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효과 약화시키는 신종 변이 바이러스, 뉴욕서 확산
[경향신문]
미국 뉴욕에서 백신 효과를 약화시키는 신종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다고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지난해 11월 뉴욕에서 채취된 표본에서 처음 확인된 B.1.526 변이 바이러스는 현재까지 뉴욕 코로나19 환자의 약 2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캘리포니아공과대학은 B.1.526 신종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초기 연구 결과를 지난 23일 국제 생물학 분야 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게재했다. 컬럼비아대학도 신종 변이 바이러스를 확인하고 연구를 진행했다. 논문은 아직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두 연구 모두 동료 검토를 거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관련 연구들이 뉴욕발 신종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캘리포니아공대 연구진은 수십만개의 바이러스 유전적 염기서열에서 돌연변이를 발견해 B.1.526의 증거를 찾아냈다. 캘리포니아공대 컴퓨터 생물학자인 앤서니 웨스트는 “반복되는 패턴이 있었고, 지금껏 보지 못했던 고립된 변이들이 뉴욕 지역에 집중됐다”고 했다. 연구진은 새로 유행하는 바이러스에서 두 가지 버전의 패턴을 찾아냈다. 하나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브라질 변이에서 볼 수 있는 E484K 변이를 가진 것인데, 백신 예방 효과를 피해가는 특성이 있었다. 또 다른 하나는 S477N 변이로, 인간 세포에 더 단단히 결합하는 바이러스다. 연구진은 뉴욕에서 두 속성을 가진 바이러스에 확진된 비율이 2월 중순까지 27%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컬럼비아대학 연구진은 의료 센터의 환자들로부터 1142개의 표본을 추출했다. 표본의 12%가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서 볼 수 있는 E484K를 포함하고 있는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것을 발견했다. B.1.526에 감염된 환자들은 평균 6살 정도 나이가 많았으며 입원 가능성도 더 높았다. 연구 책임자인 데이비드 호 박사는 맨하탄, 브루클린 등 뉴욕 전 지역에서 사례를 찾을 수 있었다면서 “이미 뉴욕 전역에 널리 퍼진 것 같다”고 NYT에 말했다. 대학 연구진들은 뉴욕주 당국과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위험성을 알렸다.
록펠러 대학 면역학자 마이클 누센츠바이그 박사는 “뉴욕발 변이가 최근 캘리포니아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변이보다 더 걱정된다”면서도 “기쁜 소식은 아니지만 변이를 파악했다는 것만으로 뭔가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캘리포니아에서 지난해 말 발견된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염력과 치명력 모두 더 강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뉴욕발 변이도 E484K를 포함하고 있어 백신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데다, 항체 활동을 방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누센츠바이그 박사는 “백신을 맞았거나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된 사람은 B.1.526와 싸워서 이길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증상 때문에 아플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다른 사람들을 감염시키고 바이러스를 유행시켜 집단 면역이 지연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변이 바이러스 유행에 낙관적인 전망도 있다. 백신 효과가 감소하기는 하지만, 전혀 통제가 되지 않는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펜실베니아주립대학의 진화미생물학자 앤드류 리드 박사는 “바이러스가 진화할수록 백신에도 수정이 필요할 순 있지만 백신이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나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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