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호주는 가치공유 파트너"..中 무역보복 함께 대응해야

한예경 2021. 2. 2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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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레이퍼 신임 주한호주대사
美 안보·中 경제 기댄 韓-濠
동맹중심 국제질서로 넘어야
쿼드는 안보보단 외교협의체
CPTPP 관여한 통상 전문가
"한국 참여한다면 크게 환영"
"글로벌 경제 보복에 대응하는 방법은 한국 같은 동맹국과 함께 원칙에 입각한 국제질서를 확립하는 것뿐입니다."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에게서 신임장을 받은 캐서린 레이퍼 신임 주한 호주대사(사진)는 작은 목소리였지만 단호했다. 지난해 호주가 중국에 '코로나19 바이러스 책임론'을 제기하자 중국은 즉각 무역·관광·교육 등 전방위 경제 보복으로 응수했다. 호주산 농산물에 폭탄관세를 매기고 호주 유학을 금지시키기도 했다.

사실상 양국 간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에서 한국에 새로 부임한 레이퍼 대사는 우방에 대한 기대가 크다. 한국도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를 둘러싼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큰 타격을 입었던 만큼 공조 여지가 높다고 본다.

레이퍼 대사는 "한국과 호주 양국은 개방된 시장경제·자유로운 교역·인권과 법치주의 중시 등 많은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나라"라며 "각국이 이런 가치에 입각한 결정을 내릴 때 다른 나라에서 보복을 당하지 않도록 '원칙에 입각한 국제질서'를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호주는 중국의 경제 보복이 국제질서를 따르지 않았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상태다.

레이퍼 대사는 "한국과 호주가 경제적으로 더욱 번영하고 더 많은 일자리와 소비자 혜택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인도·태평양지역에서 '개방적이고 포용적이며 탄력성을 갖춘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며 "한국 같은 우방국이 이런 협력의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레이퍼 대사가 지난해 말 한국에 부임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가 '쿼드(QUAD)'였다. 쿼드는 호주를 비롯해 미국 인도 일본 등 4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역내 외교협의체다. 레이퍼 대사는 "한국에서는 쿼드를 안보협의체로 착각하는 일이 많은 것 같다"며 "하지만 실제 쿼드는 인도·태평양지역에서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외교 수장들이 만든 외교협의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쿼드가 회원국을 늘리는 등 조직 확대에 대해 아직까지 논의한 바는 없지만 한국의 신남방정책 등은 쿼드가 지향하는 바와 같은 가치"라고 강조했다.

레이퍼 대사는 통상전문가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광범위하고 깊이 있는 다자간 무역질서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이 있는데 호주는 이 두 가지에 모두 가입한 나라다.

특히 CPTPP가 2010년 호주 멜버른에서 첫 번째 협상을 시작했을 때부터 호주 대표로 참석했다. 레이퍼 대사는 "CPTPP에 처음부터 참여했기 때문에 자식 같은 심정"이라며 "CPTPP는 경제뿐만 아니라 환경·노동·지식재산권 등 광범위한 분야를 다루고 있어 한국이 함께한다면 크게 환영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RCEP 가입을 타결하면서 CPTPP 가입을 고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시절 전 세계 경제가 자국 우선주의에 집중하면서 다자간 무역질서가 퇴조의 기미를 보이기도 했다. 레이퍼 대사는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으로 역내에서 장기간 공급망을 축적하는 게 화두가 된 만큼 양자 간 무역협상뿐만 아니라 다자간 무역협상의 틀을 마련해 놓는 것이 향후 경제 회복의 근간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예경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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