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폭탄 맞은 美텍사스 주민, 1조원 규모 소송 제기

"비슷한 상황 놓인 다른 피해자들 대신해 제소"

미국 텍사스주에 한파가 덮치면서 사상 최악의 정전 피해가 발생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정이나 기자 = 최악의 한파가 덮친 미국 텍사스의 한 주민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전기 요금에 도매 전력업체 '그리디'를 상대로 10억달러(1조1000억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다고 폭스뉴스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텍사스주 몬트벨뷰에 거주하는 리사 코리는 도매 전력업체 그리디의 고객이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매월 200~250달러(약 22만~27만원) 수준이던 코리의 전기요금이 1~19일엔 9546달러에 달했다.

이 요금은 코리의 계좌에서 자동으로 빠져나갔고 코리가 이의를 제기했지만 그리디 측은 어떤 답변도 하지 않았다.

코리는 그리디가 "불법적으로 바가지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비슷한 상황에 놓은 텍사스 다른 주민들을 대신해 10억달러 규모의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코리 측 대리인은 고소장에서 "그리디는 재난의 한복판에 있는 코리에게 (요금을) 부과했다"며 "코리와 남편이 사는 집엔 17~18일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같은 기간 코리는 80대인 양가 부모를 집에 초대했음에도 높은 요금 때문에 전기 사용을 최소화해야 했다"고 밝혔다.

텍사스를 강타한 겨울폭풍에 전력공급이 어려워지면서 평소 1메가와트시(MWh) 당 50달러 수준이던 텍사스 내 전력 도매가는 15일 기준 1메가와트시당 9000달러를 웃돌았다.

이 때문에 수많은 주민들이 전기료 폭탄을 맞는 등 금전적 피해를 입었다. 알링턴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다행히 정전피해는 입지 않았지만 닷새간 쓴 전기요금 1만7000달러를 내라는 통지를 받기도 했다.

그리디는 전력도매가가 치솟자 급히 고객들에게 전력업체를 바꾸라고 안내했지만 새로운 전력 서비스 업체로 바꾸는 것에도 일주일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피해자들은 설명한다.

코리도 19일이 되어서야 전력업체를 바꿀 수 있었다.

코리는 "그리디는 자사가 소비자들에게 너무 많은 금액을 청구하고 있고,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고 비난했다.

텍사스에서는 사상 최악의 정전 피해를 입은 주민들로부터 전력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2일엔 한파로 인해 전기 공급이 끊긴 이동식 주택에서 잠을 자던 11살 난 아들이 동사했다며 아이의 가족이 텍사스 전력회사 엔터지와 텍사스전기신뢰협의회(ERCOT)를 상대로 1억달러 상당의 소송을 제기했다.

lch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