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71] '미쉐린 스타' 美食 상업주의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학교 명예석좌교수
2003년 2월 24일, 18년 전 어제,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셰프 베르나르 루아조(Bernard Loiseau)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많이 알려진 그의 죽음은 지금도 회자된다. 몇 년째 미쉐린 3스타를 유지하던 그의 레스토랑이 2스타로 강등될 거라는 소문에 의한 스트레스, 그리고 몇 해 전 시작했던 식재료 사업의 부진이 원인이었다. 동네 사람들에게 ‘버터플라이 로빈슨’이라는 영어 애칭으로 불렸던 베르나르는 그렇게 “나비처럼 날아갔다.” 10년 전, 그곳을 찾았을 때는 미망인 도미니크 루아조가 남편의 수제자와 함께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었다<<b>사진>. 여전히 미쉐린 3스타였다. “우리 집에 남한에서 온 손님은 처음이다”라며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남편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바람직하지 않은 미식 평가의 방향을 안타까워했다.
1900년에 처음 발행된 미쉐린 가이드북은 레스토랑 평가의 바이블이 되었다. 이탈리아, 영국, 독일 등의 유럽 국가로 영역을 확장하던 미쉐린은 10여 년 전부터 미국과 아시아에도 상륙했다. 하지만 프랑스 요리와 같이 다소 정형화된 음식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평가 기준은 다른 대륙의 식문화를 포괄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최고 미식가들의 평가’라는 기준과 권위는 흔들렸고 그 한계를 드러냈다. 미쉐린 별을 받고도 거부하는 셰프들도 늘어났다. 체면을 구긴 미쉐린은 코로나 이전부터 여러 도시의 행사와 홍보를 대폭 축소했다.
실제로 근래에 많은 음식 전문가들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평가나 다른 정보들을 더 신뢰하고 있다. 별의 수가 가치 기준이 되고 마케팅 수단이 되면서 외식산업의 본질이 왜곡되는 것도 부정적 측면이다. 평점을 위해서 경쟁이 부추겨지고, 요리사 지망생들은 ‘훌륭한 셰프’가 아니라 ‘유명한 셰프’가 되고 싶어 한다.
음식을 먹고 지인들과 어울리는 행복한 경험을 제공하는 레스토랑이 지나친 상업주의 경쟁에 휘말리는 일은 비극이다. 영화 ‘패튼’으로 1971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이 확정된 배우 조지 스콧이 수상을 거부하며 남긴 문장이 새삼 다가온다. “배우는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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