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취재]" 혼자 조용히 받고 싶어요", "껌인데요"..음주운전 단속 현장 따라가보니.jpg
강남의 밤은 화려했습니다. 설마 신사역 사거리라고 뭐 특별할까. 섣부른 판단이었습니다. 다양한 유형의 음주운전자들은 변명도 화려했습니다.
코로나19가 바꾼 음주운전 단속 방법은 이렇습니다. 먼저 비대면 접촉기로 운전석 주변의 알코올을 감지합니다. 그럴 확률은 매우 낮지만 간혹 손소독제도 알코올로 잘못 인지해 알람이 울리기도 합니다. 알람이 울리면 내려서 '음주측정'을 진행합니다.
'0.48 면허정지'가 나온 이 분. 우선 시간 끌기에 나섭니다. 새 생수를 달라고 합니다. 신분증을 찾는데 시간이 또 걸리고.. "길에서 받기 싫다, 차 안에서 받고 싶다"는 요구도 합니다.
하지만 음주단속은 차에서 내린 그 곳, 현장에서 받아야 합니다. 장소를 다른 곳으로 이동하거나 밀폐된 공간에서 받을 수 없습니다. 측정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측정 결과를 인정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엔 "경찰서로 가겠다"는 주장, 이것도 통하지 않자 "변호사를 선임하겠다"면서 또 버팁니다. 20분 간의 실랑이 끝에 겨우 음주 측정을 해봤더니 면허 정지 수준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실랑이의 이유는 나중에 밝혀졌습니다. 무면허 상태에서 운전한 겁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남성은 지인들과 술을 마신 뒤 500m 떨어진 술집 주차장에서부터 신사역 사거리까지 차를 끌고 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한 20대 여성은 비대면 접촉기에 빨간 불이 울리자 혀를 내밀며 껌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껌 냄새라는 겁니다.
"0.094 면허 취소입니다."
이곳저곳 전화를 걸어 지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다 결국 대리기사를 불러 현장을 떠났습니다.
또 다른 운전자는 음주 단속 현장을 보고 빠른 속도로 달아나다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입건됐습니다. 신사역 사거리에만 CCTV는 20대가 넘습니다.
서울 시내 식당과 술집이 문을 닫아야 하는 밤 10시에 맞춰 실시한 음주단속. 1시간 반 만에 강남 번화가에서만 3명이 입건됐습니다.
'거리 두기만 끝나면 친구들과 술 마셔야지' 라는 생각. 머릿속으로는 다들 해보셨을 겁니다. 하지만 음주와 음주운전은 엄연히 다릅니다.
경찰은,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되면 이러한 사고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특별 단속에 들어갑니다. 오늘부터 주 2회 서울 시내 31곳에서 음주 단속을 합니다. 경기도 등 수도권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리기사님들은 어디에나 있고, 경찰은 어디서든 지켜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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