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41일째 '팔자'..동학개미, 국민연금 성토 나선 배경은?

김창섭 기자 2021. 2. 2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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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거래일째 '팔자'에 나서고 있는 연기금에 반발하는 동학개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오늘(25일) "제대로 된 기금 운용을 촉구하기 위해 국민연금 본사에 가서 1인 시위를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공매도 금지를 연장시키며 영향력을 펼쳤던 개인투자자들이 한투연을 중심으로 연기금에 목소리를 높이기로 한 것입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카페 캡처]

정 대표는 "국민연금이 국내 목표 비중 때문에 팔고 있는 것은 이해한다"며 "그러나 이를 고려하더라도 파는 속도가 너무 빠르고 규모도 크다"고 말했습니다.

또 "국민연금이 수익도 내지 않고 단순히 우리 증시를 받히기만 하라는 건 아니다"라며 "다만, 13년 동안 이어오던 박스피를 작년에 개인들이 겨우 올려놨는데 연기금이 앞장서서 지수를 하락시킨다는 것은 전혀 긍정적이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민연금이 국내 목표 비중만 볼 게 아니라 현재의 코스피 지수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는 게 정 대표의 생각입니다.

[연기금 순매도 규모]

연기금은 지난해 12월 24일부터 오늘까지 41거래일 연속 순매도세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종전 최장 매도 기간 기록을 깨뜨린 지 오래고, 이 기간동안 무려 12조7471억 원을 팔았습니다.

월별로 보면 지난해 6월부터 지금까지 9개월 동안 순매도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연기금이 이렇게 순매도세를 지속하는 이유는 국내 주식 목표 비중 때문이라는 게 증권가의 시각입니다.

연기금은 자산 중 어느 정도를 국내 주식에 투자하고 또 해외 주식에 투자할 지를 정합니다.

국내 연기금 중 가장 큰 국민연금의 올해 국내 주식 비율 목표치는 16.8%입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은 19.6%로, 목표 비중보다 2.8% 포인트나 더 많이 갖고 있습니다.

[청와대 청원 캡처]

이 때문에 연기금은 본의 아니게 '팔자'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는데 공교롭게도 이 기간에 코스피는 3,000선을 두 번이나 내줬습니다.

이에 개인 투자자들은 지수 하락의 원흉으로 연기금을 지목하고, 1인 시위를 계획하거나 청와대에 청원을 넣는 등 단체 행동에 나서기로 한 것입니다.

이러한 개미들의 원성이 커지자 어제(24일)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연기금의 자산 운용에 대한 생각을 밝혔습니다.

권 장관은 "주가가 2,000~3,000선일 때 리밸런싱(자산배분)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서 검토하고 다음 기금위(기금운용위원회)에 보고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국민연금이 자산비중을 다른 방향으로 재조정하거나 국내 비중을 확대할 지는 미지수입니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싼값에 주식을 사서 현재 비싸게 파는 것은 기금 투자 목적이자 당연한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국민연금이 국내 비중을 점차 줄이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해외투자 비중을 늘리기 위해섭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최근 한 10년간 해외 대체투자나 해외 주식 시장에 대한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를 해왔는데, 분산투자를 위해서는 해외 위험자산 비중을 확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인구 구조 변화 때문에 국민연금이 일시적으로 2040년쯤에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는데, 이렇게 중장기 자산 전략을 따르지 않으면 연금 대란 같은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결국 국민연금이 국내 자산 비중을 줄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입니다.

다만, 일정 부분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코로나19 이후 상대적으로 유럽이나 홍콩 국가들의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한국 증시 그리고 상장 기업에 대한 벨류에이션 메리트가 상당히 부각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글로벌 증시가 급락하는 그런 국면에 왔을 때는 국내 주식 비중을 충분히 높일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국내 주식 중에서도 성장성이 높은 코스닥이나 바이오, 벤처 쪽은 장기적으로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연기금의 매도세가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12조 원 넘게 팔았지만, 목표 비중을 맞추기 위해서는 최대 20조 원 정도는 더 팔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지난 5일 보고서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연기금 매도세가 언제 끝날 것인지에 집중돼 있다"며 "시기적으로 본다면 연기금 매도세는 오는 5~6월까지 지속될 수 있으며 그 이후 순매수 전환 가능성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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