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재공모, 후보사퇴, 노조성명까지..국가수리연 진통 끝 새 소장에 김현민 교수

김우현 기자 2021. 2. 2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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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수리과학연구소 제공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이달 23일 이사회를 열어 국가수리과학연구소(NIMS) 6대 소장에 김현민 부산대 교수를 내정했다고 24일 밝혔다. 김  소장 내정자는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승인 절차를 거쳐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3월초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수리연 신임 소장 선임은 작년 11월 19일 첫 번째 후보자 모집을 시작해 이달 1월 27일 추가 후보자 모집을 거쳐 최종 선발에 이르기까지 약 4개월이 걸렸다. 수리연은 IBS의 부설기관이기 때문에 IBS 이사회가 소장 선임 권한을 갖고 있다. 전임 소장의 임기 만료일이 다가오면 IBS 이사회가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수학계 관계자를 포함해 5~9명으로 구성된 소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한다. 소추위는 소장에 지원하거나 기관의 추천을 받은 사람 중 서류 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자 1~3명을 선정한다. 10명으로 구성된 IBS 이사회는 이들 최종 후보자 면접을 거쳐 투표를 통해 차기 소장을 선임한다. 차기 소장으로 선임되려면 득표 수가 과반인 6표를 넘어야 한다.

IBS가 정순영 전 소장이 임기 3년이 만료되자 지난해 11월 낸 후임 공모에는 전국자연과학대학장협의회와 부산대의 추천을 받은 김현민 교수와 개인 지원한 조도상 수리연 산업수학연구본부장이 지원했다. 하지만 1월 12일 IBS 이사회의 투표 결과 두 후보는 과반 표를 받지 못했고 재공모에 들어갔다.

○ 노조 단체 "후보자 자질 없어", 후보자 "전임 소장 연임 반대"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도 지난해 12월 두 후보자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취지의 성명을 냈다. 노조는 성명서에서 "조도상 본부장에 대한 내부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고 연구성과, 부적절한 행동에 따른 감사와 징계처분, 경영능력 전반에 걸쳐 의문이 있다"며 "소장의 중차대한 과업을 생각하면 아직 그 역량에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김현민 교수에 대해 "수리연의 고통과 출연연의 어려움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우려스럽다"며 "부처와 국회를 아우는 역량과 구성원들을 이끌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도 궁금하다"고 주장했다.

IBS는 올해 1월 27일부터 2월 5일까지 소장 재공모를 통해 이달 10일 최종 후보자 3명을 발표했다. 첫 공모에 지원했던 김현민 교수와 전국자연과학대학장협의회의 추천을 받은 김용국 경북대 수학과 교수가 후보로 뽑혔다. IBS 소추위는 별도로 후보자를 늘리기 위해 직접 후보자 발굴에 나서 전임 소장인 정순영 교수도 후보에 올랐다. 소추위는 다른 수학계 인사에게도 후보자로 나설 것을 권유했지만 전부 고사했다. 

정 교수가 연임에 나서자 이번에는 1차 공모에 지원했던 조 본부장을 포함한 일부 연구자들이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충청지역 언론사인 중도일보는 수리연 연구자들 일부가 노도영 IBS 원장과 과기정통부 관계자에게 정 교수의 연임을 반대하는 입장문을 보내기도 했다고 보도했다.연구자들은 입장문에서 "산업수학 관련 신규 인력 충원이 모두 외부에서 유입돼 수리연 박사후연구원들이 정규직 전환 기회를 놓쳤다", "연구원 중심이 아닌 행정부서 중심으로 연구소를 관리해 비노조원에 대한 역차별을 심화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3년간 일한 수리연 소장자리가 공백이 된데 책임감을 느껴 소추위 권유를 받아 후보에 지원했을뿐 자리에 미련이 없다"며 "희생하며 일하고 기관의 틀을 잡았다고 생각하고 나왔는데 자리에 욕심 있는 것처럼 보여지는 모습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연구자들이 사과하면서 결국 후보에서 자진 사퇴했다.

수리연은 규정상 소장은 연임이 가능하고 연임 조건에 기관평가 결과는 포함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정 교수 재임 직전 수리연은 연구기관 종합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인 '매우 미흡'을 받았지만 2021년에는 두 단계 상승함 '보통' 등급을 받았다.

이달 23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이사회 투표에서는 이사회 구성원 중 8명이 참가했다. 첫 번째 투표에서 김현민 교수는 5표를 받아 과반이 넘는 표를 받지 못했지만 재투표한 결과 이사회의 만장일치로 최종 후보로 내정했다.

수리연은 그동안 소장과 노조의 갈등이 이어졌다. 3대 수리연 소장을 맡았던 김동수 KAIST 수리과학과 교수는 비정규직 정규화, 퇴직 연구원 복직을 놓고 노조와 대립했다.  4대 소장이던 박형주 현 아주대 총장은 공식 임기인 3년을 채우지 못하고 임명된 지 1년 9개월만인 2017년 6월 사퇴했다. 당시 수리연 관계자는 "박 소장이 노조 압박 때문에 정상적 업무를 보기 어려웠고 사퇴 의지를 자주 드러냈다"고 전했다.

신임 소장에 내정된 김현민 부산대 수학과 교수는 부산대를 졸업하고 영국 맨체스터대에서 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난 2003년 부산대 수학과 교수로 부임해 2019~2020년에 대한수학회 부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수리연 운영위원회 위원, 한국산업응용수학회 총무부회장을 맡고 있다. 김 교수의 동료 교수는 "김 신임 소장 내정자가 일 처리 능력이 뛰어나고 솔선수범해 동료들 사이에서 인망이 두텁고 어떤 보직을 맡아도 갈등이 없었다"고 전했다. 김 소장 내정자는 3월 초 수리연 6대 소장으로 정식 부임할 예정이다. 임기는 부임일로부터 3년이다.

[김우현 기자 mnch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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