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예술..한지 태운 그을음, 線이 되다
촛불·향으로 1mm 태운 한지
손으로 끄며 수행하듯 작업
수만장 이어붙인 작품 세계
그을음서 100가지 색 나와
英 화이트큐브 등 외국서 찬사
4년 만에 열린 서울 갤러리현대 개인전 'Timeless(영원한)'에서 만난 그는 "화선지에 먹으로 선을 아무리 그려도 원하는 게 안 나와 불의 힘을 빌렸다"며 "태운 선이 너무 깊고 아름다웠다. 그을음에서 100가지 넘는 색이 나온다"고 말했다.
종이는 유년시절 그의 장난감이기도 했다. 아버지가 운영하는 광주 인쇄소에서 폐지로 딱지를 만들어 놀았다.
홍익대와 동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후 르네상스 미술이 궁금해 1991년 이탈리아 밀라노 브레라국립미술원에 유학을 갔지만 결국 한지에서 답을 찾았다.
"1990년대 초 사진과 비디오 작업이 유행했는데 유학을 와보니 기계를 잘 못 다뤄서 하던 것을 계속해야겠더라고요. 한지에 수묵·채색 추상화를 그리다가 2000년 들어 한지를 태우는 작업을 했죠."
한지 자체를 물감이자 수행과 명상의 무대로 사용한 작품 30여 점을 이번 개인전에 펼쳤다. 태운 한지 수만 개를 일일이 아교로 붙여 다양한 리듬감을 만드는 노동집약적 작품들이다.
검은색과 붉은색이 점점 옅어지는 'Timeless' 연작은 바다의 잔잔한 물결과 그 흐름의 영원성을 담았다. 회오리 형상을 지닌 'The Water' 연작은 역동적인 물줄기를 표현했다. 황금비례를 보여주는 'Nautilus(앵무조개)' 선은 방사형으로 소용돌이친다.
이탈리아 남부 바닷가에서 들은 파도 소리를 그렸는데 전통 산수화처럼 보이는 'Mountain(산)' 연작은 영국 대영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영혼이 육체를 이탈해 내려다본 방을 표현한 'The Room(방)' 주제는 명상이다. 9세부터 서예와 명상을 배운 작가는 "성공적 명상 단계를 표현했다. 작업을 안 할 때 호흡을 고르면서 생각을 비우는 명상을 자주 한다"고 했다. 전시는 3월 2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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