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백신 불안 누가 부추기나

배준용 기자 2021. 2. 25.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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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중랑구보건소에서 보건소 관계자들과 구청 직원들이 백신 접종 사전 훈련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26일 국내 코로나 백신 접종 시작을 앞두고 감염병·백신 전문가들이 한탄을 쏟아낸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고령층에 대한 효능 논란이 일면서 국민 불안이 커지고 있는데, 정치인들이 불안에 더 불을 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5.8%가 ‘접종을 연기하겠다’고 답했다. 백신을 접종하지 않겠다는 답변 비율(5.1%)을 더하면 접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절반을 넘어선다. 국민 사이에 백신 불안이 커져 접종률이 떨어지면 집단면역이 달성되는 시기는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

백신 불안을 부추기는 정치인들의 ‘망언’은 지난해 말부터 쏟아져 나왔다. 당시는 정부의 백신 확보가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올 때였다. 여당 정치인들은 정부 실책을 무마하기 위해 백신 안전성을 문제 삼고 나섰다. 3상 임상 시험으로 안전성과 효능성이 검증된 백신에 대해 “부작용이 많다더라”며 ‘카더라’를 쏟아낸 것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코로나 백신 접종 후 알레르기 반응, 안면 마비 같은 부작용도 보고되고 있다”고 했다. 같은 당 장경태 의원은 “무작정 투약부터 하자는 무책임한 주장은 ‘마루타적 발상’일 뿐”이라고까지 말했다.

야당도 불안을 부추기기는 마찬가지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65세 미만부터 접종하기로 한 보건 당국의 결정에 대해 국민의힘은 “65세 미만은 맞아도 된다는 근거는 어디 있느냐”고 논평을 냈다. 그럼 영국은 아무런 의학적·과학적 근거도 없이 국민의 26% 이상에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고 있는 걸까.

정치권발(發) 망언은 백신 접종을 코앞에 두고도 계속되고 있다. 백신 불안을 덜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1호 접종자가 되어야 한다는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의 제안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이 실험 대상이냐”며 유 전 의원의 제안을 ‘망언’이라 규정했다. 전문가들은 “그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실험 대상이라서 맞은 것이냐”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국민은 실험 대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야당은 여전히 ‘대통령 1호 접종’을 고집하고, 여당은 ‘대통령 1호 접종’은 아예 거론도 말라며 맞선다.

일부 정치인은 백신 불안이 커지는 책임을 언론과 가짜 뉴스 탓으로 돌리고 있다. 하지만 정작 거짓말과 망언으로 불안을 부추겨 온 이들은 누구인가. 전문가들은 “백신 불안의 근본 원인은 보건 당국의 미흡한 대응과 정치인들의 무책임한 발언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한 전문가는 “정치인들은 제발, 모르면 가만히 있었으면 좋겠다. 그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전문가들이 수십 번 되풀이했던 호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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