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호주 언론에 1조원 지급 '백기투항'한 페이스북
페이스북, 3년간 뉴스콘텐츠 이용권에 10억달러 투자하기로 합의
EU, 캐나다 등도 호주 사례 참고해 뉴스사용료 부과 강행할듯
국회에서도 언론사 지적재산권 입법 움직임… 업계 표준될까
언론사의 뉴스콘텐츠 사용료 문제를 두고 호주 정부와 설전을 벌여온 페이스북이 결국 한발 물러섰다. 구글 역시 페이스북과 마찬가지로 사용료 지불에 동의하게 됐다. 앞서 페이스북은 호주 정부의 대형 인터넷 플랫폼 기업의 뉴스사용료 지불 법안에 반발하며 일방적으로 서비스를 정지한 바 있다.
국내외 IT업계에서는 이번 합의가 페이스북, 구글 등 ‘빅테크’와 언론사의 콘텐츠 사용권 문제에 대한 중요한 이정표로 작용할 가능성을 제시하며 추후 유럽연합(EU) 등 다른 국가에서도 동일한 기준이 제시될 지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24일(현지 시각) 미국 경제방송 CNBC,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은 호주 현지에서 앞으로 3년간 뉴스콘텐츠 이용권 확보에 최소한 10억달러(약 1조1072억원)을 쓰기로 합의했다. 페이스북은 이날 뉴스 발행사들로부터 뉴스 사용권 허가를 받는 데 최소 1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WSJ는 페이스북의 이번 조치는 정보기술(IT) 공룡들이 자사 플랫폼에 띄우는 뉴스 콘텐츠 비용 지불 문제를 두고 세계 각국 정부로부터 조사를 받는 와중에 나왔다고 강조했다. 영국 부총리 출신인 페이스북의 닉 클레그 글로벌업무 부사장은 "페이스북은 뉴스 발행업체들과 기꺼이 협력할 의향이 있다"며 "우리는 양질의 저널리즘이 열린 사회가 작동하는 방식의 핵심에 있다는 것을 전적으로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페이스북이 약속한 10억달러는 이 회사가 이미 2018년부터 가디언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의 매체에 지불해온 6억달러와는 별개의 것이다. 앞서 세계 최대 검색엔진 업체 구글도 지난해 '구글 뉴스 쇼케이스'에 들어갈 뉴스 콘텐츠 사용권을 확보하기 위해 3년에 걸쳐 10억달러 이상을 지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페이스북은 최근 호주 정부와 뉴스 콘텐츠 사용료 지불 문제를 두고 일전을 벌였다. 호주 정부가 뉴스 사용료를 강제하는 법안을 추진하자 페이스북이 이에 반발해 호주에서 뉴스 서비스를 중단한 것이다. 그러나 이후 비판 여론이 빗발쳤고, 페이스북은 호주 정부와 협상 끝에 뉴스 서비스 유료화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호주가 뉴스 유료화에서 성과를 내자 유럽연합, 캐나다 등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18일 캐나다 정부는 "페이스북이 뉴스콘텐츠에 대한 정당한 사용료를 치르게할 것이며, (호주 사례처럼) 거대 기술 기업들과 미디어의 싸움 과정에서 페이스북이 일방적으로 뉴스서비스를 차단한다고 해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스티븐 길버트 캐나다 문화부 장관은 수개월 내에 앞서 호주에서 발의해 통과된 대형 정보기술(IT) 플랫폼 기업의 뉴스사용료 지불 법안을 입안한다는 방침이다. 해당 법안은 호주와 마찬가지로 페이스북에 게재되는 언론사의 뉴스콘텐츠에 대해 페이스북이 사용료를 지불하는 것이 골자다. 캐나다언론협회에 따르면 이번 법안이 시행될 경우 페이스북, 구글 등으로부터 연간 6억2000만 달러(약 6860억원)의 사용료를 회수할 수 있게 된다.
EU도 호주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EU 의회는 페이스북, 구글 같은 거대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뉴스 이용 대가를 지불하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디지털 서비스법’과 ‘디지털 시장법’ 등을 추진하고 있는 의원들이 호주에서 추진 중인 일부 개혁조치를 포함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의회를 중심으로 거대 IT 기업의 뉴스사용료 입법 움직임이 일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영식(국민의힘) 의원은 24일 "글로벌 빅테크 기업도 호주식 모델과 비슷한 뉴스사용료를 국내 언론사에 지급할 수 있도록 저작권법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조만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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