영향으로 소비가 개선되면 물가가 추가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올해 평균 원유 도입단가를 배럴당 56달러로 전망했는데, 지난해 평균 단가(43달러)에 비하면 30%가량 높은 수준이다. 국제유가 상승은 통상 물가 상승의 압력으로 작용한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용 부진은 여전한 가운데 물가만 치고 올라가는 점은 향후 통화정책 운용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실물경제는 침체되는 가운데 자산으로만 돈이 쏠리는 현상이 더 심화되면 유동성 함정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은 이날 금리 결정에도 반영됐다. 이날 한은은 기준금리를 금융통화위원 만장일치로 현 수준(0.5%)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이 총재는 "백신 접종과 변이 바이러스 발생 등 향후 경기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만큼 국내 경제가 안정적인 회복세를 보일 때까지 완화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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