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노이, 美 최초로 보석제도 폐지
미국 일리노이주(州)가 피의자에 대한 ‘현금 보석(cash bail)’ 제도를 완전히 폐지했다고 밝혔다. 보석은 보증금을 내는 조건으로 석방한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뉴저지주 등이 현금 보석 제도를 크게 제한한 적은 있지만, 완전히 철폐한 것은 50주 중 일리노이가 처음이다.
일리노이는 22일 밤(현지 시각) J. B.프리츠커 주지사가 현금 보석 폐지, 경찰들의 보디캠(몸에 다는 카메라) 착용 의무화 등을 포함한 형사 사법 제도 개혁 법안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계도 기간이 끝나는 내년 1월부터 일리노이 주법에 따라 불구속 수사와 재판 여부는 보석금 납부가 아닌 석방 후 추가 범죄 가능성을 토대로 판사가 결정하게 된다.
미국은 무죄 추정 원칙에 따라 불구속 재판을 기본으로 한다. 그러나 ‘현금 보석' 제도가 일반화돼 있어 일단 체포·구금된 피의자가 풀려나려면 판사가 사안의 경중을 따져 책정한 액수의 보석금을 내야 한다. 이 때문에 거액의 보석금을 낼 수 있는 부유한 사람은 중죄를 짓고도 풀려나고, 소액의 보석금도 마련하지 못하는 가난한 이들은 사소한 혐의로도 감옥살이를 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보석금을 내지 못해 오래 구금돼 있는 사람 중엔 흑인 빈민층이 많아서 인종차별 문제와 관련돼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번 법안도 일리노이 주의회 흑인 의원들의 모임인 ‘블랙 코커스'가 최초 발의했다. 민주당 소속인 프리츠커 주지사는 “이 법안은 우리 공동체, 우리 주와 나라에 만연한 체계적 인종차별을 허물고 우리를 진정한 안전, 공정성과 정의로 데려다주는 중요한 한 걸음”이라고 했다. 하지만 경찰·보안관 권익 단체인 ‘일리노이 법 집행 연합'은 이번 형사 사법 제도 개혁안에 대한 성명을 내고 “결국 법을 준수하는 시민들이 가장 피해를 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금 보석의 완전한 폐지가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될지가 문제란 의견도 있다. 석방된 사람이 범법 행위를 저지를지에 대한 판단이 전적으로 판사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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