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 세 번째 철수설, '관치' 때문?
일각 "배당제한 등 당국 개입 때문"
축소 검토 아·태 지역, 수익 감소
배당 제한 조치 27개국서 실시 중
오히려 미 당국 규제 압력 더 커
[경향신문]
최근 한국씨티은행 본사인 미국 씨티그룹이 소매금융 사업 철수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금융권이 술렁이고 있다. 일각에선 한국 금융당국의 ‘관치’가 문제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확대 해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25일 “현재로서는 본사의 공식 입장 이외에 다른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앞서 지난 19일(현지시간) 익명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씨티그룹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소매금융 사업을 처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씨티그룹은 “여러 다양한 옵션을 검토하고 있으며 충분한 시간을 갖고 결정할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놓은 채 말을 아끼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 ‘과도한 관치 금융’이 씨티그룹 같은 글로벌 금융사를 내몰고 있다”면서 당국의 규제가 문제라고 주장한다.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조치, 배당성향 20% 제한 권고 등 당국이 과도하게 은행 경영에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철수설과 관련해 한국 당국의 ‘관치’를 문제 삼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씨티그룹이 소매금융 축소를 검토 중인 곳은 한국, 태국, 필리핀,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반이다. 씨티그룹의 지난해 4분기 아시아·태평양 소매금융 부문 수익은 15억5000만달러(약 1조716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5% 줄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배당 자제 권고도 한국만의 상황이 아니다. 바젤위원회 조사 결과 지난해 10월 기준 미국, 영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27개국이 배당 제한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한국보다는 미 금융당국의 규제 압력을 받고 있다. 앞서 지난해 10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통화감독청은 씨티그룹이 “다양한 영역에서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가 미흡했다”며 4억달러(약 4644억원)의 제재금을 부과했다. 블룸버그는 “씨티그룹은 미국 통화감독청과 연준이 지난해 말 내부통제 문제를 해소하라는 엄격한 명령을 내린 상황에서 외국 소매금융을 정리함으로써 비즈니스를 단순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미국 금융당국의 규제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한국씨티은행 매각설은 2015년과 2017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한국씨티은행은 저금리로 인한 마진폭 축소, 국내 시중은행과의 경쟁 등으로 소매금융에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2017년에는 점포 수를 133개에서 44개로 대폭 축소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의 규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지금 와서 규제 때문에 사업을 못한다는 건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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