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폭력 신념' 병역거부..진정성 있으면 무죄
예비군 훈련 16차례 거부 A씨
14차례 고발에도 의지 안꺾어
"진정성·지속성 인정" 무죄
집회서 경찰관에 폭력 B씨
반전·평화활동 전무한 C씨
"진실성 의심된다" 유죄
대법원 1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예비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종교적 신념이 아닌 윤리·도덕·철학적 신념에 의한 경우라도 그것이 진정한 양심에 따른 훈련 거부가 맞는다면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총 16회에 걸쳐 예비군 훈련과 병력 동원 훈련 소집통지서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불응했다는 이유로 기소됐다.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폭력적인 아버지와 그로 인해 고통을 겪은 어머니 슬하에서 자라 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컸고, 타국 군대의 민간인 학살 영상 등을 보고 충격을 받아 입대 자체를 거부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가족의 설득으로 입대했지만 회의감이 커 군사훈련을 받지 않는 회관 관리병에 지원해 군 복무를 마쳤다. 그러나 제대 후에는 더 이상 양심을 속이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예비군 훈련을 거부하며 수년간 조사와 재판을 받는 길을 택했다. 이 때문에 A씨는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일용직이나 단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생계를 유지해야 했다. 1심 재판부는 A씨 양심이 구체적이고 진실하다고 보고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A씨가 '카운터 스트라이크' '오버워치' 등 폭력적인 게임을 했던 점을 들어 항소했지만 2심도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A씨가 한 게임들은 캐릭터의 생명력이 소모돼도 다시 살아나고 공격을 받더라도 피가 나지 않는다"며 살인을 묘사한 것과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A씨 역시 일부 게임을 어릴 적에 그만뒀고 최근에 한 게임에도 양심에 반하는 수준의 폭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이런 취지에 따라 지난달 종교적 신념에 따른 예비군 훈련 거부자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판결한 데 이어 이날 종교가 아닌 개인적 신념에 따른 예비군 훈련 거부도 처벌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놨다.
반면 이날 대법원 1·3부(주심 박정화·민유숙 대법관)는 비폭력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B씨와 C씨에 대해서는 "신념이 진실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각각 징역 1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B씨가 병역 거부 소견서에 "5·18 항쟁 당시 시민들이 총을 든 것은 합당한 저항권 발동"이라고 진술한 점을 지적했다. B씨가 모든 전쟁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목적·동기·상황에 따라 물리력 행사가 정당화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C씨에 대해서는 병역 거부 전에 반전·평화 활동 경력이 없고 군대 내 인권 침해, 군 복무에 따른 경력 단절, 권위주의 문화 등에 대한 반감만 있을 뿐 군사훈련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다"며 정당한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한편 이날 헌법재판소는 정당한 사유 없이 예비군 훈련을 거부하면 처벌하도록 한 향토예비군 설치법 15조 9항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제기된 위헌 법률 심판 제청을 각하했다. 헌재는 "법원은 진정한 양심에 따른 예비군 훈련 거부자에 해당하는지 심리하고 유무죄를 판결하면 된다"며 "예비군 훈련 거부 처벌 조항은 헌재의 위헌 판단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고재만 기자 /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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